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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19禁 대사가 입에 착착? 처음엔 한숨만 푹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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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5일차 관객 100만 돌파… 영화 '스물' 치호役 김우빈]

미숙한 청춘 그린 코믹 연기… 강한 이미지 버리고 망가져

"낭만은 없고 목표만 있던 나, 순수하고 당당한 役에 끌려"

스무 살 봄에 그는 모델학과 신입생이었다. 낭만은커녕 오디션 보러 다니랴 데뷔 준비하랴 바빴다. 키가 179㎝에 이른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키운 꿈이라서 더 절실했다. 잡지만 펼치면 나오는 모델 김영광·이수혁의 포즈를 흉내 냈고 그들의 쇼를 구경하면서 다짐했다. 나도 저렇게 멋진 모델이 될 거야.

배우 김우빈(26)은 영화 '스물'(감독 이병헌) 속 치호와는 달랐다. 일찌감치 목표를 세우고 직진해온 청춘이랄까. 지난 27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이 청년은 반듯하고 차분했다.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엉덩이에 ×× 비비고 싶다'고 말할 때 입에 착착 붙던 걸요?

"(한숨 쉬며) 답이 안 나오는 대사였어요. 보통 현장 갈 때 대여섯 가지 경우의 수를 들고 가는데 그 대사는 열몇 가지를 준비했어요. 좀 변태같이, 좀 순수하게, 좀 장난기 있게 등등. 카메라 돌려놓고 감독님 앞에서 다 보여 드렸어요, 괜찮은 걸 골라 쓰시라고. 선택받은 건 뻔뻔한 버전이에요."

'스물'은 인기만 많은 치호(김우빈), 생활력만 강한 동우(이준호), 공부만 잘하는 경재(강하늘) 등 고교 동창 셋이 스무 살을 어떻게 사는지 보여주는 코미디다. 15세 관람가지만 대사의 성적(性的) 수위는 청소년관람불가에 가깝다. 김우빈은 "과장된 표현들, 일상에서 안 쓰는 말들이 많아 애를 먹었지만 역대 출연작 중에선 맞춤옷처럼 가장 편했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메일로 받아 스마트폰으로 읽었는데 바로 전화했어요. 치호 하겠다고.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았어요. 치호는 내가 겪은 스물과는 달리 미쳐 날뛰는 말 같았는데 공감이 갔고 관객에게 그 감정을 전하고 싶었어요."

영화는 개봉 닷새 만에 100만 관객을 모았다. 전작 '친구2' '기술자들'과는 비교가 안 되는 쾌속 질주다. "기존에 보여준 강한 느낌과는 다른 배역이라 조마조마했는데 '내내 웃었다' '김우빈이 제대로 망가졌다' 같은 평을 보며 안도했다"고 했다. "그제 차승원 선배님(그도 모델 출신 배우다)이 전화하셨어요. 자기 일처럼 되게 좋아하셔요. 영화 선택 잘했다고. 새로운 모습 볼 수 있어 기뻤다고."

'기본은 있지만 정답은 없다'는 게 모델과 영화가 지닌 공통의 매력이라고 했다. 김우빈은 "모델은 '앞으로 걸어야 한다' '자세를 바르게 해야 한다' 같은 게 기본이지만 고민과 노력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고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덧붙였다. "모델은 영상이 아니라 사진에 담기고, 순간에 최대치의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는 점에서 좀 더 어려운 것 같아요."

그는 '스물'에서 한없이 가볍다. "같은 청춘 영화지만 과거에 정우성이나 이정재가 주연한 B급 양아치 영화와 달리 일상 안에 들어와 있고 훨씬 현실적"(영화평론가 강유정)이라는 평처럼, 김우빈은 가벼움을 자기만의 스타일로 완성했다. "스무 살 친구들이 지닌 순수하고 어쩌면 몰라서 더 당당한 마음을 끄집어내려고 애썼다"고 이 배우는 설명했다.

청춘은 지나간다. 김우빈도 언젠가 서른, 마흔이 될 것이다. "좀 더 경험해 볼걸" 하며 후회한다는 배우, "영화 인생이 100이라면 아직 3밖에 못 왔다"는 배우에게 20년 뒤를 생각해 보았느냐고 물었다. "그때도 배우였으면 좋겠어요. 지금처럼 상상하고 고민했으면, 안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나온 영화나 드라마는 불편해서 잘 못 봐요. 그 나이에 '스물'을 다시 보면 얼마나 낯설까요?"

[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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