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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골보다 값진 소득…구자철의 ‘제자리’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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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대전) 이상철 기자] 슈틸리케호 첫 한밭벌 방문에서의 소득 중 하나는 구자철(마인츠)의 부활과 함께 ‘제자리 찾기’다.

지난 27일 우즈베키스탄전에서 가장 빛난 태극전사는 선제골을 터뜨린 구자철과 화려한 A매치 데뷔를 치른 이재성(전북)이었다. 이재성의 활약이 신선했다면, 구자철은 참 반가웠다.

잦은 부상 탓에 오름세를 타지 못하고 부진해 퇴보 논란이 일기도 했던 구자철이다. 이를 훌훌 터고 다시 일어섰다. “이제부터는 계속 좋아질 것이다”라며 각오를 내비쳤던 그는 개인적으로 뜻 깊은 대전에서 부활을 알렸다.

공격 지향적인 움직임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볼에 대한 높은 집중력에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펼쳤다. 후반 28분 오프사이드가 선언됐음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골문 안으로 볼을 차 넣기도 했다. 골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전반 25분 김보경(위건)의 패스를 받아 우즈베키스탄의 수비를 허무는 침투도 위협적이었다.

매일경제

구자철의 부활과 함께 제자리 찾기는 우즈베키스탄전 소득 중 하나다. 사진(대전)=김영구 기자


구자철이 살아나고 있다. 팔꿈치 부상으로 중도 하차했지만 2015 호주 아시안컵을 통해 경기력이 서서히 상승하던 구자철이었다. 주장 완장의 부담을 벗어던진 그는 대표팀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또 하나 눈 여겨 볼 건 ‘위치’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던 구자철은 전반 28분 이정협(상주)의 부상으로 최전방 공격수로 올라섰다. ‘제로톱’이었다. 이정협에게 자문을 구하면서까지 최전방 공격수의 움직임을 펼치기 위해 노력했다. 구자철의 멀티 능력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 ‘마이너스’였다. 구자철은 맨 위보다는 그 바로 아래에서 더 빛이 났다. 갑작스레 맡게 된 역할이긴 하나 처음 입어본 옷은 아니었다. 구자철은 조광래, 홍명보 전임 감독 시절 제로톱을 선 경험이 있다. 그러나 딱히 성공적이진 않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구자철에게 더 잘 어울리는 위치는 ‘2선’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기본적으로 타깃형 원톱과 제로톱, 두 가지 전술을 선호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이 두 가지 전술을 가동하고 실험했다. 최근 들어 타킷형 원톱 전술을 주로 쓰나 제로톱 카드도 갖고 있다. 그러나 그 옵션에 ‘굳이’ 구자철을 넣을 가능성은 없게 됐다. 공격수 자원이 없지 않다면.

슈틸리케 감독도 구자철의 역할에 대해 잘 인지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우즈베키스탄전을 마친 뒤 “이정협의 부상 교체 아웃과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의 발목 상태를 고려해, 구자철을 맨 앞에 내세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본래 포지션이 아닌 포지션에서 뛰니 팀과 개인 모두 좋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구자철을 공격수 옵션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구자철은 제자리를 찾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 섰을 때 가장 빛이 났다. 어느 자리에 있어야 할지를 명확하게 깨달았다. 오래 전부터 남아있던 과제 하나를 해결한 우즈베키스탄전이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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