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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조용한 대화 나누기 힘든 커피전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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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여의도 커피전문점 10곳 소음 측정해 보니
매장 내 소음 70㏈ 이상 '불쾌한 자극' 주는 강도, 장시간 근무하는 직원 스트레스 가중 우려도

파이낸셜뉴스

#. 커피전문점을 찾은 장모씨(33)는 소리를 지르듯 지인과 대화를 이어 갔다. 매장이 음악과 대화 소리가 뒤섞여 옆 사람 목소리마저 잘 들리지 않을 정도의 소음으로 가득 찼기 때문이다. 장씨는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소음을 측정했다. 78㏈이 기록됐다.

파이낸셜뉴스가 1일 대학가인 신촌 지역과 업무 지구인 여의도 내 커피전문점 총 10곳의 소음 정도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 70㏈ 이상으로 나타났다.

한국환경공단의 국가소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소음도 70㏈은 '시끄러운 사무실 수준'이다. 이 정도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집중력이 저하되고 말초혈관이 수축되는 영향을 줄 수 있다.

원장원 경희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70㏈은 불쾌한 자극을 줄 수 있는 소음도" 라며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스트레스로 인해 혈압 등 심혈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장 내 소음 관리기준 필요

조사 결과 커피전문점 대부분은 고객의 요청에 따라 매장 내 음량을 조절하거나 오전.오후 시간대에 따라 적합한 장르로 음악을 변경하고 있었다. 주로 재생되는 장르는 뉴에이지·재즈 등 비교적 조용한 음악이었다.

한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고객의 대화에 방해되지 않는 수준에서 매장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틀고 있으며, 매장 내 음량을 50㏈ 이하로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생활소음 규제 기준에 따르면 옥내에서 옥외로 소음이 흘러나올 시 음량을 주간 65㏈, 야간 55㏈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공장을 제외한 가정·매장 옥내에서 발생되는 소음의 경우 별도의 소음 제한이 없다.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자율적으로 내부에서 음량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강제할 필요는 없다"며 "이에 대한 민원이 들어오거나 내부 논의가 진행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소음에 노출될 경우 건강·정서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불특정 다수가 찾는 상업시설에 대한 소음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임신예 경희대 산업의학과 교수는 "특히 종업원의 경우 긴 시간 매장에 상주해 소음에 의한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커피전문점이 소음작업장으로 분류돼 있지는 않지만, (70㏈ 수준이) 결코 작은 소음이 아닌 만큼 소음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집중력에 도움 주는 백색소음

반면 커피전문점의 일정한 소음이 집중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커피전문점에서 나는 소리가 업무 효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백색소음(White Noise)'이라는 의견이다.

한국산업심리학회의 연구에 따르면 백색소음이 집중력과 기억력을 높여주고, 스트레스를 낮춰준다. 2012년 발표된 시카고대 소비자연구저널은 50~70㏈ 정도의 소음이 집중력과 창의력을 향상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실제 스마트폰이나 PC에서 백색 소음을 재생해주는 응용프로그램 대부분은 빗소리, 바람소리 등과 함께 '커피전문점 소음'을 제공하고 있다.

일례로 스타벅스는 백색소음을 감안해 매장 음악을 클래식.재즈.오페라.블루스 등으로 통일하고 분위기를 조절하고 있다.

이를 통해 어디서나 브랜드 고유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고객이 매장을 찾았을 때 일정한 안정감을 제공한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음량을 50~70㏈ 수준에 맞춰 재생 중"이라며 "매장 특성에 따라 음량을 조절해 고객의 대화나 개인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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