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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고승희의 이 장면& 이 대사] ‘내친구집’, 그런데 그 커피는 언제까지 마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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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해외여행을 떠나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쏟아지며 함박웃음을 짓는 업체들이 늘기 시작했다. 항공사를 시작으로 발포비타민, 생수 혹은 탄산수, 의류업체는 물론이거니와 여행 중 만드는 요리에 등장하는 제품, 심지어 드라마 속 간접광고 최다 출연자 중 하나인 휴대폰까지 길 찾기 아이템으로 끊임없이 노출된다.

JTBC 여행 예능 프로그램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도 그랬다. 같은 채널의 인기 프로그램인 ‘비정상회담’에 출연 중인 외국인 멤버들이 친구의 나라로 여행하며 스튜디오에서 나눴던 문화 이야기를 체험을 통해 공유하고 있다. 앞서 5주간 중국인 멤버 장위안의 집을 방문했던 데에 이어 프로그램은 지난 3월 14일 방송된 6회부터 줄리안의 고향인 벨기에로 향했다. 벨기에 편을 시작한 6회부터는 간접광고 사상 길이 남을 명장면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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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안의 누나 집을 방문한 유세윤을 비록한 장위안(중국), 알베르토(이탈리아), 기욤(캐나다), 타일러(미국), 수잔(미국)은 난데없이 잠자리 복불복을 시작했다. 유세윤은 멤버들에게 “그럼 우리 아까 마시던 커피 있었잖아? 유치하지만 그걸 제일 빨리 마신 사람이 머리에 털고 이름 외치기 할까?”라며 게임을 제안했다.

방송 종료 5분 가량 이전, 58분 16초 무렵부터 등장한 조지아 커피는 게임을 진행하기 직전부터 게임을 마치고 테이블에서 사라지기까지 약 1분 50초가 걸렸다. 흥미롭게도 조지아 커피가 간접광고로 시청자와 2분 가량을 만난 이후엔 멤버들이 직접 참여한 조지아 커피의 중간광고가 따라붙는다. 방송 시작 전에도 당연히 코카콜라사의 조지아 캔커피 광고가 등장하는데, 코카콜라는 이 프로그램의 제작지원 업체 중에서 첫 번째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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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구집’에서 조지아 커피가 가장 노골적으로 비쳤던 장면이 바로 이 게임 장면이었을뿐 그 이전과 이후에도 멤버들은 조지아 라는 상표가 카메라에 비치도록 끊임없이 커피를 마신다. 벨기에 출국을 위해 인천공항에 만났을 때도 타일러는 조지아 커피를 처음 맛본 뒤 상표를 다시 확인해보기도 하고, 이후에도 멤버들은 벨기에 곳곳을 여행하면서도 굳이 이 커피만 마신다. 상표를 보여주기 위해 캔의 밑바닥 쪽으로만 손을 가져간 멤버들의 모습은 간간히 애처롭기도 하다.

사실 ‘내친구집’의 간접광고는 비단 캔커피만은 아니다. 한국에서 이동하며 타고 다니던 자동차(기아 카니발)를 비롯해 줄리안의 집에 모여 벨기에 살고 있는 누나를 소개할 땐 태블릿PC가 등장하고, 공항에서 만난 멤버들이 여행패션을 선보인 과정에서 알베르토가 메고 온 가방을 카메라는 꽤 오래 비춘다. “이 가방 예쁘다”는 말도 빠지지 않는데, 아니나 다를까 멤버 몇몇은 알베르토의 가방과 같은 브랜드의 의상을 입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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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티 관찰예능이 주류를 이루며 스튜디오를 벗어난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드라마 못지 않게 간접광고를 녹여낼 수 있는 공간이 많아졌다. 이미 예능 프로그램운 간접광고의 보고로 떠올랐고, 시장 역시 점차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0년 방송 프로그램에서 특정 상품을 보여주는 PPL이 합법화된 이후 지상파의 간접광고 시장은 5년간 10배 이상 성장했다. 제작비를 충당하는 한 수단으로 자리잡은 간접광고가 지상파 방송사에서마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에서 케이블과 종편은 간혹 직접광고인지 간접광고인지 헷갈릴 수준의 장면들이 끊임없이 노출된다. 해당 채널들의 관계자들은 “상업방송이기 때문에 간접광고가 나오지는 않을 수 없다”고 에둘러 이야기한다.

물론 규정이라는 것도 있으나, 지난해 연말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의 주요재원인 광고의 활성화를 위해 그간의 광고 규제를 확 풀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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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광고의 경우 상품을 직접 언급하거나 구매, 이용에 권유하는 경우, 상품의 기능 등을 허위, 과장해 시현하는 경우 등을 제외하곤 '시청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모두 허용하고 있다. 그 '시청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선이라는 것은 상당히 모호하고 주관적이나, 어찌됐건 이젠 드라마나 예능 출연자들이 제품의 특장점을 소개하는 것도, 알베르토의 가방을 예쁘다고 말하는 것도 상관없다는 얘기다.

다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규칙으로 정하는 경우 등에 대해서만 간접광고를 금지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제외하면 프로그램의 흐름이나 시청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방송 프로그램 출연자와 드라마 속 인물들은 제품의 특·장점을 소개해도 무방해진 것이다. 당연히 방통심의위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방심위는 광고규제 완화를 담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하자,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제품의 특·장점 시현을 허용한 간접광고 규제완화와 △방통심의규정 위반에 대한 방통위의 과태료 부과 신설에 대한 반대 의견이었다. 방송 프로그램이 상품의 기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 “허위나 과장이 아니라면 규제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며 “이러할 경우 방송은 홈쇼핑이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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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수많은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제품이 시시각각 등장, 프로그램이 홈쇼핑이 된 지는 오래다. 개중엔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하는 장면도 있고, 간접광고인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녹여낸 제품들도 많다. 비단 ‘내친구집’에 끝도 없이 등장하는 캔커피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다만 의구심은 든다. 커피에도 취향이라는게 있는데, 외국인 친구들은 이 캔커피가 맛있기만 했을까.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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