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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시리아 반군 장악한 이들리브에 기대와 우려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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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에다 '정복군' 주도…급진 이슬람식 통치 가능성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준억 특파원 = 알카에다 시리아 지부인 알누스라전선이 주도한 반군그룹이 장악한 시리아 북부 도시 이들리브의 운명에 기대와 우려가 뒤섞였다.

지난달 28일 이들리브 주의 주도 이들리브 시에서 정부군을 격퇴한 '제이쉬 알파트흐'(정복군)는 알누스라 외에도 이슬람주의 반군들로 구성돼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수도로 선포한 락까와 같은 운명이 될 가능성이 나왔다.

정복군의 다른 주축인 아흐라르 알샴 역시 알카에다와 밀접해 이슬람 급진주의에 기반을 둬 통치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반면 '정복군'에 이른바 '온건 반군'으로 분류된 자유시리아군(FSA) 세력도 포함됐으며 통치 체제도 모든 세력이 협력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란 주장이 맞선다.

아울러 국제사회가 반정부 세력으로 인정한 시리아국민연합(SNC)도 이들리브 통치에 관여하고 있어 이들의 주장대로 '혁명'이 될지 주목된다.

◇알누스라, 이들리브에 이슬람국가 세울까

이들리브 공격 5일 만에 정부군을 패퇴시킨 정복군은 공격 10일 전에 구성된 최신 반군그룹이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에 따르면 정복군은 알누스라가 중심이며 아흐라르 알샴, 알아크사, 제이쉬 알순나, 파이라크 알샴 등 살라피스트(이슬람 근본주의) 반군들이 참여했다.

중동 전문매체 알모니터는 레바논 일간 아스사피르의 보도를 토대로 알누스라가 자체 국가 설립을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이들리브가 이런 시도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알누스라는 장악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정복군이 행정과 사법 조직도 공동으로 운영할 것이며 샤리아법(이슬람 율법)에 따라 통치될 것이라고 밝혔다.

알누스라는 지난해 말부터 이들리브 주 지방에서 미국의 지원을 받은 시리아혁명전선과 하라카드하즘 등 온건 반군들을 격퇴해 이들리브 대부분을 장악했으며 이곳에서 '재판 집'으로 불리는 종교 재판소를 세운 바 있다.

다만 알누스라는 IS와 달리 주민에 폭압적으로 샤리아법을 강요하지 않아 비(非) 이슬람교도가 피란가는 사태 등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스사피르는 알누스라 외에도 아흐라르 알샴도 알카에다와 밀접하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아흐라르 알샴의 지도부인 아부 하프스 알마스르는 알카에다 최고 지도자인 아이만 알자와히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10년 동안 함께 활동한 사이라는 정보가 있다고 전했다.

또 아흐라르 알샴의 지도부에 이집트인들이 있으며 이들은 이집트에서 무슬림형제단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어 무슬림형제단과 알카에다도 연관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알모니터에 따르면 알누스라의 최고 지도자 아부 무함마드 알골라니는 IS의 건국 선언으로 조직원들이 동요하자 지난해 7월 육성 메시지를 통해 이슬람국가 건설을 약속한 바 있다.

시리아 태생의 교사 출신으로 알려진 알골라니는 IS의 지도자인 아부 바르크 알바그다디와 함께 알카에다 이라크 지부에서 활동하다 알바그다디의 지원으로 시리아로 돌아가 알누스라를 조직했으나 알바그다디와 대립했다.

이처럼 터키와 접경한 이들리브를 알누스라 주도의 반군이 장악하자 온건 반군을 지원해 IS를 격퇴한다는 미국의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터키는 미국과 함께 3월부터 온건 반군에 군사훈련과 장비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5월부터 시작하겠다고 전날 밝혔다.

◇"알누스라 외 반정부 세력들도 이들리브 통치에 참여"

자유시리아군(FSA)을 지원하는 시리아국민연합(SNC)과 터키 정부는 정복군에 FSA도 포함됐다며 알누스라 독재 가능성을 부인했다.

SNC는 이들리브 장악 직후 성명에서 "시리아 전체를 해방시키는 혁명의 중요한 승리"라고 환영했으며 정복군에는 시아파의 분파 세력도 참여했다고 강조했다.

터키 일간 사바흐는 SNC와 아흐라를 알샴 등이 알누스라에 이들리브 통치를 위해 공동 행정부 설립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터키에 '망명 정부'를 세운 SNC는 이들리브에 이미 보건, 교육 위원회 위원들을 파견해 정부 구성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SNC가 자금 부족 등으로 갈수록 시리아 국내외에서 대표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흐라르 알샴의 대변인은 WSJ에 정복군이 이들리브를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모든 세력이 긴밀히 협조했기 때문이며 통치 체제도 협조를 계속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알누스라가 독재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WSJ은 또 이들리브에서 활동하는 야권 인사인 라피아 삼메아 씨도 알누스라가 통치한다는 소문을 부인하고 "이들리브에는 혁명기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터키 일간 휴리예트는 정부 고위 관리가 이들리브를 반군이 장악한 것에 만족하며 FSA를 계속 지원하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시리아 국영 언론들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무슬림형제단 광신도'라며 이슬람주의 반군이 이들리브를 장악하는 데 터키가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터키 외무부 탄주 빌기치 대변인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터키 지원설은 "근거 없는 주장으로 거짓"이라며 정복군에는 FSA를 포함해 광범위한 반군 그룹들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앞서 로이터 통신은 지난달 4일 알누스라와 카타르의 소식통을 인용해 알누스라가 조만간 알카에다와 결별한다고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알골라니는 카타르 등 걸프 지역 왕정의 지원을 받기 위해 알카에다와 결별하고 조직명을 바꿔 시리아 북서부(이들리브)에 지도부를 두기로 결정했다.

한편, IS는 지난달 30일 발간한 선전용 잡지 '다비크'에서 알누스라가 SNC를 비롯한 민족주의와 국가주의 세력들과 동맹을 맺은 것은 이슬람에 어긋난다고 비난한 기사를 실었다.

justdu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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