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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끝없이 진화하는 이동통신, 산업 생태계까지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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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서비스의 경제학②]이통사 매출증가, 고용유발이어져...전후방산업 GDP 6.6%

(서울=뉴스1) 맹하경 기자 = '하트 차단 어떻게 해요?'

'하트 구걸'이란 말까지 유행시키며 온국민을 하트앓이에 빠트렸던 '애니팡' 신드롬을 기억할 것이다. 모바일 메신저로 난데없는 하트 요청이 쇄도하자 인터넷에 차단 방법을 찾는 이들도 있었을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그저 반짝 스치는 진풍경으로 보기엔 심상치 않은 현상이었다. 게임에서 시작된 변화는 쇼핑과 뉴스, 뱅킹으로까지 이어졌으니 말이다. 길을 걸어가면서 계좌이체를 하고 돈을 송금하는 것도 가능해지고 지하철 출근길에 저녁 찬거리를 주문할 수 있다.

'손안의 비서' 스마트폰이 몰고온 '모바일 라이프'다. 스마트폰 활용도가 모바일 메신저나 통화에 그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우리가 매월 지불하는 이동통신 요금을 데이터 사용대가로만 여기는 것도 너무 지협적이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모든 산업이 모바일로 향해 바뀌기 시작했다. 말그대로 '모바일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이런 변화를 무시하며 모바일을 얕본 산업들은 쪼그라들고 있다. 스마트폰이 몰고온 변화는 우리 일상뿐 아니라 산업 생태계까지 변화시키고 있는 중이다.

◇스마트폰 등장으로 모바일 '활짝'…'LTE'가 지렛대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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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2만7000테라바이트(TB)였던 트래픽은 2014년 12월 11만9000TB로 급증했다. 올 1월에도 11만8000TB수준을 유지, 3년만에 트래픽이 5배 가까이 폭증했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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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09년말이다. 당시 KT는 애플의 '아이폰'을 단독 판매하면서 스마트폰 열풍을 이끌었다. 아이폰 열풍에 위기를 느낀 삼성전자는 절치부심하며 아이폰 따라잡기에 몰입한 결과 '갤럭시' 스마트폰을 탄생시켰다. 이 시기부터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급속히 늘어나기 시작했다.그러나 스마트폰만 등장했다고 해서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으로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나 웹서핑 등을 하려면 그만큼 속도가 빨라야 한다. 이는 이동통신업체들의 망투자가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이통사들은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인 2010~2011년 롱텀에볼루션(LTE) 망투자에 집중했다.

2012년 상용서비스되기 시작한 LTE는 최고 150메가비피에스(Mbps)의 속도를 제공한다. 이는 3세대(3G) 이동통신 서비스의 최고 속도 14.4Mbps보다 10배 이상 빠른 것이다. 또 최고 속도가 14.4킬로비피에스(Kbps)에 불과했던 2세대(2G)보다 무려 1만배 이상 빠른 속도다. 2000년 초중반에 서비스됐던 2G 기술은 당시 통화연결음도 겨우 내려받을 정도였다.

이통사들은 LTE 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2013년 LTE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한 'LTE-어드밴스드(A)' 서비스를 내놨고, 이어 올해에는 3밴드 LTE-A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상용화시켰다. 3밴드 LTE-A 이동통신 기술의 최고 속도는 300Mbps에 달한다. LTE보다 2배 빠르다.

LTE는 모바일 시장성장의 지렛대 역할을 했다. LTE가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의 데이터 사용량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월단위 모바일 트래픽 집계를 시작한 2012년 1월 2만4000테라바이트(TB)였던 트래픽은 올 1월 11만8000TB까지 5배 가까이 치솟았다. 이동전화 가입자도 계속 늘어났다. 2012년 5300만명이던 이동전화 가입자는 2013년 5400만명으로 늘어나더니, 2014년 5700만명까지 넘어섰다. 이는 우리나라 인구보다 많은 숫자다. LTE 서비스 가입자도 2012년 1600만명에서 올 1월말 3670만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스마트폰 사용자 증가는 LTE 가입자 증가를 이끌었고, LTE 가입자 증가는 모바일 기반의 서비스 산업을 새롭게 창출시키고 있다. '1인 1폰' 시대도 옛말이다. 스마트폰 외에도 통신기능을 갖춘 태블릿PC와 스마트워치까지 등장하면서 한 사람이 여러 대의 모바일기기를 사용하고 있고, 이런 흐름이 이동전화 가입자를 지속적으로 증가시키고 있다.

◇모바일, 산업지형 바꿨다...게임·쇼핑·광고 '희비교차'

모바일 기기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관련산업은 몇 년새 눈부시게 성장했다.

LTE 서비스 원년인 2012년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규모는 8009억원에 이르렀다. 이는 2011년 4236억원에 비해 89.1% 늘어난 규모다. 2013년에는 전년대비 190.6% 성장한 2조3277억원까지 시장규모가 팽창했다. 이는 국내 게임산업의 지형까지 바꿔놨다. 온라인게임 업체들은 실적부진에 극심한 경영악화에 시달리기 시작했고, 모바일게임 업체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게임산업의 중심축으로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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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는 8009억원으로 전년도(4236억원) 대비 89.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2013년에는 2조3277억원까지 치솟아 전년대비 190.6%의 성장률을 보였다. (출처=2013 대한민국게임백서)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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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상거래 시장도 변화의 바람이 일었다. 온라인쇼핑 이용자들은 서서히 모바일쇼핑으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관련 시장도 급속히 확대됐다. 2013년 모바일쇼핑 시장규모가 5조3000억원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규모는 2012년에 비해 200% 성장한 것이다.

지금 추세로 간다면 2016년에 이르러 온라인쇼핑 거래액 가운데 모바일 거래액이 절반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모바일 쇼핑의 최대 수혜자는 모바일 쇼핑공간을 마련하고 상품검색 기능강화에 집중한 오픈마켓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오픈마켓 모바일 거래액은 4조5200억원으로 추정되며, 이는 2012년 5800억원 대비 679% 성장한 수준이다.

모바일쇼핑 이용자들이 늘어나면서 관련 산업도 덩달아 커지기 시작했다. 모바일에 상품을 내놔야 잘 팔리니 모바일 광고시장도 커지고 있다. 2011년 전체 온라인 광고시장에서 3%대에 머물던 모바일광고 비중은 2012년 8.7%까지 올라간 뒤, 2013년에는 15%를 돌파했다. 모바일 광고 시장규모는 2011년 736억원에서 지난해 8391억원으로 나타나 3년만에 11배나 커졌고, 올해는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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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온라인 쇼핑에 오가는 거래액 중 모바일 거래액의 비중은 2016년 50%에 육박할 전망이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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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모바일 시장이 커지면서 쓴맛을 본 산업도 있다. 스마트폰에서 가능한 모바일게임 이용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온라인게임은 그야말로 '죽쑤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2013년 온라인게임의 시장규모는 5조4523억원으로, 2012년 6조7839억원보다 19.6% 쪼그라들었다. PC방도 2012년 1조7932억원에서 2013년 1조6618억원으로 7.3% 떨어졌다. PC쇼핑 역시 2013년 33조7700억원에서 2014년 31조9500억원으로 감소추세로 돌아섰으며, 올해는 29조7900억원으로 30조원대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출신 한 전문가는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통신 네트워크는 플레이 그라운드"라며 "이 운동장이 탄탄하면 이 위에서 뛰어노는 산업들도 성장하기 때문에 파급효과 면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는 산업"이라고 설명했다.

김용규 한양대 교수는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이 돼서 좋아진 것은 바로 생산성"이라며 "예컨대 업무를 처리할 때 많의 양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바일 단말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런 것이 바로 생산성이며 이동통신서비스가 없었다면 일어날 수 없었던 파급효과"라고 밝혔다.

◇이통서비스와 기기 GDP 증가에 6.6%기여..."전후방 효과 크다"

모바일 시장의 성장이 게임이나 쇼핑, 광고 등 전후방 연관산업의 변화를 가져왔는데, 사실 이 변화의 궁극에는 이동통신서비스가 존재한다. 이동통신서비스가 발전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이동통신 시장은 지난 20년간 세계가 부러워할 정도로 빠른 속도와 품질향상을 이뤄냈다. 지난 20년간 이통사들은 한해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투자를 지속했고, 이통사들의 투자금은 국내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종잣돈'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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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서비스의 전후방 경제 파급효과를 알아볼 수 있는 Δ생산 유발 Δ부가가치 유발 Δ고용 유발 계수. (출처=연권흠, 김용규 '이동통신 산업의 경제 파급 효과 분석'(2014))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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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2010년까지 20년간의 이동통신산업 파급효과를 분석한 김용규 한양대 교수는 "장비와 유통, 서비스 등 산업 전반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낳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후방 경제 파급효과는 크게 생산 및 부가가치 효과, 고용유발 효과 등으로 분석 가능하다. 먼저 2010년 이동통신서비스의 생산유발계수는 1.26원이다. 이동통신서비스가 1원 생산할 때 이동통신산업을 제외한 다른 산업에서 1.26원만큼의 생산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1990년 0.33원에서 4배 가까이 늘었다. 마찬가지로 이통서비스 1원 생산에 따른 다른 산업의 부가가치 유발 정도는 2010년 0.55원이다. 이는 1990년 0.15보다 3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이같은 수치를 종합해 2010년 이동통신서비스로 인한 타산업의 생산과 부가가치 유발 규모는 각각 28조4000억, 5조1000억에 달한다. 김 교수는 "파급 효과 정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며 "영향을 받는 산업은 전기 및 전자 기기부터 대리점 등 유통서비스, 교육서비스, 금융 및 보험 서비스 등 산업 전반에 걸쳐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이동통신 매출에 따라 고용이 늘어나는 효과도 관측됐다. 2010년 이동통신서비스 매출이 10억원 증가하면, 이외 산업에서는 7.98명의 고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1990년 5.6명 고용을 유발하는 것보다 2.38명 늘어난 수치다. 김 교수는 "2010년 기준 고용유발된 인원은 18만명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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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서비스가 1원 생산할 때 도소매서비스, 정보통신 및 방송, 산업지원, 부동산 및 임대 등 다양한 다른 산업에서 부가가치가 유발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출처=연권흠, 김용규 '이동통신 산업의 경제 파급 효과 분석'(2014))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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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또 "이같은 생산과 부가가치, 고용 등 유발 효과를 이동통신기기의 효과까지 합산해 분석하면 2010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약 6.6% 정도가 이동통신 산업으로부터 파생되고 있다"며 "우리나라 경제에 굉장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행 투입산출표가 5년 단위로 나오는 한계로 현재와는 괴리가 있는 분석일 수 있으나, 2015년에는 이 효과가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상택 이화여자대 교수(정보통신정책학회장)는 "경제적 전후방효과를 짚어보려면 산업구조가 많이 변하고 있지 않은 경우일수록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동통신은 정말 변화무쌍하며 1년이 마치 타 산업의 10년과 같다"며 "이로 인해 정확한 경제적 효과를 분석하기는 힘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파생되는 경제적 효과가 굉장히 크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hkma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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