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군 이대론 안된다]“군 상층부 것들이 돈 받아먹고…” 북한마저 조롱한 방산비리, 왜

댓글 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정권 입맛에 맞는 ‘별’ 돌려막기… 무원칙 군 인사, 곪은 게 터졌다

“군 상층부 것들이 막대한 돈을 받아먹고 불량 군수품을 사들이도록 한 결과 괴뢰 군부대들에서 전투기술기재(무기)들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거나 각종 사고들이 련발(연발)하고 있다.”

북한 관영 노동신문이 지난 17일 5면에 실은 기사 내용이다. 우리 군의 방산비리를 조롱한 것이다.

이런 와중에도 다음달로 예정된 군 정기인사를 앞두고 장군들을 둘러싼 각종 ‘설’과 투서들이 난무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실제 확인되거나 영향력을 발휘했다.

해군은 ㄱ사령관(중장)이 군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던 중 경기보조원(캐디)에게 춤과 노래를 요구했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자 정책연구관으로 보직을 변경한 뒤 징계위에 회부했다. ㄴ중장도 보직이 변경됐다. 해군은 5명의 중장 중 2명이 공석이 됐다.

현직 고위 장성이 관련 업체로부터 상품권을 받았다는 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당사자는 터무니없는 ‘음해’라며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는 식이다. 그러면서 그가 책임자로 관여했던 전력증강사업에 대한 타당성 여부까지 따지고 있다.

인사철 때마다 반복되는 이런 분위기는 군의 원칙 없는 인사도 한몫했다는 데 대부분의 군 장교들은 동의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장성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유력자와의 인연에 따라 진급이 좌우되는 줄서기 풍토가 확산된 지 이미 오래”라며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입맛에 맞는 대상자들을 발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통상 진급 적기인 3차 심사를 넘어 4∼8차에서 발탁된 군인들 상당수는 실력자와 인연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다보니 전문성이 고도로 요구되는 직위에도 정권과의 친소관계나 지역·출신 등을 따지면서 ‘마스터’급 전문가가 만들어질 수 있는 토양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전력 분야는 전문가 양성과 보직 관리 원칙이 일관성 있게 적용돼야 최고 전문가가 배출될 수 있음에도, 자리만 거쳐가다 보니 방위사업 비리에 노출되는 경우가 잦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방부는 장관이 바뀔 때마다 나름의 인사 원칙을 내세웠다. 이명박 정부 때 이상희 국방장관은 ‘전문성에 기초한 인사 관리’를 앞세워 행정과 관리에 물든 관료주의적 군 인사를 개혁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장관 의지와 상관없이 육군참모총장은 임충빈 대장(18개월), 한민구 대장(9개월), 황의돈 대장(6개월) 등 군 인사법의 2년 임기를 채운 사람이 없었다. ‘대장 돌려막기’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고, 각군 사령관들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잇달아 교체됐다.

천안함 사건 후 임명된 김관진 국방장관은 “야전형을 우대한다”는 실체가 애매한 명분을 내세워 군 인사를 쥐락펴락했고, 2013년 8월에는 장관의 인사관행을 비판한 장경욱 기무사령관이 퇴임식조차 하지 못한 채 경질됐다.

이번 4월 인사에서 육사 37기 출신 중장급 지휘관 8명 중 대장이 나올 것인가에 군 안팎의 관심이 쏠려 있다. 만약 육사 37기에서 대장이 나올 경우 그 여파는 최근 바뀐 해군총장을 제외한 육·공군 참모총장은 물론 합참의장 거취로까지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씨의 동기생들인 육사 37기는 통상 다른 기수가 5~6명 정도 중장으로 진급하는 관례에 비춰볼 때 두드러지게 약진했다. 국방부는 군 안정 차원에서 4월 대장 인사는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