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는 ‘인신매매’에 대해 얘기하면서 그 주체가 누구인지 명시하지 않았고, 성(性)을 목적으로 했다는 점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또 사과(apology)라는 표현 대신 ‘가슴 아프다(my heart aches)’는 제3자적 용어를 택했다. 이 때문에 국가(일본군)가 조직적으로 개입해 위안부를 강제충원했다는 사실을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정부 당국자는 “아베 총리의 언급은 위안부 피해자와 우리 정부, 국제사회로부터 결코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이라며 “위안부 책임을 민간업자에게 돌리고 일본 정부가 직접 관여한 사실을 부인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산케이 신문은 “실제 빈곤 때문에 부모 혹은 뚜쟁이에게 속아 팔려간 경우가 있다”며 “돈 때문에 위안부가 된 여성도 많았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일본어로 ‘인신매매’는 일본군이 직접 여성을 연행했다는 강제성과 다른 인상이지만, 영어로 ‘휴먼 트래피킹’은 강제 연행의 뜻이 있다”며 “아베가 과거를 부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과 미국이 다른 의미로 해석하는 같은 단어를 교묘하게 찾아냈다는 것이다.
워싱턴 정신대 대책위원회(정대위)는 28일 성명을 통해 “아베의 ‘인신매매’ 발언은 문제의 본질을 덮으려는 정치적 술수”라며 “책임자가 일본 정부라는 사실을 분명히 밝히고 깊이 사과하라”고 했다.
[워싱턴=윤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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