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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중국, AIIB 참여국 대표 만나 "환영" … 키신저, 영정 한참 들여다보곤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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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개국 조문단 ‘원포인트 외교’

29일 국장으로 거행된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의 장례식. 빗속에 모인 수십만 명 운구행렬의 관심은 리 전 총리의 마지막 모습을 향했지만 전 세계 18개국 정부를 대표해 온 170여 명의 조문단은 장례식 앞뒤를 이용한 ‘조문외교’에 집중했다. 다른 국가 지도자의 장례식이라는 점을 고려해 공식 회담보다는 장례식 전후에 잠깐 만나 국가 간 핵심 논의를 주고받는 식이다. 당일치기 방문 속 비공식 ‘원포인트’ 외교인 셈이다.

이번 리 전 총리의 장례식에서도 각국 정상들은 장례가 거행된 싱가포르 국립대 문화센터와 토니 탄 대통령 주재의 리셉션에서 조문외교를 이어갔다. 상주인 리셴룽(李顯龍) 총리의 안내 속에 리 전 총리의 영정에 인사를 마친 각국 대표단들은 2층 발코니에 자리를 잡았다.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가 추모곡으로 연주되는 가운데 애도를 상징하는 검은색 정장과 흰색 옷을 입은 각국 정상들은 조용히 대화를 주고받았다. 앉은 자리를 중심으로 삼삼오오 대화를 나눴고 간간이 귓속말을 하는 모습도 카메라에 포착됐다. 박근혜 대통령 옆에는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이 자리했다.

일본 아베 총리는 박 대통령과 10석 정도 떨어진 앞열에 앉았다. 아베 총리 옆으로는 훈센 캄보디아 총리와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가 자리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토니 애벗 호주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함께 앉았다. 중국을 대표해 참석한 리위안차오 부주석은 미국 조문단 및 일본 아베 총리와 적당히 거리를 두고 자리했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을 앞두고 미국·일본과 껄끄러운 관계를 의식한 듯 별도로 대화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한편 리 전 총리의 오랜 친구였던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장례식장 입구에 마련된 그의 영정사진을 한참 들여다보고서는 돌아서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리셴룽 총리의 추도사를 시작으로 토니 탄 대통령, 고촉통(吳作棟) 전 총리 등 10명의 조사낭독이 끝나고 리 전 총리를 애도하는 1분간의 묵념으로 장례식이 마무리됐다. 이후 리 가족들만 참석하는 화장이 이뤄지는 가운데 조문외교의 2막이 올랐다. 탄 대통령 주재의 조문단 리셉션장에서다. 각국 정상들은 장례식장과 달리 향후 협력이 필요한 국가를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며 조문외교를 폈다.

중국 리위안차오 부주석도 AIIB 가입의사를 밝힌 국가의 대표를 만나 환영의사를 표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을 단장으로 한 미국 대표단도 한국·일본·호주 등 동맹국 정상들과 긴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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