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서울체고 "동갑 세월호 친구들 생각하며 달렸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코오롱 마라톤 첫 우승]

-진도서 전지훈련 구슬땀

선수들, 팽목항 들러 묵념 "우승 보여주자" 의기투합

-김천한일여고도 첫 우승컵

육상부 창단 6년만에 돌풍… 1학년 많아 신흥강호 될 듯

서른한 번째 우승기(優勝旗)의 주인공은 모두 '뉴페이스'였다.

서울체고와 김천한일여고가 지난 28일 경주 시내 마라톤 공인코스(42.195㎞)에서 열린 제31회 코오롱 구간 마라톤 대회(조선일보사·대한육상경기연맹·KBS·코오롱 주최)에서 각각 남녀 고등부 정상에 오르며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구간 마라톤은 6개 구간으로 나눈 풀코스를 학교별로 주자 6명이 이어달리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지난 대회 준우승팀인 서울체고는 대회 2연패(連覇)를 노리던 단양고와 치열한 2파전을 펼쳤다. 서울체고는 3구간까지 단양고에 41초 뒤졌다. 하지만 최용욱(3학년)이 4구간(무열왕릉~안압지·7.4㎞)을 23분12초에 주파하며 단양고 육승진(4구간 24분32초)을 따라잡았고, 서울체고는 5구간과 6구간에서도 계속 리드를 지켜내며 2시간15분54초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서울체고는 22번째 출전 만에 정상에 올랐다. 단양고는 2위(2시간18분23초)를 했다.

조선일보

제31회 코오롱 구간 마라톤 대회 남고부 우승팀 서울체고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왼쪽 사진). 여고부 우승팀인 김천한일여고는 육상부 창단 6년 만에 대회 정상에 올랐다(오른쪽 사진). /김종호 기자


서울체고 육상부는 지난 1월부터 40여일 동안 진도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출발은 순조롭지 않았다. 2013년부터 매년 진도에서 겨울 훈련을 했지만, 일부 학부모는 "세월호 참사 때문에 꺼림칙하다"며 반대했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무섭다"며 진도행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돌았다.

특히 3학년 선수들에게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사고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자신들이 2년 동안 훈련했던 진도체육관이 세월호 희생자·실종자 가족들의 통곡으로 가득한 장소로 변하는 모습을 신문과 TV, 인터넷을 통해 지켜봤기 때문이다. 장동영 서울체고 감독은 "교육에도 도움이 된다"며 학부모들을 설득했고, 선수들에게는 "너희가 열심히 훈련하는 게 그 학생들의 꿈을 대신 이뤄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1월 11일 진도로 떠난 서울체고 선수들은 도착하자마자 팽목항에 들렀다. 세월호가 침몰한 바다를 향해 희생자들을 기리며 단체로 묵념했다. 한창 떠들고 웃을 나이인 선수들은 그날따라 말이 없었다. 다음 날부터 매일 새벽부터 저녁까지 훈련이 계속됐다. 선수들은 "특별한 인연은 없지만 열심히 뛰어서 우승하는 모습을 하늘에 있는 단원고 친구들에게 보여주자고 의기투합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서울체고 선수 6명 모두 졸업반인 3학년으로, 작년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다 사고를 당한 안산 단원고 학생들과 같은 나이다. 역전의 주인공이었던 최용욱은 "의미가 남달랐던 대회에서 우승해서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여고부 우승팀인 김천한일여고(2시간39분03초)는 육상부 창단 6년 만에 대회 정상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다. 3학년과 1학년 선수들의 조화가 우승 비결이었다. 4구간 주자 김령이(3학년)와 5구간 주자 박혜주(3학년)는 2012년 대회에서 김천한일여중 소속으로 중등부 우승을 일군 데 이어 고등부에서도 1위를 합작했다. 나머지 네 구간을 맡은 주자 4명은 모두 1학년이었다. 송정헌 감독은 "이번 대회를 시작으로 3연패를 해서 우승기를 영구보관하고 싶다"고 말했다.

10회째를 맞은 중등부 경기에선 경북체중(50분25초)이 남자부 2연패를 했고, 신정여중(55분31초)은 여자부 3연패를 했다.

[경주=오유교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