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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맛집 랭킹 알고보니 ‘돈맛’… 못 믿을 배달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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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 민족’ 가입 음식점 “광고비가 좌우” 불만

비싼 광고 상품 이용할수록 평점·주문수 상관없이 상위

이용자 ‘진짜 맛집’으로 착각

김모씨(39)는 서울 은평구에서 10년째 백반집을 하고 있다. 평판도 좋고 꾸준한 단골도 있다. 재작년 가입한 배달음식 애플리케이션 ‘배달의 민족’에서도 인기가 높았다. 김씨네 식당은 ‘배달의 민족’이 20개 음식점을 선정하는 ‘우리동네 맛집 랭킹’ 코너에서 상위권을 달렸다. 그러나 배달의 민족이 제공하는 광고서비스 중 수수료와 이용료 부담이 낮은 상품으로 갈아타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배달의 민족은 ‘울트라콜’과 ‘파워콜’이라는 2가지 광고서비스를 제공한다. 울트라콜은 세금을 포함한 월이용료가 6만5000원이고, 수수료 13.8%가 붙는 바로결제 서비스에 의무가입해야 한다. 파워콜은 세금을 포함한 월이용료가 3만3000원으로 울트라콜의 절반 수준이고 바로결제 서비스 의무도 없다. 대신 울트라콜 가입자가 누릴 수 있는 최상단 노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김씨는 한동안 울트라콜을 이용하다 이용료와 수수료를 감당하기 어려워 파워콜로 갈아탔다. 이후 맛집 랭킹 코너에서 김씨네 식당은 맨 아래인 20위로 떨어졌다. 울트라콜을 쓸 때만 해도 김씨네 식당은 리스트 최상단에 걸려 있었다.

배달의 민족 측은 “평점, 리뷰, 주문건수 등을 종합 반영해 맛집을 선정한다”고 했다. 그러나 김씨네 지역 맛집 랭킹 코너(한식·분식)에서 현재 최상단에 위치한 식당의 평점은 3.9점이고 주문수는 2745건이다. 랭킹 20위인 김씨네 식당은 평점 4.4점에 주문수 7761건을 기록하고 있다. 김씨는 29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맛집 랭킹은 맛과 서비스, 고객 만족도를 기준으로 선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본사에 돈을 얼마나 더 많이 내는지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는 건 말이 안된다”고 했다. 이어 “맛 하나는 근방에서 최고라는 자존심으로 10년째 가게를 꾸려왔는데 이런 식으로 하니까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이용자들이 맛집 랭킹을 문자 그대로 ‘맛있는 가게’ 순위로 오인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맛집 랭킹은 이용료와 수수료를 많이 내는 울트라콜 가맹주를 우선 순위에 올리는 일종의 광고서비스일 뿐이다. 그러나 고객들이 배달의 민족 앱에서 이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30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표시광고법 관련 고시를 보면 대가를 받고 광고할 때는 표시를 하게 돼있다. 맛집 추천을 하면서 수수료와 광고비 기준으로 선정된다는 사실을 소비자에게 명확히 알리지 않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심진용·김서영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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