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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바다에 버린 살인 흉기, 그들의 눈을 피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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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장원우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과학수사계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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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과학수사요원들이 수중 감식을 진행 중인 모습. /사진제공=경찰청 과학수사센터.


# 지난 4일 오전 8시. 부산·경남·광주지방경찰청 소속 수중과학수사요원 6명이 경남 남해군 서면의 선착장에 모였다. 방파제 앞 바다 깊숙이 가라앉아 있을 살인미수범의 범행 흉기를 찾아내기 위해서다.

살인미수범 A씨는 앞서 지난달 25일 본인에 대해 험담을 하고 다닌다는 이유로 길이 60~70cm에 달하는 흉기로 B씨의 옆구리 등을 찔러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실제 흉기보다 훨씬 작은 부엌칼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범인이 사건발생 다음날 흉기를 바다에 버렸다는 지인의 진술을 확보한 경찰은 증거물을 찾기 위해 수중과학수사대에 협조를 요청했다. 요원들은 오후 6시30분까지 장장 10시간여에 걸친 수중감식 끝에 등대 밑 수심 3m 지점 바위틈에서 흉기를 인양해냈다. 유일한 증거물을 확보한 것이다.

경찰이 수중에서 발생하는 각종 강력범죄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수중과학수사요원을 적극 양성하고 있다. 지난 2013년 13명의 수중과학수사요원을 선발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62명의 요원들이 각 지방청 수중과학수사대 소속으로 현장 감식에 시범 투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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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우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과학수사계 경위가 수중과학수사요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 중이다. /사진제공=경찰청 과학수사센터.


요원 선발부터 교육·현장투입을 총괄한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소속 장원우 경위는 30일 "대학 때 스킨스쿠버를 접한 후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스킨스쿠버 기술과 경찰의 과학수사 기법을 접목시키면 어떨까 해서 수중과학수사대를 제안했다"며 "수중 사건도 육지와 동일하게 수사돼야 한다는 게 모토"라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범죄사건의 15% 가량이 강, 저수지, 바다 등 수중과 관련돼 있다. 연평균 1600~1800여건 수중사건이 발생하고 이 중 시신유기 등 강력범죄 비중은 10% 수준이다.

수중에서 발생한 강력범죄의 경우 최초로 발견된 장소에 대한 확인부터 촬영, 주변 감식, 채집, 증거물 인양을 통한 법정 증거능력 확보 등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기존에는 해양경찰을 통틀어 이 같은 전문적인 감식 단계가 전무하다시피 했다. 때문에 수중에서 민간에 의해 발견된 증거물이 법정에서 증거능력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유가족들이 민간 잠수사에 수백~수천만원의 거액을 지불하고 시신 수색과 인양을 부탁하는 경우도 있었다.

장 경위는 "62명 요원들은 스킨스쿠버는 물론 공신력 있는 미국 단체에서 제공하는 PSD(Public Safety Diver) 수중수사기법 과정을 모두 통과했다"며 "수중은 조류나 지형지물의 영향으로 시야확보가 어렵고 활동시간도 30~40분으로 제약돼 긴급투입을 위한 자체 훈련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 지방청 소속으로 돼 있는 수중과학수사대의 정식 출범을 앞두고 요원들은 이미 각종 수중 강력사건에서 활약하고 있다.

지난 1월4일 대구지방경찰청 소속 요원 등은 대구에서 발생한 납치의심 용의자 소유차량을 경북 영덕군 남정면 소재 방파제 인근 수중에서 발견, 수중수색을 통해 뒷좌석에서 사망한 용의자를 인양했다. 실종된 피해자의 유류품 등도 발견했다.

장 경위는 "앞으로 전국 17개 지방청에 현장 감식 최소인원인 4명씩 요원을 배치해 제대로 된 수중감식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출 것"이라며 "수중 감식은 구조·인양 위주의 소방과는 다른 새로운 영역이기 때문에 과학수사의 한 분야로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희은 기자 gorg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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