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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소아·청소년 ‘빙의’ 한방치료 논란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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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빙의였다니… 좀 더 빨리 알았으면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 거예요.”

지난 2월 24일, 개드립이라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요즘 한방의학 수준’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이미지에 적힌 내용이다. 이미지와 함께 게재된 한방병원 홈페이지에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내 아이의 이상한 행동, 빙의를 알면 어렵지 않게 치료할 수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소아나 청소년의 학습장애, ADHD, 틱장애의 원인이 빙의(憑依), 즉 귀신들림이라는 설명이다. 이 한방병원의 치료법에 대한 누리꾼 반응은? 한마디로 황당하다는 것이었다. 정말 귀신들림 때문에 정신적 문제가 생긴다고 주장하는 걸까. 홈페이지에 게시된 연락처로 전화를 해봤다. 연결되지 않는다. 병원이 위치한 곳의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다른 번호를 찾아냈다. “지난해 4월에 폐업했어요. 그 뒤로 직원들도 다 바뀌고 당시 원장님도 그만둬서….”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현재 한방병원은 폐업했고, 당시 원장의 아버지가 맡아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취재 도중, 이 한의원의 빙의치료에 대해 한의학 반대단체가 고발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접했다. 대체의학 비판활동을 해온 강석하 사이언티픽 크리틱 편집장은 “말이 안 되는 것처럼 생각할지 모르지만, <동의보감> 등 한의학 서적에 보면 병의 원인으로 귀신 때문이라는 항목이 올라 있다”며 “만약 저 사안이 법원에 가서 그 한의사가 옛날 한방처방에 있어서 주장한 것이라고 한다면 지금의 시스템에서 어떻게 반박할 수 있나”라고 말했다. 한의사협회의 입장이 궁금했다. 한의학에서는 ‘빙의’를 병의 원인으로 인정하는 걸까.

경향신문

한 한방병원 홈페이지에 게재되어 있던 소아·청소년 빙의치료 안내문.


“3월 2일자로 윤리위원회에 회부되었습니다.” 한의사협회 관계자의 말이다. “윤리위원들이 판단할 문제이지만, 빙의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으니 잘못된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동의보감 같은 데도 귀신 때문에 병에 걸린다고 나온다는데? “현대 한의학에서 인정되지 않는 내용은 당연히 참고할 수 없죠. 99.9% 한 한의사의 개인적 일탈행위라고 봅니다. 몇 년 전에 ‘안수기도로 병을 치료하는 내과의사’가 이슈가 된 적이 있는데, 그 내과의사가 치료방법으로 안수기도를 했다고 모든 내과의사는 엉터리라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요.” 취재를 마무리할 시점에 해당 한방병원 전 원장과 연락이 닿았다. 그는 “영혼의 문제는 증명할 수 없는 문제”라며 “이전에 전생퇴행을 주장한 김영우 박사처럼 양의학 쪽에도 영적 문제를 주장한 사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한방병원을 접은 지 한참 지났는데도 왜 최근 갑자기 자신이 원장으로 있던 병원 홈페이지 내용이 논란이 되었는지 의심했다. 기자는 “고발 이전에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있었고, 소아빙의 치료 주장 홈페이지 내용은 전화하기 직전인 3월 6일 오전에도 확인했었다”고 밝혔다. 그 전 원장은 “아직 홈페이지가 살아 있는지는 몰랐다. 알려줘서 고맙다”고 답했다. 이날 오후 소아빙의 치료 주장 홈페이지는 삭제되었다. 한 주간 인터넷을 달궜던 소아빙의 치료 논란의 전말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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