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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군 이대론 안된다] 무원칙 군 인사, 곪은 게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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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상층부 것들이 막대한 돈을 받아먹고 불량 군수품을 사들이도록 한 결과 괴뢰 군부대들에서 전투기술기재(무기)들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거나 각종 사고들이 련발(연발)하고 있다.”

북한 관영 노동신문이 지난 17일 5면에 실은 기사 내용이다. 우리 군의 방산비리를 조롱한 것이다.

이런 와중에도 다음달로 예정된 군 정기 인사를 앞두고 장군들을 둘러싼 각종 ‘설’과 투서들이 난무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실제 확인되거나 영향력을 발휘했다.

해군은 ㄱ사령관(중장)이 군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던 중 캐디에게 춤과 노래를 요구했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자 정책연구관으로 보직을 변경한 뒤 징계위에 회부했다. ㄴ중장도 보직이 변경됐다. 해군은 5명의 중장 중 2명이 공석이 됐다.

현직 고위 장성이 관련업체로부터 상품권을 받았다는 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당사자는 터무니 없는 ‘음해’라며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아니땐 굴뚝에 연기나랴’는 식이다. 그러면서 그가 책임자로 관여했던 전력증강사업에 대한 타당성 여부까지 따지고 있다.

인사철마다 반복되는 이런 분위기는 군의 원칙없는 인사도 한 몫을 했다는데 대부분의 군 장교들은 동의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장성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유력자와 인연에 따라 진급이 좌우되는 줄서기 풍토가 확산된 지 이미 오래”라며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입맛에 맞는 대상자들을 발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통상 진급 적기인 3차 심사를 넘어 4∼8차에서 발탁된 군인들 상당수는 실력자와 인연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보니 전문성이 고도로 요구되는 직위에도 정권과의 친소관계나 지역·출신 등을 따지면서 ‘마스터’급 전문가가 만들어질 수 있는 토양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전력 분야는 전문가 양성과 보직 관리 원칙이 일관성있게 적용돼야 최고전문가가 배출될 수 있음에도, 자리만 거쳐가다 보니 방위사업 비리에 노출되는 경우가 잦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방부는 장관이 바뀔 때마다 나름의 인사 원칙을 내세웠다. 이명박 정부때 이상희 국방장관은 ‘전문성에 기초한 인사 관리’를 앞세워 행정과 관리에 물든 관료주의적 군 인사를 개혁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장관 의지와 상관없이 육군참모총장은 임충빈 대장(18개월), 한민구 대장(9개월), 황의돈 대장(6개월) 등 군 인사법의 2년 임기를 채운 사람이 없었다. ‘대장 돌려막기’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고, 각 군 사령관들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잇달아 교체됐다.

천안함 사건 후 임명된 김관진 국방장관은 “야전형을 우대한다”는 실체가 애매한 명분을 내세워 군 인사를 쥐락펴락했고, 2013년 8월에는 장관의 인사관행을 비판한 장경욱 기무사령관이 퇴임식조차 하지 못한 채 경질됐다.이번 4월 인사에서는 육사 37기 출신 중장급 지휘관 8명 중 대장이 나올 것인가에 군 안팎의 관심이 쏠려 있다. 만약 육사 37기에서 대장이 나올 경우 그 여파는 최근 바뀐 해군총장을 제외한 육·공군 참모총장은 물론 합참의장 거취로까지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씨의 동기생들인 육사 37기는 통상 다른 기수가 5~6명 정도 중장으로 진급하는 관례에 비춰볼 때 두드러진 약진을 한 바 있다. 국방부는 군 안정 차원에서 4월 대장 인사는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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