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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취재파일] 나빠지는 서울시 대기질…낡은 경유차가 한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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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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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공기가 나날이 나빠지고 있습니다. 서울시의 미세먼지 농도는 2012년 이전까진 감소하는 추세였지만 2013년과 2014년 미세먼지농도가 다시 증가했습니다. 2012년 서울의 연평균 미세먼지(PM10) 농도는 41㎍/㎥이었는데, 2013년은 45㎍/㎥, 2014년엔 46㎍/㎥까지 늘어난 겁니다.

연구 결과마다 차이는 있지만, 미세먼지의 30~50%는 중국에서 온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나머지 미세먼지는 우리나라에서 쓰레기를 소각할 때, 공장에서 또 자동차에서 발생한 것들입니다.

특히 경유(디젤)차량은 미세먼지를 많이 내뿜는 천덕꾸러기로 2002년부터 집중 조명대상이 됐습니다. 정부와 수많은 연구 기관이 경유차량은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한다고 강조했지만, 경유차의 인기는 식지 않았습니다. 2002년에 서울시에 등록된 경유차는 61만 5천 대였는데, 2014년엔 99만 7천 대까지 62% 늘어났습니다. 전체 자동차가 12% 증가한 데 비하면 늘어난 비율이 컸습니다. (02년 : 269만대 →14년 : 301만대)

경유(디젤)차량은 2005년부터 미세먼지를 저감 할 수 있는 ‘DPF’(배기가스 후처리장치)장착이 의무화됐습니다. 2005년 이전에 자동차들에도 지원금을 주고 DPF 장착을 확대하고 있지만, 모든 차에 지원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DPF가 설치되지 않은 연식이 오래된 경유차에서 미세먼지가 얼마나 나오는지 국립환경과학원 소속 교통환경연구소에서 실험해 봤습니다. 실험 차량은 DPF가 부착되지 않은 04년식 경유 SUV 차량으로 미세먼지 저감장치를 장착한 2015년식 경유 SUV 2대와 세단 1대를 비교해 봤습니다.

04년식 차량의 경우 1km를 갈 때마다 미세먼지가 321mg씩 방출됐습니다.

반면 15년식 차량은 1km당 1mg보다 적은 양이 나왔습니다.

▶ 저감장치 없음
- 산타페 321.49286mg/km

▶ DPF 부착
- 투싼(SUV)0.0952mg/km
- 소렌토(SUV) 0.31618mg/km
- 그랜져(세단) 0.6018mg/km

시행횟수를 늘리고, 같은 차량 여러 대로 실험해야 더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겠지만, 굳이 따지자면 500~3,000배 정도 미세먼지가 더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시가 올해 공해를 유발하는 노후 자동차 1만 4천여 대에 대해 매연저감장치 부착, 엔진개조, 조기폐차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건, 이처럼 오래된 경유 차량이 대기오염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사실 DPF의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에, 전 차량이 DPF를 부착하면 미세먼지 문제는 조금 안심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경유차와 대기 질 문제는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문제가 되는 건 이산화질소(NO2)입니다. 이산화질소(NO2)는 대기 중에 78%를 차지하고 있는 질소(N2)가 자동차의 연소반응 과정에서 산소(O2)와 반응해 생성되는 물질로 호흡기에 악영향을 준다고 알려진 물질입니다. 특히 최근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이산화질소(NO2)가 호흡기뿐만 아니라 심혈관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2002년 이후 경유차에 대한 집중 관리에 들어갔지만, 이산화질소의 대기환경 기준인 0.03ppm을 단 한 번도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또 미세먼지와 마찬가지로 2012년 0.030ppm까지 떨어졌던 이산화질소 농도는 2014년 0.033ppm까지 다시 증가했습니다.

문제는 DPF가 부착된 차량은 미세먼지는 걸러내지만, 이산화질소는 전혀 걸러내지 못한다는 겁니다.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 엄명도 박사는 “작년에 출시된 차량들은 대부분 유로-6 기준을 만족하는 미세먼지-질소산화물(PM10-) 동시 저감장치가 부착되어있지만 대부분 차량은 이산화질소를 걸러내지 못한다.”고 답했습니다.

앞서 실험 차량인 04년식 경유 SUV 차량과 미세먼지-질소산화물(PM10-) 동시 저감장치가 부착된 차량들의 질소산화물 방출량을 비교해 본 결과, 04년식 차량의 배출량이 8~13배 높게 나타났습니다. 04년식 차량은 1km마다 0.376g의 이산화질소를 배출했고 질소산화물 저감장치가 붙어있는 차량은 0.03g 안팎의 이산화질소를 배출했습니다.

▶저감장치 없음
- 산타페 0.376 g/km

▶PM10- 동시 저감장치 부착
- 투싼 (SUV) 0.031 g/km
- 소렌토(SUV) 0.048 g/km
- 그랜져(세단) 0.029 g/km

이산화질소 배출을 줄일수 있는 저감장치가 보급되기까진 아직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습니다. 단가만 해도 차량 크기와 배기량에 따라 200~700만원선이라 지방자치단체의 예산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는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또 대기 질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려면 중국환경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가 필요합니다. 예전에 중국에서 넘어온 미세먼지는 주로 난방이나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황(S) 성분이 많았는데, 최근 중국발 미세먼지에는 점점 자동차가 내뿜는 질소(N)성분이 많아지고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쉽게 말해, 예전 중국발 미세먼지의 주된 원인은 중국 공장이었는데, 최근에는 자동차가 주된 원인이라는 겁니다. '어떻게 줄일지' 보다 '무엇을 줄일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정구희 기자 koohe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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