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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베이스볼 라운지]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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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첫걸음이 있다. 걸음마, 첫 두발자전거, 첫 타석, 첫 등판.

넥센 손혁 투수코치는 28일 목동구장에서 한화와 맞붙은 개막전이 투수코치로서 첫 무대였다. 첫 경험에서 투수를 7명이나 투입했다. 3년째를 맞은 넥센 염경엽 감독이 “감독 데뷔 후 한 경기에서 투수 7명 쓴 건 처음”이라고 했는데, 손 코치는 코치 데뷔 경기에서 이를 겪었다.

짜릿한 경험이 이어졌다. 3-4로 따라붙은 8회초 한화 나이저 모건이 안타와 도루를 성공시켜 무사 2루. 넥센의 위기가 찾아왔다. 정범모 타석 2구째 파울이 돼 볼카운트 0볼-2스트라이크가 되자 손 코치가 마운드에 올랐다. 볼카운트 0-2로 유리한 상황에서 투수 교체는 흔치 않다. 넥센 염 감독과 손 코치는 과감한 승부수를 띄웠다. 김정훈 대신 조상우가 올라왔다.

조상우는 정범모를 삼진으로 잡은 뒤 땅볼 2개로 모건의 득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손 코치는 “유리한 볼카운트, 김정훈의 주무기는 체인지업이었다. 땅볼이 나와 모건이 3루까지 간다면 실점 위험이 높았다. 힘으로 밀어붙여 1사 3루를 만들지 않는 게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조상우의 힘있는 속구라면 땅볼보다는 짧은 뜬공 가능성이 높다는 계산이었다.

경향신문

넥센의 고졸 신인투수 김택형은 첫걸음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을 했다. 4-4로 맞선 연장 12회 마운드에 올라 무실점으로 막아냈고 12회말 서건창의 끝내기 홈런이 나와 개막전 승리투수가 됐다. 프로야구 사상 고졸 신인투수의 개막전 승리는 처음이다. 김택형은 “너무 긴장해서 미트만 보고 힘껏 던졌다”고 했다. 그 공 끝의 힘에 한화 타자들의 방망이가 조금씩 밀렸다. 손 코치는 “나도 데뷔전이 개막전 연장 12회였는데, 그때 나는 삼진 1개 잡고 5실점했다”며 웃었다. 김택형은 “정신없었지만 이기고 나니 자신감이 생겼다”며 웃었다.

상대팀 한화 김성근 감독도 한화 사령탑으로서는 첫 경기였다. 김 감독은 “오랜만이다보니 감독석에 이렇게 앉아야 하는지, 저렇게 앉아야 하는지 헷갈리더라”며 웃었다. 3년 반의 공백, 백전노장의 김 감독도 “경기감각이 무뎌진 모양”이라고 털어놓았다. “투수교체 2번의 실수가 경기를 망쳤다”며 “데이터가 부족했다”고 했다.

유한준은 2010년까지 좌투수에 약한 타자였지만 이후 좌투수에 강한 타자로 변신했다. 김민성 역시 2011년까지는 좌투수에 약한 타자였지만 벌크업과 함께 좌투수 킬러에 가까운 타자로 변했다. 지난 시즌 좌투수를 상대로 유한준은 타율 0.330, 김민성은 0.343이었다. 이들을 상대로 권혁을 밀어붙였다가 결국 동점을 허용했다.

첫걸음의 성공은 자신감을, 첫걸음의 실패는 반성을 통한 성장을 낳는다. 김 감독은 “첫 경기부터 12회짜리를 치르면서 긴장감이 살아났다”고 했다. 결국 2번째 경기에서 특유의 경기감각을 살렸고, 감독 통산 1235승째를 따냈다.

그래서 KT. 첫 두 걸음은 승리로 연결되지 못했지만 누구나 처음부터 자전거를 잘 타는 건 아니다. 자꾸 넘어지고 나면, 결국 두 손을 놓고도 탄다. 자전거 배우는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시시콜콜한 지적이 아니라 격려와 박수. 2015시즌이 개막했다. 과감하게 내디디는 첫걸음들에 힘찬 박수를.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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