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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팍팍하고 먹먹한 20대 청년들의 절규… 고려대생들 ‘청.춘.의. 민낯’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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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화려한 논개가 되어서 50·60대를 끌어안고 자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11학번)

고려대 미디어학부 전공강의 ‘출판기획제작’ 수강생 20명이 ‘대학가 담쟁이’라는 이름으로 책 <청.춘.의. 민낯>(세종서적)을 펴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부터 화장실 낙서까지 뒤져 엮은 책은 희망을 잃은 청춘들의 비명 같은 목소리를 날것 그대로 담았다. 부제는 ‘내 몸, 내 시간의 주인 되지 못하는 슬픔’이다. 편저자들은 “20대의 글들은 과제와 스펙, 당장 먹고사는 문제와 진로에 관해 마치 한 사람이 말하듯 반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이건 좀 아니다 싶긴 한데 지금 남들처럼 안 하면 ‘그럼 나는 뭐 먹고사나’ 싶은 거야.(…) 승자독식 체제, 받아들인 적은 없는데 다만 거부할 방법을 모르는 거야.” “좋은 직장 얻을 확률은 정자와 난자가 만날 확률과 비슷”하다 여기게 된 청춘들의 목표란, 아침마다 뛰지 않고 “에스컬레이터 오른쪽 줄에 서는 삶”이거나 “적당히 벌어서 적당히 잘사는” 정도다. 안개 같은 미래를 위해서 20대는 쉼 없이 공부하고 일한다. “놀러 다니질 못하니 옷을 살 필요가 없다. 밥 먹을 시간이 부족하니 김밥이나 샌드위치를 사 먹는다. 그러다보니 돈을 쓸 데가 없다. 커피에 쓰는 돈이 유일하다.”(10학번)

10학번 대학생은 “빛이 들지 않는 14만원짜리 고시원 방에서 사생활을 보장하지 않는 벽을 뚫고 들어온 타인의 알람에 깨어 낮인지 밤인지도 모른 채” 오전 3시인지, 오후 3시인지 묻는다. 최저시급 알바에서 벗어나 과외를 해도 불행하다. “(…) 이런 노동을 부단히 반복해도 방 두 칸, 아이 둘의 ‘평범한’ 삶을 누릴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지 않기 때문에”.(12학번)

기성세대에 대한 분노에 가까운 감정도 엿보인다. “어디선가 떵떵대는 그 시대의 민주 투사들을 잡아다가 ○○대학교 14학번으로 앉혀놓고 싶다. 어디 한번 발버둥쳐 보시죠. 송구하지만, 당신들이 이룩해놓은 세계가 이런 세상입니다.”(11학번)

<김여란 기자 pee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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