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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영돈 PD, “다시는 광고 안 찍겠다”…그런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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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다시는 광고 안 찍을 겁니다.”

제품, 먹거리 등의 고발로 대한민국 탐사보도의 새 장을 연 이영돈 PD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나온 ‘이영돈 PD가 간다’의 그릭요거트 논란에 이어 식음료 광고촬영으로 방송활동을 중단하게 됐다. JTBC는 이 PD의 유사제품 광고 촬영은 탐사보도의 공정성에 어긋난다고 판단,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9월 JTBC와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올 2월부터 탐사보도 프로그램 ‘이영돈 PD가 간다’는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안고 출발했다. 이형호군 유괴 사건을 시작으로 무속인부터 요거트 검증까지 소재를 넘나들며 이 PD는 자신이 직접 현장을 뛰며 사건, 사고를 추적했다. 최근 불거진 몇 차례의 논란은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본질과 본인의 이름이 브랜드가 돼 직접 취재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중하지 못한 처사를 했다는 데에서 도마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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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에 잡음이 본격적으로 터져나온 것은 지난 15일, 22일 2주간 방영된 ‘그릭요거트를 아십니까’ 편이었다. 이 방송에서 이 PD는 그릭요거트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국내에서 시판 중인 제품은 ‘진짜’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방송 이후 한 업체의 사장은 온라인을 통해 항의글을 게재, ‘가당과 무가당 요거트가 있다고 이야기를 했는데도 가당 요거트만 다뤘다’고 항변했다. 결국 프로그램에선 이 제품을 재검증한 뒤 사과했고, 다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국내에선 그릭요거트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점, 제조과정의 공개 없이 맛과 질감으로만 제품을 평가했다는 점, 이 검증이 영세 자영업자를 피해자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첫 번째 논란이었다.

22일 방송 이후엔 급기야 탐사보도 프로그램 제작진의 치명적인 실수가 노출됐다. 지난 25일 파스퇴르는 이영돈 PD를 광고모델로 한 발효음료의 TV광고를 공개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해 논란이 일었다.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라는 말을 유행어로 만들 만큼 ‘먹거리X파일’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가 즐겨 먹는 음식과 음식점의 실태를 고발했던 이영돈 PD에 대한 시청자의 신뢰감은 실망과 배신으로 돌아왔다.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사람이 특정상품의 광고모델로 나오는 것은 보도나 취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는 것이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의 지적이다. 또한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역시 “잘못된 먹거리를 보도하는 것은 제대로만 한다면 사회적인 반향을 불러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공정성의 유지다. 균형감각을 유지하지 않는다면 피해자가 발생하며 윤리적인 부분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본인이 전면에 나서 직접 취재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처신에 공정성이 요구된다. 잘못된 처신이었다”고 꼬집었다.

이영돈 PD는 본지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실수를 100% 인정한다. 다시는 광고를 찍지 않을 것”이라며 “촬영한 광고 제품 홍보를 위해 방송을 했던 것은 아니다. 프로그램의 아이템을 선정하듯 신중하게 골랐고, 국민들의 건강에 좋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그릭요거트를 아이템으로 선정한 것은 2013년 말과 2014년초에 해당 식품이 화제가 되며 다룰 만한 아이템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도 덧붙였다. 파장이 커지자 이 PD는 논란이 된 광고의 출연료도 기부를 하는 방법을 택했다.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던 JTBC는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이영돈 PD는 광고 계약 사항에 대해 JTBC에 어떠한 설명이나 내용 공유가 없었다”며 “탐사 프로그램의 특성상 연출자이자 진행자인 이영돈 PD가 특정 제품 홍보에 나서는 것이 부적절하며, 주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제품의 광고 모델로 나선 것은 공정한 탐사 보도를 원하는 시청자 여러분들의 기대에 어긋난다고 판단한다”며 이 PD가 출연 중인 두 편의 프로그램 ‘에브리바디’와 ‘이영돈 PD가 간다’의 방송 중단을 공지했다.

이영돈 PD의 영입으로 시사교양 및 탐사보도의 강화를 꾀하고자 했던 JTBC 역시 난감한 상황일 수밖에 없다. 채널 출범 이후 3년이 지나며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아낌 없는 투자로 콘텐츠의 가능성을 인정받고, 손석희 보도부문 사장의 영입으로 뉴스에 신뢰감을 얹은 JTBC는 이영돈 PD를 통해 교양 콘텐츠의 강화를 꾀했던 것으로 비친다. 하지만 스타 PD를 둘러싼 불미스러운 논란은 탐사보도 프로그램과 채널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할 만큼 신뢰가 흔들렸다. ‘이영돈 PD가 간다’라는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이기도 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후발주자로 등장한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이미 수십년간 자리를 잡은 타사 프로그램과 경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새로 등장한 종편의 특성상 인지도가 낮은 상태에서는 센세이셔널한 부분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며 “평범하고 일반적이지 않은 아이템으로 극적인 요소를 넣어 돋보이게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같은 프로그램엔 왜곡이나 과장이 들어갈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간 ‘이영돈 PD가 간다’가 다뤄왔던 아이템이 이 PD의 브랜드 가치에 기대 ‘센세이셔널리즘’의 영역에 들어가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영돈 PD는 ”이번주는 일단 방송이 나가지 않는다. 방송 재개 여부는 회사의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며 ”다만 그동안 해왔던 탐사보도의 가치에 대한 방향은 변함이 없다.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방송에는 탐사보도가 많지 않다. 때문에 이 프로그램이 사라진다면 되려 안 좋은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다시 돌아올 땐 더욱 신중하게, 새로운 각오로 임하고 싶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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