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아버지 등치려다 동네형에 뒤통수…한심한 아들 덜미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아저씨 아들이 내 목걸이를 훔쳐갔는데 어떻게 할 거예요? 배상 안 하면 경찰에 신고할 겁니다!"

성동구의 한 중소기업 대표 박모(49)씨는 지난 10일 오후 회사에서 일을 보던 중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중학교 3학년생인 아들(14)이 강남구 신사동의 단골 PC방에서 알게 된 동네 형 주모(19)씨로부터 130만원짜리 금목걸이를 훔쳐 달아났다는 것.

멋대로 학교를 빼먹는 등 종종 불량한 태도를 보이긴 했지만 남의 물건에 손을 댄 적은 없었던 아들이 절도죄를 지었다는 말이 믿기지 않았던 박씨는 한달음에 현장으로 달려갔다.

PC방에는 주씨 외에도 그의 친구라는 김모(19)씨가 있었다. 이들은 박씨의 아들이 주씨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테이블 위에 놓인 금목걸이를 들고 달아나는 장면이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을 박씨에게 보여줬다.

보통 부모의 경우 어떻게든 합의를 보고 무마하려는 것이 인지상정이겠지만, 박씨는 오히려 "내 아들이 맞긴 한데 진짜 금목걸이를 가져간 것인지는 모를 일이니 일단 신고하자"고 말했고, 그때부터 상황은 복잡하게 꼬이기 시작했다.

김씨 등은 "정말 신고해도 아들이 괜찮겠냐"며 박씨를 을러대다 결국 경찰에 박씨 아들을 절도 혐의로 신고했다.

박씨는 집에 돌아온 아들을 호되게 추궁하다가 "물건을 훔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며 경찰서로 끌고 가려 했다.

그러자 김씨 등이 돌연 박씨에게 "신고를 취소할 테니 합의금을 받는 선에서 끝내자"고 제안했고, 박씨는 두 사람에게 현금 150만원을 넘겼다.

합의금에만 신경 쓰는 듯한 석연치 않은 이들의 행동은 경찰관의 예리한 직관에 꼬리를 잡혔다.

강남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 문천식(45) 경위는 김씨와 주씨에게 공동공갈 전과가 있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강한 의심을 품게 됐다.

탐문에 나선 문 경위는 "박씨의 아들이 아버지를 상대로 '공갈'을 쳐서 150만원을 받아내고도 빌려간 돈을 갚지 않는다"는 진술을 확보했고, 박씨의 아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자백을 받아냈다.

박씨의 아들은 부모가 용돈을 줄이면서 이곳저곳에 빚을 지는 등 주머니 사정이 궁한 상태였고, 이런 사정을 알게 된 김씨와 주씨는 "네가 금목걸이를 훔쳤다고 아버지를 속인 뒤 합의금을 뜯어 3분의 1씩 나눠갖자"고 박씨 아들을 꼬드겼던 것.

하지만 김씨와 주씨는 150만원 중 140만원을 둘이서 나눠 가져 박씨의 아들이 손에 넣은 금액은 10만원에 불과했다.

경찰은 지난 23일 김씨와 주씨, 박씨의 아들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상 공동공갈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다만 박씨의 아들은 피해자가 아버지인 이유로 '공소권 없음' 처리됐다.

경찰 관계자는 31일 "미성년자가 이런 범행에 끼어드는 대담함을 보인 것이 안타깝다"면서 "처벌보다는 선도가 중요하고 부모와 자식 간의 대화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hwangch@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