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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정동영 “야당 심판” 관악을 출마… 내년 총선 ‘전초전’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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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의 ‘각개약진’ 현실화… 새누리 열세지역 기회로

문재인 “단일화 없을 것” 야권 재편 도화선 가능성

정동영 전 의원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가 4·29 재·보선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관악을 보선은 ‘야권 분열’ 선거의 전형이 됐으며, 그 결과는 향후 야권 재편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야당이 ‘야당 심판’을 내건 이례적인 선거다.

야권은 내부적으로 사활을 건 대결을 벌일 수밖에 없게 됐고, 새누리당은 그동안 사실상 ‘포기 지역’이었던 이곳에서 의원 배출의 기회를 잡게 됐다.

경향신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앞줄 가운데)가 4·29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정태후 후보(오른쪽)와 함께 30일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 김창길 기자


■ 20대 총선 ‘파일럿 선거’

국민모임 소속 정 전 의원은 재·보선 한달을 앞둔 30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선거는 ‘이대로 좋다’는 기득권 정치세력과 ‘이대로는 안된다’는 국민 간의 한판 대결”이라며 “저를 그 도구로 내놓겠다. 정면 승부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모임과 정동영의 승리는 박근혜 정권에 대한 진정한 심판이 되고 정치판에 지각변동을 일으켜 여당·야당 모두 정신 차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정 전 의원의 출마로 관악을에서는 야권 분열 선거가 현실화됐다. 이미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물론 정의당·노동당, 옛 통합진보당 후보도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야권의 각개약진 형태로 치러지는 관악을 보선은 20대 총선의 ‘파일럿 선거’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다. 현재로선 새정치연합도 야권 연합에 부정적이고, 진보정당들도 독자 생존을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내년 총선에서 ‘여당 대 다수 야당’ 구도로 선거가 치러질 때 각 당이 받을 수 있는 성적을 미리 점검해보는 장이 된 것이다.

본격적인 야권 주도권 경쟁의 시작이기도 하다. 진보정당들은 하나같이 “야당다운 야당이 없다”면서 여당은 물론 제1야당 심판론을 앞세우고 있다. 선거전에서 새누리당은 뒷전으로 밀리고 야당간 연대 가능성 모색과 상호 견제가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야권 재편의 시발점이 될지도 주목된다. 정 전 의원도 ‘정치권 지각변동’을 목표로 제시했다. 정 전 의원이 선전하면 새정치연합 내부에 균열이 생기고, 이 균열이 야권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천정배 전 의원도 광주 서구을에서 제1야당 심판을 명분으로 출마한 상황이다.

■ 새정치연합 ‘발등의 불’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새정치연합은 정 전 의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당의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분이 야권 분열에 앞장선 점은 국민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개탄스러운 처사”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일단 ‘돌파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관악구 난향동 복지편의시설인 ‘난향꿈둥지’에서 최고위원회의를 가진 후 “독자적으로 출마한 이상 정 전 의원과 단일화를 논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어부지리로 여당에 승리를 ‘헌납’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정면승부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새정치연합은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 등 실정 심판 기조를 유지해갈 계획이다. 다른 야권 후보들의 제1야당 심판론에 신경 쓰지 않고 선거전을 ‘새누리당 대 새정치연합’의 1 대 1 구도로 몰고가려는 의도다.

당 관계자는 “일희일비하지 않고 큰 호흡으로 수권정당 이미지를 보여주는 데 주력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야권 재편 가능성에 대해 “결국 정·천 두 전 의원이 얼마나 의미있는 성적을 거두느냐에 달린 문제이고 현재로선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박영환·박홍두 기자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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