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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여행만리]꽃이 아니어도 꽂히더이다 이 쪽빛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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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 벚꽃에 가려진 쪽빛 남쪽바다 품고, 골목마다 흐드러진 옛것의 정취 물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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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용두산 정상에 서면 시야를 가로막는 장애물 없이 남해안의 섬들이 올망졸망 모여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발아래로는 콰이강의 다리로 불리는 연륙교가 손에 잡힐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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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해마다 봄이 오면 벚꽃과 함께 몸살을 앓는 도시가 있습니다. 경남 창원시입니다. 진해군항제가 열리는 열흘동안은 수많은 인파들로 도심이 들썩 들썩거립니다. 하지만 벚꽃이 지고나면 인파는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없습니다. 그러나 창원에는 벚꽃구경만 있는게 아닙니다. 행정구역 통합으로 옛 진해시는 창원시 진해구로 마산시는 '마산회원구'와 '마산합포구'가 됐지만 마산의 구도심권은 벚꽃으로 가려진 창원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곳입니다. 남쪽바다의 쪽빛을 보며 걷는 저도 비치로드는 봄날의 독특한 풍경을 그립니다. 가고파, 고향의 봄 등 우리 문학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예술인들의 혼이 녹아 있기도 합니다. 구석 구석마다 흐드러진 옛것의 정취를 찾아 가는 구도심 골목여행은 또 어떻습니까. 어디 그뿐인가요. 못난 아귀가 먹음직스런 아구찜으로 변신하고, 독특한 술문화인 통술집, 복어 등 맛깔스런 향기도 한가득입니다. 4월의 봄날, 창원 마산의 구도심권으로 떠나봅니다.

◇쪽빛바다 건너 봄바람이 손짓하네-저도 비치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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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이강의 다리로 불리는 저도 연륙교. 연인끼리 손을 잡고 이 다리를 건너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풍문에 찾는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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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으로 떠들썩한 진해를 피해 봄날의 쪽빛 바다를 보려 마산 용두산(216m)으로 간다. 용두산이 있는 저도(猪島)는 옛 마산의 남쪽 끝 부분에 있는 섬이다.

내륙의 산에서는 200m 조금 넘는 해발고도는 뒷동산 수준이지만 바다를 끼고 해발고도 0m에서 시작하는 산에서 그 정도 해발고도만으로도 조망이 탁월하다. 그래서일까.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에도 용두산 정상에는 바다 쪽으로 타고 넘는 구름이 척척 걸려있기 일쑤다.

저도에는 2개의 연륙교가 있다. 빨간색을 칠한 철골조의 옛 연륙교는 보행용이다. 차량은 그 옆의 흰색 새 연륙교로 다닌다. 다리 아래는 분명 바다지만 옛 철골 연륙교는 그 독특한 모양 탓에 '콰이강의 다리'로 불린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서인지 분위기도 남다르다. 아름다운 풍경만큼이나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유명하다. 연인이 다리를 건너는 동안 손을 놓지 않으면 사랑이 이뤄진다고 한다. 영원한 사랑을 꿈꾸는 연인들이 자물쇠를 걸어 사랑을 맹세한 모습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가느다란 난간에 주렁주렁 달린 '사랑의 열쇠'에 적힌 문구를 읽어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다리를 걷다 보면 다리 아래로 지나다니는 어선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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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비치로드에서 마주한 마산의 봄빛바다


연륙교를 지나면 본격적인 비치로드에 든다. 연륙교 입구를 출발해 등산로 갈림길, 하포마을 정자, 제1, 2 전망대, 능선 사거리, 용두산 정상, 연륙교 입구로 내려서는 코스다.

하포마을 포구에서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도로가 끝나고 목재계단을 오르면 잘 정비한 넓고 완만한 흙길이 나온다. 나무 사이로 바다가 바로 내려다보이는 길은 해안선을 따라 들락날락한다. 동쪽으로는 가까이 쇠섬이 있고 그 오른쪽에는 육지가 끝나는 고래머리 해안 절벽이 바라보인다.

거제도가 멀리 시야에 들어오면 곧 절벽 위에 만든 제1 전망대다. 전망대에서 거제도 사이에는 가로막는 것이 없어 정면의 칠천도와 앵산이 뚜렷하다. 바다구경길 입구 이정표에서 정상방향으로 오른다. 여기서부터 정상까지는 대부분 숲 길, 흙 길을 따라 걷는다. 분홍빛 미소를 머금은 진달래가 꽃망울을 활짝 터뜨리고 길손을 맞는다. 저 멀리서 불어오는 봄바람이 살랑살랑 볼을 어루만진다. 길 곳곳에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벤치가 마련되어 있어 쉬엄쉬엄 걷기 좋다. 길을 걷는 동안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과 바다의 풍경으로 지루할 틈이 없다.

정상을 앞두고 급경사를 치고 오르면 곧 용두산 정상이다. 시야를 가로막는 장애물 없이 남해안의 섬들이 올망졸망 모여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저멀리 거제도와 가덕도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동쪽아래로는 콰이강의 다리가 손에 잡힐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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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연륙교 난간에는 '사랑의 열쇠'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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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하산은 급경사를 짧게 갈지자를 그리며 빠르게 고도를 낮춘다. 흙길을 따라 동쪽으로 조망이 열리는 바위를 지나 20여분 내려가면 바닷가 마을에 닿는다. 오른쪽으로 도로를 따라가면 연륙교 입구다. 저도 트레킹은 짧게는 1시간 30분, 길게는 4시간이상이 걸리는 코스들이 여럿이다. 체력에 맞게 적절한 코스를 골라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저도 인근에는 해양드라마세트장이 있다. TV드라마 '김수로'를 비롯해 '근초고왕', '계백' 등 20여 편의 드라마와 영화를 찍었다. 실제 바다 위에 띄워진 배들에서 둥 둥~~ 진격의 북소리가 들릴 것만 같다.

◇골목마다 삶과 예술혼이 꿈틀거린다-창동예술촌, 가고파꼬부랑길
50~60년대 문화예술의 중심지였던 마산의 추억과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창동이다. 인구감소와 경기불황으로 점점 쇠락해가던 이곳이 2012년 창동 예술촌이란 이름으로 탈바꿈했다. 골목 구석구석에 예술인들이 터를 잡고 다양한 벽화와 체험거리가 생기면서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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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동 예술촌 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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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동 예술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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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동 예술촌은 3ㆍ15대로에서 창동 거리로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시작한다. 간이 카페와 옷가게 사이 골목 입구에 창동 예술촌을 알리는 이정표가 있다. 이곳에서부터 약 100m에 걸쳐 예술촌이 펼쳐진다. 골목 곳곳을 따라 걷다 보면 미술품에서부터 공예까지 다양한 전시관을 만날 수 있다. 벽화와 아기자기한 가게 구경에 지루할 틈이 없다.

현재 총 50개 입주시설이 운영 중이며 12개 공방에선 방문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마산 출신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가봤다는 가장 오래된 학문당 서점과 빵집 고려당도 아직 영업 중이다.

가고파 꼬부랑길 벽화마을은 '골목길 투어'에 맞춤하다. 성호동 달동네의 452m 골목길을 벽화로 다듬었다. 좁디좁은 골목이지만 어디서나 마산항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다. 창원의 주요 풍경과 바다, 항구, 갈매기, 고깃배 등의 심벌이 형형색색으로 수놓아진 다양한 벽화를 감상할 수 있다. 마을입구와 곳곳에 설치된 포토존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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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꼬부랑길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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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부랑길 아래엔 옛 임항선(臨港線) 철길이 남아 있다. 전북 군산의 경암동 철길처럼 주택가 골목길을 지나는 철로다. 철길은 2011년 폐선됐고 지금은 주민들이 산책로 등으로 이용하고 있다.

◇가고파, 고향의 봄 등 마산 문학의 고향에 안기다
마산 합포구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문학의 고향이다. 문학 여행의 시작은 창원시립마산문학관이다. 문학관은 시조 시인 이은상이 산책하던 노비산 언덕에 있다. 이은상의 호 '노산'도 이 산의 이름에서 비롯됐다.

문학관에서 내려보면 노산이 '가고파'에 묘사한 마산만의 파란 바닷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옹기종기한 도심의 풍경은 작품이 쓰일 당시와 달라졌겠지만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지키고 있는 것은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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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문학관에 있는 천상병 시인의 친필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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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관으로 들면 창원 문학의 발전 과정을 볼 수 있다. 마산합포구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지나면서 수많은 문인들이 피란와 머무른 곳이다. 특히 국립마산결핵요양소(현재 국립마산병원)는 문학의 산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려운 생활 때문인지 문인들은 결핵 환자가 많았다. 이들이 모여들면서 요양소는 자연스레 문인들의 토론장이 됐다. 그 과정에서 문학적 동지를 찾기도 했으리라. 그 결과 이곳에서 결핵 계몽지 '요우'와 문학 동인지 '청포도', '무화과' 등이 발행됐다.

전시관에서 시인의 친필 원고도 만날 수 있다. 김춘수, 천상병 등 200자 원고지에 꾹꾹 눌러쓴 시어들이 작품을 더욱 빛나게 한다.

문신미술관도 빼놓을 수 없다. 마산만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자리한 미술관은 조각가 문신의 작품과 그의 예술혼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문신은 우주의 생명과 운율을 시각화한 작가로 평가된다. 그의 작품 세계는 간결하면서도 풍만한 선, 그리고 다양한 재질로 우주의 생명성을 대칭과 비대칭의 절묘한 조화를 통해 풀어내고 있다.

미술관은 제1전시관, 제2전시관, 문신원형미술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가장 인상적인 공간은 원형미술관이다. 전시관 한가운데 놓인 하얀 석고상들이 주인공이다. 이 석고상들은 작가가 작품을 위해 제일 먼저 만드는 '원형'이다. 문신은 이 원형을 그대로 작품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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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문학관이 자리한 노산에 활짝 핀 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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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합포구 곳곳에는 문학비가 있다. 가장 많은 곳은 용마산 산호공원이다. 공원 입구의 울창한 숲길을 따라 올라가면 문학비가 늘어선 '시의 거리'가 나온다. 무학산 만날공원에는 천상병의 시인의 '새' 문학비가 있다.

마산합포구 오동동 71번지.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누구나 한 번쯤은 불렀을 동요 '고향의 봄'이 태어난곳이다. 아동문학의 거목으로 불리는 이원수가 어린시절을 담아 15살에 쓴 노래로 1926년 '어린이'지에 발표했다. 이원수 문학관은 창원시 의산구에 있다.

마산(창원)=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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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구도심권


◇여행메모
△가는길=
수도권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끝까지 가 내서분기점에서 남해고속도로로 갈아타 서마산IC로 나온다. 합포구청방면, 마산어시장, 창동예술촌, 무학산 등으로 이어지는 구도심권으로 가면된다.

△먹거리=풍부한 해산물과 농산물로 인해 음식문화가 발달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마산의 대표 먹거리는 바로 아귀찜. 표준어는 '아귀'지만 현지에서 '아구찜'이라 부를 때 비로소 제맛이 난다. 요즘 식감 좋은 생아귀를 많이 쓰지만 토박이들은 말린 아귀를 찾는다. 다정식당(055-223-9959)에서 내놓는 아구수육은 담백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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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의 음식, 아구찜을 만들고 있는 모습(오른쪽 큰사진)과 현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아구수육, 통술집의 푸짐한 안주, 복요리거리에서 맛본 참복(왼쪽 사진 위부터)


마산통술이란 독특한 술상차림도 있다. 술만 시키면 거기에 맞춰 새벽에 장을 봐온 싱싱한 해산물로 안주를 계속 내온다. 서울에서는 한 접시에 돈 만원씩할 만한 싱싱한 해산물 안주가 끝도 없이 줄줄이다. 평균 2인 기준 6만원, 1인추가시 1만원. 신마산 반월동 인근 통술거리에 통술집들이 즐비하다. 이외에도 마산엔 복요리거리, 장어거리 등 먹거리촌이 많다.

△볼거리=마산 어시장은 전국 최대 규모의 수산물 어시장이다. 1760년 형성된 어시장의 아침은 수산물 경매로 시작된다.마산여객터미널에서 배로 10분이면 도착하는 돝섬은 다양한 조각과 숲이 있어 천천히 걸으며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이외에도 무학산 둘레길, 부림시장 먹자골목 등이 있다. 창원시 진해구 여좌천, 경화역에선 군항제가 오는 10일까지 열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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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만의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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