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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결국 밥그릇 못버린 노사정, 시한 내 대타협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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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노동시장 구조 개혁을 위한 노사정(勞使政) 대타협이 시한 내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미래세대를 위한 노동시장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지만, 결국 자신의 기득권을 놓지 못한 결과다. 노사정은 1일까지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지만 '지각타협'이 이뤄진다해도 '알맹이 없는 선언적 수준'에 그칠 확률이 커 '무책임한 반쪽 타협'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1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산하 노동시장 구조개선 특별위원회에 따르면 노사정은 대타협 시한 마지막 날인 31일 오후 5시부터 자정을 넘긴 새벽 2시까지 노사정 대표자회의와 8인 연석회의를 통해 협상에 나섰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시한 내 대타협에 실패한 것이다. 다만 대타협 논의가 중단된 것은 아니다. 노사정은 이날 오전 중 다시 8인 연석회의 등을 소집해 의견 재조율에 나서기로 했다.

전일 새벽까지 이뤄진 밤샘회의에서 노사정은 통상임금, 정년연장, 근로시간 단축 등 3대 현안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의견접근을 이뤘다. 통상임금의 범위는 대법원 판례를 가이드라인으로 삼고, 임금체계 개편은 기업 자율에 맡기되 큰 틀에서 방향을 정하기로 했다. 임금피크제 법제화 여부와 노동계가 요구한 근로시간 피크제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대립각을 보였지만, 대타협 논의 초기에 비해 상당한 진전을 보였다는 평가다.

그러나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과 관련한 부문에서는 노·사 모두 '수용불가' 입장을 밝히며 팽팽히 맞섰다. 최대 쟁점은 노동시장 유연성과 직결되는 비정규직 사용연한 연장과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요건 명확화 등이다. 경영계가 불확실성을 없애고 분쟁비용을 줄인다는 측면에서 이에 찬성하는 반면 노동계는 비정규직을 확대시킬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전일 오후 한국노총의 중앙집행위원회는 이날 대타협의 최대고비로 작용했다. 한국노총 산하연맹과 지역 대표자가 모인 중집에서는 비정규직 사용연한 연장, 임금피크제 의무화 등 5대 수용불가 사항에 대한 철회 없이 합의는 불가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그렇지 않아도 진전 없는 논의에 큰 벽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여기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역시 노조에 비정규직 등 차별시정 신청 대리권을 주는 방안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재확인하며 사실상 논의가 제자리걸음했다. 노동계와 재계가 협상의지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제기되는 까닭이다.

일자리 확대와 개선 차원에서 기대를 모았던 대타협이 시한 내 이뤄지지 못한 데는 노사정이 기득권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교섭이 한창 진행중인 상황에서 노동계가 총 파업을 예고하며 협상카드로 사용했던 것도 이미 이 같은 결과를 예고했다는 지적이다. 애초부터 노사정 대표자들에게 역할의 한계가 있었다는 비판도 있다. 조직의 기득권을 지켜내는 역할을 하는 이들이 먼저 조직의 개혁과 기득권 버리기에 나선다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현재로선 노사정이 모두 전향적 자세로 나서지 않는 이상 대타협은 어려울 전망이다. 시한을 넘겨서 대타협이 이뤄진다 해도 구체적 내용이 빠진 '선언적 수준'의 합의문이 도출될 가능성이 크다.

대타협 안이 마련되더라도 진통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양대노총 제조부문 공동투쟁본부는 노동시장 구조개선안의 일방적인 합의를 강행할 경우 공동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국회 과정에서 노사정 대타협이 정치적 수로 활용되며 당초 의도가 변질될 가능성도 크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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