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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밀린 월급·직장마저 잃어…축 처진 가장의 어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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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체불 임금은 1조 3천억 원이나 됩니다. 금융위기였던 2009년 수준에 육박합니다. 일을 하고도 임금조차 받지 못한 근로자들은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엄민재 기자가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북 구미의 한 금형 제조업체입니다.

지난해 말 업주가 상습 임금 체불로 구속됐고 공장은 가동을 멈췄습니다.

임금도 못 받고 직장 마저 잃은 박 모 씨는 굳게 닫힌 공장 철문을 볼 때마다 가슴이 답답합니다.

[박모 씨/피해 근로자 : 저기 지금 푯말 붙여져 있는데, 저 문 열고 들어가면 제자리가 바로 그 앞에….]

못 받은 임금은 6개월 치, 1천 만원 정도.

아버지와 남편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마음을 무겁게 짓누릅니다.

[애들도 저를 반기지 못하는 거예요. 샤워하면서 눈물 흘린 적도 많고….]

같은 회사에서 영업을 담당하던 김상수 씨는 수술마저 미룬 아내를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집니다.

[김상수/피해 근로자 : 수술이 작년에 잡혀 있다가 돈이 없어서 수술 못하고 (지금은) 우리가 원해서 퇴원해서 나왔습니다.]

친구도 멀리하게 되고 돈이 없어 담배도 끊게 됐다는 근로자도 있었습니다.

[김모 씨/피해 근로자 : 어느 대기업처럼 5~6백만 원 받는 사람들이 아니거든요. 체불되서 모든 게 스톱된거죠.]

이 금형 제조업체 업주가 체불한 임금은 5억 5천만 원.

근로자 24명의 삶은 고통의 나락으로 무너져 내렸습니다.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9년 이후 한동안 줄어들던 체불임금은 지난해 다시 1조 3천억 원 규모로 늘어났습니다.

특히 상습적으로 임금을 떼먹는 업주가 늘어나고 있다는게 문제입니다.

형사 처벌을 받는 업주는 1년에 10명 정도에 불과하고,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고 마는 낮은 처벌 수위 때문입니다.

[신광철/고용부 구미지청 근로감독관 : 대다수가 몇십만 원 정도 벌금만 나가고, (업주들도) 벌금만 내면 되지 하는 생각이 만연한 것 같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임금 체불을 올해 개선해야 할 3대 과제로 정하고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근로자들은 체불 업주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고 근로자들에 대한 생계지원을 확대하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김상수/피해 근로자 : 다른 거 아무것도 없어요. 빨리 해결해서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해나갔으면 좋겠어요.]

(영상취재 : 하 륭, 영상편집 : 위원양)

[엄민재 기자 happymj@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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