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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부모 생활비, 덜 드리거나 안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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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살이 팍팍” 주머니 사정에… “국가가 모셔야” 인식 변화에…

▲ 집 구입·교육비 등 지출 급증

자녀가 주는 돈 갈수록 줄어

공적연금도 부실 ‘노후 불안’


수도권 중소기업에 과장으로 재직 중인 김형수씨(42)는 10년이 넘도록 홀어머니 용돈을 동결하고 있다. 입사 첫해 매달 30만원이던 용돈이 지금도 그대로다. 그새 연봉은 2000만원가량 올랐지만 결혼으로 가정을 꾸리면서 집을 구입하고 아이들 교육비 지출이 늘어나면서 살림이 더 빡빡해졌다. 다행히 몇 해 전부터 어머니가 국민연금을 받는 데다 올해부터 기초노령연금(20만원)도 받기 시작해 다소 부담을 덜었다.

50세 이상 고령층 가구가 자녀로부터 받는 생활비가 매년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부모 공양에 대한 책임의식이 과거 ‘가족’에서 ‘사회’로 바뀌고 있는 데다 경제상황이 나빠지면서 자녀들의 주머니가 넉넉지 않은 사정도 있다. 노령연금 등 정부보조금이 늘어나는 것도 자녀가 부모에게 드리는 생활비가 줄어드는 원인으로 분석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30일 발표한 ‘노후보장을 위한 가족, 정부, 사회의 역할’ 보고서를 보면 50세 이상 고령층 가구가 자녀로부터 받는 ‘사적이전소득’이 2004년 연간 206만원에서 2010년에는 149만원으로 57만원(27.7%) 감소했다. 사적이전소득 수령액은 2006년 잠시 늘어났지만 2008년 이후 대폭 줄어들었다. 사적이전소득이란 자녀로부터 받는 생활비나 용돈 등을 가리킨다. 자녀에게 생활비를 받는 가구 비율도 2004년 62.3%에서 2006년 78.0%로 늘어났다가 2008년 61.7%, 2010년 51.6% 등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경향신문

노부모 부양을 ‘개인’이 아니라 ‘사회’가 나눠 져야 한다는 의식도 확산되고 있다. 2002년만 해도 ‘부모님 부양책임은 가족’이라는 답변이 70.7%에 달했지만 2014년(31.7%)에는 절반 이하로 줄었다. 반면 ‘가족+정부+사회’라는 답변은 같은 기간 18.2%에서 47.3%로 크게 늘어났다. ‘부모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도 9.6%에서 16.6%로 증가했다. 이런 의식 변화는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뚜렷해져 경제사정이 나빠진 것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자녀의 지원이 줄어드는 상황임에도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낮았다. 공적연금으로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노후생활비의 비중은 50대 32.2%, 60대 31.2%로 일본(50대 49.0%, 60대 59.0%)에 비해 크게 낮았다. 이에 따라 50대 가구의 경우 공적연금은 생활비 마련 방안 중 2007년에 3위였지만 2011년에는 ‘일반적금이나 예금’에 밀린 4위였다. 40대 이하의 기대감은 더 낮아 지금 40대는 노후에 공적연금에서 생활비의 26.5%만, 30대는 22.5%만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증세를 해 모든 고령자들에게 기초생활비를 지급하는 방안에는 50대와 60대는 찬성이 많았고 20~40대는 반대가 더 많았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희삼 연구위원은 “노부모 봉양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경제적 어려움이 겹치면서 고령자 부양을 점점 더 정부와 사회가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전통적인 가족의 해체가 진행되는 현실이 경제적·정서적 측면에서 노후보장의 위기를 가져오고 있다”고 말했다.

<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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