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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적법판결' 받은 한국사 교과서 수정명령 내용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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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토지개혁·천안함 사건의 주체·분단 책임 등

집필진, 판결문 분석 후 항소 여부 결정키로

연합뉴스

법원, 한국사 수정명령은 적법 판결 (서울=연합뉴스) 교육부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에게 교과서 내용을 수정하도록 명령한 것은 적법한 조치였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경란 부장판사)는 2일 한국사 교과서 6종 집필진이 교육부를 상대로 낸 수정명령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지난 2013년 9월 교학사를 제외한 7곳의 출판사 한국사 집필자로 구성된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 협의회'가 서울 정동 프란시스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제가 된 교학사 이외 7종의 교과서에도 교육부가 수정 권고나 지시를 내린다해도 따르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법원이 2일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수정명령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교육부는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됐다.

교육부가 2013년 11월 학계 전문가 등으로 '수정심의회'를 구성한 뒤 교학사 교과서를 비롯한 7종에 내린 수정명령 41건의 법적 정당성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당시 교학사 교과서를 제외한 6종에 내려진 수정명령은 광복 이후 정부수립과정, 통일 논의 중단의 원인, 천안함 피격 사건 등 내용이 다양하다.

우선 금성출판사, 두산동아, 미래엔, 비상교육, 천재교육은 광복 후 북한이 무상몰수·무상분배 방식의 토지개혁을 실시했다는 내용의 서술을 고수했지만 교육부는 소유권 제한이 따랐다는 서술이 추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천재교육 교과서가 북한의 토지개혁에 대해 "농민에게 분배한 토지에 대해 매매, 소작, 저당 등을 금지해 소유권의 제한을 뒀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등 교과서 수정이 이뤄졌다.

2010년 발생한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한 서술도 수정됐다.

교육부는 두산동아에 천안함 피격 사건, 연평도 도발 사건의 주체가 생략돼 있다며 행위주체를 명시하라고 명령했다.

두산동아는 교과서에 "금강산 사업 중단,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사건 등이 일어나 남북관계는 경색됐다"고만 기술했다가 수정명령을 받고 "북한에 의해"라는 주어를 추가했다.

또 미래엔은 6·25 전쟁의 피해를 다룬 부분에서 균형 잡힌 서술을 위해 북한의 민간인 학살 사례를 제시하라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6·25전쟁 때 미군에 의한 노근리 학살사건, 국군에 의한 거창 양민학살 사건뿐 아니라 북한군이 함경남도 함흥과 전라남도 영광 등지에서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내용이 새로 들어갔다.

지학사의 경우 일본의 독도침탈 서술에서 "처음에 일제는 대한제국으로부터 독도를 임대할 생각이었으나…"라는 내용이 오류라는 지적을 받고 '임대'라는 표현을 삭제했다.

이밖에 교육부는 금성출판사, 천재교육 등이 북한의 주체사상 또는 사회주의 경제를 서술하면서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소개했다며 수정하거나 사회주의 경제의 문제점을 추가하라고 명령했다.

아울러 금성출판사, 비상교육 등에 남북 분단의 책임이 남한에 있는 것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어 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비상교육에는 남북 대립과 통일중단 원인에 대한 서술에서 통일 논의 중단의 원인이 우리 정부에게만 있는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며 수정을 명령했다.

법원은 교육부의 수정명령에 대해 "그 필요성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교육부 재량의 범위에서 적절하게 이뤄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교육부의 수정명령을 둘러싼 논란이 완전히 가라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교육부가 '친일·독재 미화' 논란이 된 교학사 교과서뿐 아니라 다른 교과서들에 수정·보완 사항을 지적한 것을 두고 논란이 컸다.

야권과 시민단체에서는 교육부가 교학사 교과서의 논란을 덮기 위해 물타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며 당시 서남수 교육부 장관의 사퇴까지 촉구하기도 했다.

미래엔 대표 집필자인 한철호 동국대 교수는 이번 판결에 대해 "교과서가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정권의 입맛에 맞춰 언제든지 수정 또는 보완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비판했다.

패소한 교과서 집필진은 판결문 내용을 분석한 뒤 항소 여부 등 대응 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한 교수가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이 최종적으로 확정되면 교육부가 검정 교과서의 수정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교과서 담당인력을 늘리는 등 검증 시스템을 강화해왔으며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검토 논란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앞서 교육부는 2008년 좌편향 논란을 빚은 금성교과서의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에 대해 수정명령을 내린 적이 있다.

당시 저자들은 수정명령 취소소송의 1심에서 승소했지만 고등법원은 교육부의 조치가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으며 대법원은 수정명령이 위법하다는 취지로 판결, 저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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