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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삼성전자·신세계·두산… ‘참 잘해서 성과급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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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임원 보수 산정 기준 ‘주먹구구’

올해 임원 보수 공시가 지난해와 달라진 점은 보수 산정 기준과 근거를 구체적으로 적도록 강제한 점이다. 지난해부터 기업에서 5억원 이상을 받은 임원들의 보수가 공개됐지만 기준을 자율적으로 적도록 하다 보니 기업 3곳 중 2곳은 ‘임원 보수 규정에 따름’이라고 적시, 사실상 보수 산정 기준과 근거를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감독 당국은 지난 2월 초 보수 산정 근거와 방법을 상세하게 적도록 공시 서식을 개정했다.

하지만 이번 공시에서도 기업들이 밝힌 산정 근거는 여전히 추상적이고 형식적이었다.

대한상공회의소 기준 30대 그룹이 지난달 31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제출한 2014년도 사업보고서를 보면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 GS그룹 등이 산정기준 및 방법을 ‘내부 기준에 따라서 지급한다’고 적었다.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에게 급여 57억원을 주면서 “주주총회가 정한 한도 안에서 임원 임금 책정 기준에 의거해 지급했다”고 밝혔다. 그 책정 기준이 무엇인지는 나와 있지 않다.

성과급 기준은 비교적 상세히 적었지만 지급 사유로 ‘참 잘해서 줬다’는 식으로 표현한 곳도 적지 않았다. 삼성전자, 신세계, 두산 같은 곳 등이다. 삼성전자는 신종균 사장에게 상여와 특별상여로 128억4500만원을 지급하면서 신 사장의 성과근거를 길게 적었다. 그러나 내용을 요약하면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내용이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삼성화재, 삼성생명 등 계열사 간 표현도 거의 흡사하다.

KT 황창규 회장에는 “무선/인터넷 등 핵심사업에서 경쟁력 강화, 융합형 사업 선도를 통한 미래성장전략 제시” 등 구현되지 않은 기대치를 들었다.

신세계 장재영 대표는 성과 3억3400만원을 받은 사유로 “회사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신규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소통과 혁신의 기업문화 조성, 윤리경영에 이바지했다”고 돼 있다.

경제개혁연대 채이배 회계사는 1일 “전년도보다는 나아졌지만 기준만 제시했을 뿐 왜 그 금액을 주게 됐는지 계산한 내용이 없다”며 “학교 생활기록부에 나올 법한 말을 적는 게 아니라 주주가 판단할 수 있도록 객관적 지표로 제대로 평가한 결과가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숙·임지선 기자 sook9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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