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지하철 9호선 '잘못된 수요예측'…기재부 탓?(종합)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기재부 "인구·교통개설·개발 등 수요예측 변수 많아…市 성급한 일반화"

서울시 "어찌됐건 시가 더 적극적으로 대응을 했어야 한다"…박원순 시장 거듭 사과

뉴스1

서울 지하철 9호선 2단계 연장구간이 개통한 후 첫 월요일인 30일 오전 서울 강서구 가양역에서 출근길에 오른 시민들이 급행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28일 연장개통한 9호선은 평일 시간대에 정식운행을 한 적이 없어 이날 출근길 극심한 혼잡과 안전사고가 우려됐다. 서울시는 출근길 혼잡을 완하하기 위해 가양역을 출발해 여의도까지 운행하는 무료 출근 전용버스 등을 약 100대까지 대폭 증차했다. 2015.3.30/뉴스1 © News1 양동욱 기자


(서울=뉴스1) 고유선 기자 = 서울 지하철 9호선이 출퇴근 시간대 '지옥철'로 변한 근본원인인 '잘못된 수요예측'이 본질적으로는 기획재정부(기재부) 탓이라는 주장이 30일 나왔다.

기재부가 서울시와 지하철 9호선 운영사의 수요예측치를 무시하고 과소예측을 단행했고 이를 바탕으로 9호선 기본계획을 수립하다보니 열차부족으로 승객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다는 지적이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시와 9호선 운영기관이 당초 합의한 1단계 구간(김포공항역-신논현역)의 수요는 54만6000명이었다. 한 해 이 만큼의 승객들이 9호선을 이용할 것이라는 예측치였다. 당시는 2000년대 초반이었다. 9호선 1단계 구간은 2009년 7월 개통했다.

그러나 기재부 산하 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는 24만명으로 수요를 예측했다. 지난해 기준 1단계 구간의 이용객 38만명과 비교하면 37% 낮은 수치다. 이를 바탕으로 짜여진 9호선 기본계획에선 3단계 구간까지를 모두 포함해 총 198량이 필요한 것으로 나왔다.

시 관계자는 "과소예측 자료에 근거해 기본계획을 수립한 셈"이라며 "기본계획에 따라 증차 계획을 수립했기 때문에 열차가 지금처럼 부족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통 열차 한 대를 제작하는 데는 3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시는 2단계 구간(신논현역-종합운동장역) 개통 전인 2011년 승객들의 혼잡도로 인한 불만을 고려, 48량의 열차를 조기 증차했다. 하지만 증차는 여기까지였다.

시는 2012년 국토부에 9호선이 복잡하니 3단계 물량을 투입하겠다고 협의를 했지만 국토교통부가 이를 반려, 열차 조기 증차를 최종 승인할 기재부까지 안건이 전달되지 못했다. 재작년에는 기재부까지는 안이 올라갔으나 기재부가 또다시 이를 반려하며 증차 기회를 놓쳤다.

중앙정부는 아직 2, 3단계가 개통도 하지 않은 시점에서 2, 3단계 물량을 조기에 증차하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시의 안을 반려했다고 한다. 정부 지침상 지자체가 도시철도건설사업을 실시할 경우에는 중앙정부가 차량 구입비의 40%를 지원해 준다.

전액 시비로 열차를 구입하기에는 부담이 따랐다. 시는 2013년에 증차를 위한 예산을 결국 확보하지 못했다. 이듬해인 2014년에는 2단계 구간 개통을 앞두고 32량에 해당하는 지원을 받았다. 시는 2단계 개통을 26일 앞둔 지난 2일 열차를 주문했다.

기재부는 이에 대해 "교통 수요예측에는 인구증가, 교통인프라 개설, 개발사업 등등 여러가지로 영향을 미치는 영향이 있기 때문에 누구도 정확하게 예측하긴 어렵다"며 "이 가능성들을 배제하고 (기재부가 수요예측을 잘못했다고) 논하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라고 반박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2000년대 초라면 정부가 민자 사업자에게 투자손실을 보전해주는 MRG(최소 운영수익 보장) 문제가 있었을 때다. MRG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과다예측이다. 과다예측을 하면 그만큼 나중에 수요가 충족이 안 됐을 때 정부가 보전해줘야 하는 손실분이 크다"며 "교통수요를 실제보다 적게 잡았던 것은 상당히 수요예측을 잘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했다.

또 "2005년도에 서울시와 9호선을 운영하는 민간사업자가 실시협약을 맺을 때 요금이 1300원이었는데 실제적으로 운영된 요금은 이보다 400원이 낮지 않았느냐"며 "수요를 예측할 땐 가격변수도 고려를 해야하는데, 가격부분에서만 이미 30% 변동이 있었던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도 부연했다.

기재부가 시의 예산요청을 반려한 이유에 대해서는 "시가 원칙상 40% 정도 내에서 지원을 요청했어야 하는데 그걸 초과한 금액으로 요청을 해서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 우리가 예산편성을 할 때는 요건들이 다 구비가 되면 무리하게 그것을 삭감하거나 반영하지 않는다거나 하진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시가 예산문제가 해결이 안 되니까 차량 도입은 미뤄두고 개통을 했고 그것이 혼잡도를 더 증가시킨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도 "어찌됐건 시가 더 적극적으로 대응을 했어야 한다. 시장이 계속 죄송하다고 하고 전적으로 자신의, 시의 책임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 재정이 어렵지만 그 부분(재정)은 나중에 따지더라도 일단 증차를 했어야 마땅했다"고 했다.

뉴스1

지하철 9호선 2단계 연장구간이 개통한 후 첫 출근이 이뤄진 30일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 강서구 가양역을 방문해 출근길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9일 무료 전용버스를 약 100대까지 대폭 증차하고 출근 전용 급행버스 8663번을 15대에서 19대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수요 전환이 이뤄질까 우려하는 시각이 많았지만 출근 시간이 비교적 여유 있는 시민들은 무료 버스를 '대안'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로 전해졌다. (서울시 제공) 2015.3.30/뉴스1 © News1 조희연 기자


시는 지난 4일 혼잡도를 낮추기 위해 내년 9월까지 20량을 우선 투입하고 2017년 말까지 50량을 추가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9호선 열차 수는 현재 144량에서 2017년 말 214량으로 늘어난다. 시는 2017년 말부터는 일반열차는 4량 체제를 유지하되 급행열차는 6량으로 늘려 수송량을 증대해 나갈 계획이다.

2단계 구간 개통 이후 첫 월요일이었던 30일 첫 차부터 오전 9시까지 9호선을 이용한 승객은 11만8285명으로 전주 대비 4132명, 3.6% 증가했다.

kes@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