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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김기태 매직쇼' 광주서도 개봉 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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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김기태 KIA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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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와의 개막전(28일)에서 패한 LG 선수들은 29일 경기 전 옛 스승 김기태 KIA 감독과 그라운드에서 재회했다. LG 선수들이 “전관예우를 해 드린 것”이라고 애써 위안을 삼자 김 감독도 환하게 웃으며 “고맙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이날 LG의 쓰라린 역전패는 더 이상 농담이 나올 상황이 아니었다. 6-5로 앞서 승리를 눈앞에 뒀던 LG는 9회말 KIA 브렛 필에게 역전 끝내기 홈런을 얻어맞고 개막부터 무거운 몸을 구단 버스에 실어야 했다.

상대는 올 시즌 최약체급으로 분류된 KIA였기에 LG의 충격은 더 컸다. KIA는 올 시즌을 앞두고 리그 정상급의 키스톤 콤비(김선빈 안치홍)가 통째로 빠져 나가고, 지난 시즌 3할을 쳤던 ‘대도’ 이대형은 kt에 특별지명 선수로 빼앗겼다. 베테랑 포수 김상훈과 투수 유동훈은 은퇴했고, 마운드의 든든한 축이었던 김진우는 허벅지 부상으로, 김병현은 맹장수술로 각각 이탈했다. 지난해 전력으로도 강 팀이라 볼 수 없었던 KIA는 ‘차포’에 ‘마상’까지 떼고 사실상 마음을 비우고 맞는 시즌이다.

그런 KIA 구단과 팬들에게 유일한 희망은 고향으로 돌아온 새 사령탑 김기태 감독에 대한 기대였다. 2013년 LG의 지휘봉을 잡고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던 그 리더십이다. 당시 10년간 하위권에서 전전하던 LG에 대한 전망 역시 지금 KIA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김 감독은 김용의와 문선재를 개막부터 파격적으로 기용해 베테랑과 기막힌 조화를 이끌어내며 결국 일을 냈다.

김 감독은 이길 때나 질 때나 팀 분위기가 좋아야 한다는 철칙을 세웠고 그러기 위해 KIA에서도 선수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갔다. 생각지도 못한 플러스 전력 요인도 거기에서 비롯됐다. 은퇴 기로에 섰던 최희섭이 김 감독의 부름을 받고 방망이를 다시 잡았으며 한 때 KIA와의 사이가 소원해졌다는 소문이 돌던 윤석민도 돌아왔다. 윤석민은 개막전 세이브로, 최희섭은 29일 추격의 솔로홈런을 터뜨리는 등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부활을 예고했다.

KIA가 일본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 9전 전패를 당했을 때만 해도 야구계에선 ‘그러면 그렇지’라는 반응이 나왔지만 김 감독은 “앞으로도 많은 어려운 일이 닥치겠지만 늘 웃으면서 야구하자”고 선수들에게 당부했다. 개막전 결승 홈런의 주인공인 주장 이범호도 “감독님이 어떤 분인지 선수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고 말했다.

단 2경기로 속단하기에는 이르지만 야구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고, 선수들의 능력은 무궁무진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입증하기 시작한 김 감독이다. 잠실을 들끓게 했던 ‘김기태 매직’의 속편이 빛고을 광주에서 개봉될 조짐이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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