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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탈북여성 1호 박사 이애란의 북한통신]개똥밭에 굴러도 자유 한국이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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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담에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라는 말이 있다.

최근 북한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 대변인은 조국평화통일위의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탈북자들의 처지를 거론하면서 “우리주민들에 대한 유인납치행위를 당장 중지하고, 이미 끌어간 우리 주민들을 지체 없이 돌려보내라"고 헛소리를 했다고 한다.

대한민국에 입국한 약 3만명의 탈북자 중 한국 정부가 꼭 필요로 해서 납치한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탈북자들은 북한 정부가 쓴 오이 보듯 하며 사람값으로 쳐주지도 않던 노동자, 농민이나 출신성분 나쁜 자들이 대부분이다. 한국에 입국할 때도 천문학적인 브로커 비용을 지불하고 각자의 선택에 따라 한국에 온 것이지, 누가 강요하거나 납치를 해서 데려온 사람은 없는 것 같다.

탈북자들을 만나 탈북 경위를 물어보면 북한 정권의 야만적인 탄압을 피해 탈북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탈북자들끼리 모여 앉으면 북한 가족에게 돈 보낼 걱정과 북한에 남겨둔 가족을 데려올 생각들만 털어놓는다. 한국이 북한보다 살기가 나쁘면 왜 가족 데려올 생각을 하겠는가?

북한 민화협 대변인은 "지금 많은 탈북자들은 괴뢰패당의 비인간적 처사와 너절한 동족대결 망동에 격분을 금치 못하면서 괴뢰 끄나풀들에게 속아 남조선에 끌려간 것을 후회하고 있다. 남조선에 대한 환멸로 다시 탈남해 3국으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한다"고 주장했지만 터진 입이라고 아무렇게나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

물론 한국은 이미 선진국이고 국제화돼 말귀도 잘 알아들을 수 없고, 북한에서 온 탈북자 중에 홀대를 받는 경우가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 국가가 국민을 먹여 살리는 배급제 나라도 아니라 각자가 알아서 열심히 살아가야하는 자유시장경제이기 때문에 모든 것은 자유이며 책임 또한 자율적이다. 열심히 노력하는 것도 자신의 의지이며 빈둥거리며 놀고먹는 것도 자신의 선택이다.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 가장 슬펐던 것은 나를 찾는 곳이 없다는 점이었다. 북한에서는 이른 새벽부터 ‘세대 주동원’이라는 사람들이 문을 두드리며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게 들볶는다. 월급도 배급도 주지 않는 직장이지만 하루라도 결근하거나 지각을 하면 처벌을 받아야 했다. 출근도장 찍는 일을 건너뛰려면 ‘식량휴가신청서’를 내고 휴가 대가로 월급의 4~5배 정도를 상납해야만 했다. 출근을 하지 않고 다른 지방으로 장사를 가게 되면 그 만큼 돈을 많이 번다고 해서 월급의 몇배 되는 돈을 미리 상납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 살면서 보니 한국에선 누가 놀고먹거나 말거나 간섭하는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일하지 않고 놀고먹는 사람들에게 기초생활수급이라는 공짜 돈까지 주고 있었다. 북한에서는 잘난 사람들만 입사증을 받고 국가에서 주는 주택에 살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영세민들, 힘없고 가난한 자들만이 국가에서 빌려주는 아주 저렴한 가격의 임대주택에 살 수 있었다.

북한에서는 좋은 출신성분에 권력과 수완이 있는 사람들만이 국가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힘과 권력, 수완이 없는 사람일수록 국가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국가의 혜택을 많이 받는 사람이 능력 있고, 똑똑하고, 대단한 사람이었지만 한국에서는 국가의 혜택을 받지 않고 스스로 잘사는 사람, 오히려 국가와 사회를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더 많이 내어놓는 사람이 위대한 사람이고 능력 있는 사람이다.

김정일은 300만명이 굶어죽을 때도 백성들에게 “밭머리에 순직하라”며 굶어죽기를 강요했다. 하지만 한국에는 최소한 굶어죽는 사람은 없다. 마음대로 의견을 내고, 시위도 할 수 있고, 그래도 맘에 안 들면 다른 나라로 망명할 자유와 기회도 있다. 누가 다른 나라로 망명했다고 해서 그 가족이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가거나, 다른 나라에 망명했다가 돌아왔다고 해서 공개처형을 당하는 일도 없다.

탈북자 대부분에게 북한 생활은 지옥이었다.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받는 여러가지 소외, 홀대가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북한과 비교하면 한국은 천국이라고 생각한다.

[이애란 박사(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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