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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안심대출 연장에 미신청자 '안도'…형평성은 논란(종합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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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신청부터 낮은 집값에 우선권…2금융권·고정금리 대출자도 불만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29일 정부가 안심전환대출 한도를 두 배로 늘리기로 결정하면서 신청을 완료하지 못한 대출 희망자들은 안도하는 한편, 정책 혜택에서 소외된 금융소비자들의 불만이 더욱 커지고 있다.

안심전환대출 금리가 시장금리보다 월등히 낮은 수준으로 책정됨에 따라 시장 혼란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나온다.

가계부채 안정화 차원에서 손실을 감수하고 안심전환대출 출시에 협조했던 시중은행들도 당초 계획보다 규모가 커지면서 불만을 노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추가 신청희망자는 '안도'…2금융권·정책자금 대출자들은 '분통'

안심전환대출 출시 이후 신중을 기하다가 신청 기회를 놓친 대출 희망자들은 정부의 한도 확대 결정에 화색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최모(42)씨는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면 월 상환금 부담이 두 배 수준으로 뛰어 고민을 깊게 하다 보니 금새 한도가 소진됐다"며 "한도 규모를 늘린다는 얘기가 진작 나오기는 했지만 두 배 정도로 늘어난다고 하니 안심된다"고 말했다.

최씨와 같은 안심전환대출 자격자는 걱정을 한숨 덜게 됐지만, 안심전환대출 출시 이후에 붐비는 대출창구를 지켜만 보며 허탈해하거나 분통을 터트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기존 대출이 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이거나 정책자금대출, 2금융권 대출인 사람들은 신청자격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자의 경우 정부가 지금까지 고정금리 분할상환을 권장해온 것을 생각하면 정부 시책을 먼저 따랐다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 꼴이 됐다.

저축은행, 보험 등 제2금융권 대출자의 경우, 은행 대출보다 금리 부담이 크기 때문에 가계부채의 가장 큰 위험 고리에 해당할 수 있는데, 정부는 안심전환대출의 2금융권 확대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자격 요건은 되지만, 두 배 수준으로 크게 늘어나는 월 상환액 증가 부담 탓에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지 못하는 대출자들도 한숨만 내쉬는 것은 마찬가지다.

2차 공급분에서는 수요가 한도인 20조원을 넘어설 경우 선착순이 아닌 집값이 낮은 순으로 바뀐 것을 두고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금융소비자들도 있다.

주택가격이 높을수록 금융부담이 가중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선착순으로 승인했던 1차 공급 때와 달리 2차 공급에서만 새로 주택가격순 기 준을 도입해 중고가 주택 소유자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간 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안심전환대출이 큰 인기를 끌면서 조기 소진에 이어 연장출시까지 이뤄졌지만 자격이 안 되거나 원리금 상환능력이 부족한 대출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인 셈"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안심전환대출의 애초 도입 취지가 대출 구조를 변동금리·일시상환에서 고정금리·분할상환으로 전환하려는 목적이기 때문에 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자를 대상에 포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제2금융권으로 확대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금융사별로 금리와 담보여력, 대출구조가 복잡해 통일된 전환상품을 협의해 만들어 내기가 쉽지 않다"며 "2금융권 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은 건전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회사들도 소극적인 상황"이라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2금융권 대출자의 경우 원금상환 부담이 1금융권 대출자보다 더 커 안심전환대출과 같은 분할상환 방식의 대출 수요가 크지 않다는 점도 금융위가 2금융권 확대를 반대하는 근거다.

2금융권 내에서의 전환보다 디딤돌대출, 보금자리론 등 금리가 낮은 정책금융상품으로 전환을 유도하는 게 더 낫다는 것이다.

◇"신규대출 금리도 낮춰달라"…대출시장 혼란

안심전환대출의 금리가 일반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훨씬 낮음에 따라 시장에서 금리를 둘러싼 혼란도 증폭되고 있다.

은행들이 가장 골머리를 싸매는 문제는 은행 고객들의 '대출금리 기대치'가 한껏 올라갔다는 점이다.

연 3.2%로 SC은행에서 2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고 마음먹었던 회사원 김모(41)씨는 그 결정을 얼마전에 뒤집었다.

2.6%의 금리로 대출을 갈아타는 안심전환대출을 보니 곧 2%대 금리가 보편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김씨는 "기존 주택대출자들이 전부 2.6%대 대출로 갈아타는데, 신규 대출자라고 해서 2%대 금리를 적용받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으냐"며 "각 은행을 돌아다니면서 2%대 대출이 가능한지 알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안심전환대출 이후 다른 '대출 갈아타기' 수요도 올스톱된 상태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성명을 내 안심전환대출이 졸속 정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출시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금융노조는 성명에서 "안심전환대출은 시장 혼란을 야기하고 대출자와 은행을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뜨릴 것"이라며 "서민 가계부채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출금리 낮아지고 수요 빼앗겨…은행들 불만 확대

안심전환대출 한도가 계획보다 늘면서 은행들도 수익성이 추가로 악화될 전망이다.

현재 시중은행의 기존 주택담보대출 평균 변동금리는 연 3.5%대로, 이 금리 대출자들이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면 은행은 1%포인트에 가까운 대출금리 손실을 보게 된다.

중도상환수수료도 받지 못하는데 별도로 이를 보전할 방도도 없다.

앞서 대신증권[003540]은 안심전환대출 1차 한도인 20조원이 소진된다는 가정하에 전체 은행권 손실이 1천400억∼1천600억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또 신한·국민·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시장점유율에 따라 은행당 250억∼500억원의 순이자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초저금리로 예대금리차가 낮아져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안심전환대출이 은행권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안심전환대출의 재원도 사실상 은행권이 부담한다는 점에서 은행권의 불만은 거세다.

은행들은 안심대출로 전환한 규모만큼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한 주택저당증권(MBS)을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MBS 보유가 유동성 비율 등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은행의 수익성 강화를 강조하면서 안심대출을 확대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면서 "아무리 수요가 많더라도 은행의 수익성도 고려해 금융정책을 결정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단순히 대출금리가 떨어진다고 은행권에 손실이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반박한다.

금융위는 "안심전환대출은 은행권과 충분히 협의·검토해 진행하는 정책으로 실제 은행권 수익 감소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은행권도 같은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주택금융공사에 대출자산을 양도하면서 대출채권 위험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대손비용 부담이 없으며, 건전성이 높아져 자본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해명에도 안심전환대출의 한계점을 지적하며 확대를 경계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은 성명을 내고 "안심전환대출은 비교적 능력 있는 대출자에게 저리의 돈을 뿌린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어떻게 몰리지 않을 수 있겠나"라며 "정책의 대상이 잘못됐음이 증명된 이상 한도를 늘리지 말고 정책목표를 새로 정해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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