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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동국제강 100억대 비자금… 정치권에 불똥 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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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ㆍ계열사 등 17시간 압수수색

고철 수입 과정서 대금 부풀린 정황

美 수사당국에 사법 공조 요청

한국일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 수사관들이 29일 오전 서울 중구 수하동 동국제강 본사를 압수수색한 뒤 압수품 상자를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동국제강은 거액의 회사자금 횡령과 세금탈루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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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동국제강의 거액 횡령 혐의에 대해 구체적인 단서를 확보하고 장세주 회장 일가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뒤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횡령으로 조성한 비자금 규모가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으로 흘러 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29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 한동훈)는 거액의 회사자금 횡령 및 배임혐의를 받고 있는 장 회장 및 장 회장 일가에 대한 계좌추적에 나섰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자금 추적 사실이 있지만 어느 범위까지 진행됐는지 지금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은 장 회장을 출국금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28일 오전부터 29일 새벽까지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 위치한 동국제강 본사 및 장 회장의 자택, 계열사 사무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50명이 넘는 인력을 투입해 17시간 가량 진행된 압수수색을 통해 검찰은 동국제강의 국내외 결제 대금 자료 및 회계장부, 세무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압수수색과정에서 수상한 행동을 한 직원 2명을 긴급 체포했으나 특별한 혐의점은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동국제강이 미국을 비롯 해외에서 고철 등 자재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실제 가격보다 대금을 부풀려 지급한 뒤 돌려 받는 수법으로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자금 횡령 통로로 미국 법인 등이 사용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미국 수사당국에 사법공조를 요청했다.

장 회장은 2011년 국세청 세무조사 과정에서도 미국 법인 계좌를 이용해 탈세 했다는 의혹을 받았지만 당시 형사고발에는 이르지 못했다. 4년여가 지나고 나서야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한 만큼 상당량의 추가 단서를 확보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장 회장 일가가 지분을 소유한 부동산업체 페럼인프라 역시 주요 비자금 조성처로 거론되고 있다. 페럼인프라는 동국제강이 63%, 장 회장 일가 7명이 각각 0.09%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며, 동국제강 본사 건물관리 업무 등을 도맡으며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동국제강은 페럼인프라 외에도 IT업체인 DK유엔씨 등 장 회장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들에 그룹 차원에서 일감을 몰아준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장 회장의 해외 원정도박 혐의도 검찰 수사선상에 있다. 평소 도박을 즐겼던 것으로 알려진 장 회장은 미국 법인 등을 이용해 조성된 비자금 가운데 수백만 달러 상당을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탕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다만 검찰관계자는 “구체적인 액수 및 도박 장소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며 “횡령 및 배임 혐의 수사가 주된 흐름”이라고 말했다.

사정당국 안팎에서는 동국제강의 비자금이 부산지역 일부 여당 정치인들에게 흘러 들어갔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동국제강은 1960년대부터 부산 남구에 공장을 세워 운영했으며, 선대로부터 기업을 물려 받은 장 회장이 지역 정치인들과 두터운 친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검찰의 동국제강 비자금 사용처 수사가 정치권의 태풍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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