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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TF취재기] '차범근 제자' 최용수, '차두리 감독' 최용수의 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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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리 향한 최용수 감독 마음은? 최용수 FC서울 감독이 2일 열린 프레스데이에서 차두리에 대해 말하고 있다. / FC서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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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수 FC서울 감독 "차두리 나보다 낫다."

봄은 쉽게 속살을 내주지 않는 모양입니다. 모처럼 파란 하늘을 구경하며 봄이 온 걸 실감한 지 하루 만에 다시 우중충한 잿빛 하늘을 보게 된 2일, 최용수(41) FC서울 감독은 경기도 구리의 GS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4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전 사전 프레스데이에서 유쾌한 유머를 섞으며 '대표팀 후배'이자 제자인 차두리(34·FC서울)의 태극마크 반납 소감을 밝혔습니다.

대표팀 은퇴식을 치르지 못한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며 오직 축구 하나만 놓고 힘쓴 후배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습니다. 자기와 비교하며 시샘이 아닌 후배를 인정하는 발언으로 시선을 끌었습니다. 대표팀 생활에서만큼은 자기를 앞질렀다는 걸 인정했다고 해야 할까요.

FC서울은 올 시즌 개막 이후 리그 3연패 수렁에 빠져 있습니다. 매년 우승을 노리는 팀 목표와 다른 예상치 못한 성적입니다. 이날 만난 최 감독 얼굴은 다소 어두워 보였습니다. 비장한 마음도 읽혔습니다. 그런 최 감독이 유쾌한 농담을 던져가며 편안하게 이야기할 때가 있었습니다. 바로 지난달 31일 뉴질랜드전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물러난 차두리 이야기가 나올 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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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하는 최용수 감독과 차두리 최용수(오른쪽에서 세 번째) 감독이 지난해 4월 23일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 리그 베이징 궈안전을 마친 뒤 차두리(오른쪽에서 네 번째)와 악수를 하고 있다. / 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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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감독은 먼저 "차두리 은퇴식은 그간 노력의 흔적이다. 앞으로 미래가 더 궁금하다. 차두리는 선수 생활보다 더 뛰어난 인생을 펼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지금의 열정과 자세를 유지만 한다면 미래가 기대되는 친구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2001년부터 올해까지 14년 넘게 대표팀을 위해 힘쓴 차두리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면서 앞으로 더 나은 인생을 살기를 진심으로 바랐습니다.

후배를 향한 덕담을 늘어놓던 최 감독은 "감독님은 대표팀 은퇴식을 못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다소 당황하며 웃음을 지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기분 나빠하지 않고 유쾌했습니다. 최 감독도 한국 대표팀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입니다. 대표팀 공격수로 A매치 69경기 27골을 터뜨렸습니다. 특히 1998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에서 연이어 득점포를 가동하며 팀을 이끌었습니다. 마무리는 다소 좋지 못했습니다. 미국과 2002 한일 월드컵 본선 조별 리그 2차전에서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골대 위로 띄우며 비판 여론의 한가운데에 있었습니다. 이후 이듬해 태극마크를 반납했지요.

최 감독은 시원하게 이 상황을 언급했습니다. "차두리는 큰 관심을 받았다. 스타이기도 하다. 저는 순간순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나 국민들에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면서 "최고 소리는 못 들었다. 미국전 원성을 사는 슈팅이 결정적이었다. 이후 여기까지가 한계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저와 (차)두리와 차이"라고 가슴 속 이야기를 풀어헤쳤습니다. 선수 생활 막바지 일취월장한 기량을 보인 차두리와 말년에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놓친 자신. 최 감독이 느낀 둘의 대표팀에서 결정적인 차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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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리는 말이죠~ 최 감독(가운데)이 이석현(왼쪽)과 몰리나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FC서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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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감독이 강조한 것은 결국 노력입니다. 대표팀에서 차두리를 처음 만났던 2001년 당시를 떠올리며 "차두리 첫인상은 황당했다. 제가 차범근 감독님을 사제지간으로 만났는데 (차)두리가 와서 무서웠다"고 돌이켜봤습니다. "힘의 축구를 구사하는 선순데 이렇게 아름답게 은퇴할 줄은 몰랐다"고 했지만 "축구밖에 모르는 친구다. 자기가 갈 길만 갔던 게 이런 결과를 낳은 거 같다"고 강조했습니다. 최 감독은 차두리의 축구를 향한 열정을 높이 샀고 성공 비결이라고 봤습니다. 열정이 무엇과도 막을 수 없는 에너지를 발산한 것입니다.

'로봇', '터미네이터'란 별명을 가진 차두리의 노력에 최 감독도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습니다. 자칫 자존심 싸움으로 번질 수 있는 대표팀 영역에 최 감독은 깔끔히 먼저 두 손을 들며 패배를 인정했습니다. 이는 승자와 패자를 나누려는 구분이 아닙니다. 후배를 향한 선배의 애정 표시라는 게 더 정확할 겁니다. 최 감독이 말한 것처럼 대표팀을 위해 마지막까지 헌신한 차두리의 노력과 빼어난 경험은 여전히 있는 그대로 큰 가치를 발산하고 있습니다.

[더팩트|구리GS챔피언스파크 = 김광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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