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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SW 안전성 해결 없이 산업 발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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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 안전성 향상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

머니투데이

자동차, 조선, 발전, 의료 등 전 산업분야로 소프트웨어(SW)의 적용범위가 넓어지면서 SW 품질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전자·기계장치와 연결되는 SW의 기능 결함은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져 우리 사회에 큰 혼란과 피해를 줄 수 있다. 또 이들 분야의 사고는 수출 저하는 물론, 우리나라 대외 이미지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와 함께 IT융합제품 안전인증 국제 표준, 자동차 기능 안전성 국제 표준 등 SW 안전성 관련 국제 표준 제정이 잇따르고 이를 요구하는 해외 기업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대응이 절실해졌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SW 품질과 안전성에 대한 국내 인식이 낮은 편이고 SW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고급인재와 기술력 역시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테크M과 머니투데이는 융합 분야 SW 품질의 중요성을 공유하고 이를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한편, 관련 기술 향상을 모색하기 위해 3월 18일 서울 중구 한국정보화진흥원 대강당에서 SW 안전성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한 ‘SW 안전성 향상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SW공학소사이어티 회장인 권기현 경기대 교수, 유영수 현대엠엔소프트 전 대표, 박진형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박사의 주제 발표에 이어 SW 품질 전문가들의 토론이 진행됐다.

머니투데이

권기현 경기대 교수

“시작단계부터 안전한 시스템 개발 유도해야”

“코드 한 줄의 오류 때문에 리콜이 되고, 잇단 국산 무기체계 SW 결함이 발견되고 있다.” 권기현 교수는 첫 번째 주제발표자로 나서 안전 필수 산업에서 요구되는 SW 안전 수준과 국내 현실에 대해 발표했다.

권 교수는 국내 SW 안전 수준과 관련해 지하철 2호선 추돌 사고원인 조사단에 SW 전문가가 전무했고,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안전 인증기관이 없으며, SW 안전 관련 법·제도·규정이 미비한데다 안전 SW를 위한 개발자 교육 역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에 따르면 최근 SW 안전성 관련 국제 표준은 성숙된 품질 관리를 요구하고, 비정형에서 점차 엄격한 정형 기법이 강조되고 있다. 또 전반부 활동인 명세·분석·설계 활동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별 안전 수준을 명확하게 하고, 필수 SW 공학 요소기술을 보급해야 하며 안전 수준 달성을 위한 가이드라인, 역량 높은 SW 엔지니어 양성 노력이 요구된다.

권 교수는 SW 안전성을 높이려면 우선 하나의 기술로 모든 유형의 버그를 잡을 수 없기 때문에 정형 검증·테스팅·정적 분석 등 모든 방법이 동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개발해 사용 중인 시스템은 안전성 분석이 어렵기 때문에 처음부터 안전한 시스템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머니투데이

유영수 한국피더블유 대표

SW 관심·지원 늘려야 자동차 산업 발전

이 날 유영수 대표는 자동차 산업에서의 SW 동향과 안전 확보 노력에 대해 발표했다. 유 대표는 자동차의 기능안전은 안전과 관련된 기능을 수행하는 전장 시스템의 증가로 인해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있다며, 관련 국제 표준인 ‘ISO 26262’에 대해 설명했다.

ISO 26262는 시스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개발에 필요한 요구사항을 표준화한 것으로, 안전 시스템 개발을 위한 요구사항(IEC61508)의 자동차 분야 국제 표준이다. 이 표준은 ISO가 제정, 관리하고, 안전기능이 요구되는 전자(하드웨어, SW) 시스템 개발에 적용된다.

유 대표는 국내의 경우 완성차 업계는 최근 제품 개발 시 공식적으로 요구사항에 기능안전을 적용하기 시작했고, 향후 제어기 추가 및 전 차종으로 확대할 예정이며, 협력사 교육 등 지원 방안 및 가이드라인을 작성, 배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부품업체는 글로벌 완성차를 상대하는 소수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대응을 추진하고 있지만, 일부 기업은 역량 강화보다는 인증 획득 위주로 진행하고 있고 기능안전 전문가를 꾸준히 육성,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대표는 또 국내 완성차의 글로벌 약진으로 자동차 산업의 중요성이 매우 커졌으나 자동차 산업의 변화 추세 속에서 국내 자동차 부품, 특히 전장 관련 업계의 취약성을 우려했다. 우선 대부분 기계부품 산업을 기반으로 전장화를 추진하는 기업들은 작은 SW 조직이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SW 전문 인력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클 뿐만 아니라 개발 도구와 인프라 투자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SW 안전성을 위해 SW 공학 요소기술을 보급해야 하며, 안전 수준 달성을 위한 가이드라인과 역량 높은 SW 엔지니어 양성이 요구된다. 유 대표는 자동차의 안전은 SW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SW 전반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지원을 해야 자동차 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머니투데이

박진형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박사


고품질 SW가 e내비게이션의 핵심

박진형 박사는 SW를 중심으로 국제해사기구(IMO)의 해양안전 향상노력 현황과 스마트 내비게이션에 대해 설명했다. 스마트 내비게이션은 IMO의 e내비게이션과 어선 및 연안선 e내비게이션 서비스(우리나라 해역의 해상교통 환경을 고려한 특화된 서비스 제공)를 합한 개념이다.

우리나라는 내년부터 5년간 1308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한국형 e내비게이션 구축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e내비게이션은 연간 발생 해양사고를 현재의 700건에서 500건으로 줄이고, 선박 연료유 효율을 높여 경제적인 선박운항을 지원하고 효율적인 항만운영 여건을 조성해 해운물류 서비스 국가 경쟁력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이를 통해 항해통신장비 신시장 창출, 중소기업 세계시장 진출 지원을 통해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조선기자재 산업 활성화와 해상무선통신, 해상인터넷, 정보콘텐츠 산업 등 신산업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박진형 박사는 해양사고는 많은 인명과 재산의 손실을 야기하는데 전통적인 방법의 해양안전 강화 노력이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에 해양사고의 주요 원인인 인적 오류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e내비게이션은 SW를 활용한 인적오류 저감 대책으로, 고품질 SW가 e내비게이션 시스템의 핵심 요소라고 설명했다. 박진형 박사는 또 e내비게이션 시대의 해사(Maritime) SW 품질은 수명주기 관리, 데이터 품질 상 등을 통해 보장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어려움 겪는 중기 지원 필요하다”

주제 발표에 이어 SW 품질 전문가들의 생생한 토론도 진행됐다. 이 가운데 중소 전문기업들이 제대로 활동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장우현 한국SGS 전문위원은 “SW 안전성 문제는 대기업이나 대학, 연구소보다 중소기업이 가장 절실하게 겪고 있는 어려움”이라며 대안 마련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머니투데이

SW 품질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테크M과 머니투데이가 주최한 ‘SW 안전성 향상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가 3월 18일

한국정보화진흥원 대강당에서 열렸다. 토론회에서는 SW 안전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이 모색됐다.
장 전문위원은 해외 수출을 추진하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에게 필요한 안전성 관련 인증 획득을 요구하면, 중소기업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인증 획득을 추진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 중소기업이 겪고 있는 고통을 줄일 수 있도록 전문가들이 안전 SW를 개발할 수 있는 프로세스 등 SW 공학적 기술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교육을 지원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부설 소프트웨어공학센터 전수남 팀장은 SW 공학을 중소기업에 적용하기 위한 현장적용 지원사업의 한 분야로 SW 안전성 영역을 추진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전 팀장은 구체적으로 자동차, 조선 등의 산업에 대해 SW 안전성 관련 국제 표준을 중소기업에 적용하는 시범사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진형 박사는 SW에서 인력문제가 매우 중요하다며, 전통산업의 기준에 얽매여 능력 있는 SW 개발자를 특별하게 대우하는 것을 꺼려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SW 안전성 분야의 인력양성의 핵심은 대학의 교육이라며, 처음부터 SW 엔지니어링에 기반 한 교육이 이뤄져야 하며, 표준과 프로세스를 대학의 교과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머니투데이

토론회 후 발표자와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병석 나눔테크 연구소 부소장은 정부가 2020년 세계 7대 의료기기 강국에 진입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실제 의료기기 업체들은 의료기기에 쓰이는 SW가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설계하고 검증해야 하는지 잘 모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병석 부소장은 실제 기업에서 필요한 것은 SW를 설계하고 검증하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SW 공학적 방법이라며, 이를 위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명선 포스코ICT 기술전략그룹장은 SW 인증을 받기 위해 필요한 도구가 매우 고가이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부담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인증을 위해 필요한 도구를 중소기업에게 제공하거나 국가 프로젝트로 인증에 필요한 도구를 만들어 중소기업에게 쓸 수 있게 하는 방안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은 SW공학센터 소장은 “낮은 단계의 인증의 경우 SW공학센터가 확보한 개발방법, 가이드, 도구, 컨설팅을 제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고 전제하고, “다만 높은 단계의 인증 획득을 지원하는 것은 현재 한계가 있는데, 이번 토론회가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법 모색을 시작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테크M은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해 국내 SW 안전성 향상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를 지속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강동식 기자 임혜지 인턴기자 사진 송은지

테크M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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