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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단독] 공무원 연금 개혁 '어느 경찰관 아내의 호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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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정부·새누리당, 여야 합의대로 5월 2일까지 완료...국회 연금특위·국민대타협기구 이달 시한 앞두고 이해관계 첨예 '정면 충돌 양상'


아시아투데이 김종원 기자 = 공무원 연금 개혁을 위한 국회 연금개혁특위와 국민대타협기구의 사실상 활동 시한이 이달 말로 다가옴에 따라 정부와 여야 정치권, 직접 이해당사자인 공무원들의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 새누리당은 6일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당·정·청 첫 고위 협의회를 열어 공무원 연금 개혁을 기존 여야 합의대로 5월 2일까지 마친다는 방침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국민대타협기구 활동 시한인 오는 28일까지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기로 했다.

2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회의에는 당에서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원유철 정책위의장, 정부에서 이완구 국무총리와 최경환 경제부총리·황우여 사회부총리, 추경호 국무조정실장, 청와대에서 이병기 비서실장과 현정택 정책조정수석, 조윤선 정무수석이 참석했다.

무엇보다 김영란법을 처리한 여야가 공무원 연금 개혁을 어떻게 논의할지 적지 않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일단 새누리당은 연일 공무원 연금 개혁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강하게 밀어 붙이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3월 한 달 동안 국회가 가장 힘을 쏟아야 할 임무이자 과제는 공무원연금 개혁”이라면서 “여야가 함께 추진한다면 국가의 미래와 국민을 위해 커다란 성과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이인제 최고위원도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2월 국회가 김영란법 국회였다면, 4월 국회는 공무원연금 개혁 성공 여부가 초점이 되는 국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지난달 27일 공무원연금 개혁 국민운동본부 시민단체 대표들과 면담에서 “4월 말, 5월 초에 반드시 통과시킨다”고 밝혔다.

공무원 연금 개혁 특위도 지난달 26일에 이어 5일 두 번째 공청회를 열어 공무원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적정 노후소득 수준과 공무원 연금·국민 연금 사이의 형평성 문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공무원 연금 개혁 국민대타협기구도 4일 연금 기금의 재정추계 관련 분과위 회의를 연 데 이어 5일 노후소득 보장과 연금 설계 관련 분과위 회의를 열어 개혁안을 논의했다. 공무원 단체?노조도 이날 분과위 회의에 다시 참여했다.

새누리당은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과 공무원 단체?노조 측에 자체 개혁안을 하루 빨리 내놓야 한다고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제복을 입은 경찰·소방관 가족들이 7일 오후 1시30분 서울역 광장에서 공무원 단체·노조들과 함께 4000여 명이 참석하는 ‘제대로 된’ 공무원 연금 개혁을 촉구하는 가족 집회를 연다. 건국 이래 제복을 입은 경찰·소방관과 가족들이 연금과 처우 개선 문제를 갖고 집회를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오후 집회에서 어느 경찰관 아내가 호소문을 낭독할 예정이다.

제복을 입은 경찰·소방관과 가족들이 왜 광장으로 나와 집회를 하는지 호소문 내용을 통해 자세히 알아봤다. 다음은 호소문 주요 내용.(호소문 주요 내용은 아시아투데이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저는 멀리 울산에서 올라온 경찰관의 아내입니다. 저는 어제밤 추운 길거리에서 음주 단속을 하며 날밤을 세우고 술 취한 사람들을 상대하느라 파김치가 된 남편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새벽 기차를 타고 여기 서울역 광장에 나왔습니다.

제 남편의 꿈은 경찰관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청년 시절 잠시 직업 군인으로 일 하다가 마침내 경찰관이 돼 17년 째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해 오고 있습니다. 제 남편은 추운 겨울밤 매서운 칼바람 속에서 음주 단속을 하고 여름에는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매연을 마시며 교통안전을 위해 몇 시간 씩 서 있기 일수입니다.

파출소에 근무할 때는 저녁마다 취객들이 난동 부리는 현장에 출동해서 그들과 맞서 싸우느라 늘 잦은 부상과 상처에 시달리곤 했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크고 작은 부상은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여기고 있습니다. 상처 부위에 연고 살짝 바르고 밴드 하나 붙이면 끝입니다.

저는 그런 모습이 안타깝고 화가 나서 말합니다. “제발 몸 좀 사리라고 신고 현장에 출동할 때 늘 조심하라고” 그러면 남편은 말합니다. “허 허~ 이 사람이~ 그럼 누가 하나? 신고 들어왔는데 당연 출동 해야지 싸움 말리다가 멀쩡하게 오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하지!”

예 남편의 말이 맞습니다. 제대로 된 보호장비 하나 없이 패싸움 현장에 출동해 조직폭력배와 맞서 싸우다 식물인간이 된 경찰관도 있고 공기총으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 목숨을 내놓고 맨몸으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도 있으며 한밤에 음주 단속 중 도주하는 차량을 검거하기 위해 수백미터 거리를 차에 매달려 끌려 가다가 길거리에서 안타깝게 순직하는 경찰관도 있습니다.

용의자를 쫓다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경찰관, 며칠 째 잠복근무를 하다가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 과로사 하는 경찰관, 이렇게 부상을 당하는 경찰관이 1년에 1만2000명이나 되고 5년 사이 순직 공상자만 1만 명이 넘는다고 하니 거기에 비하면 남편의 상처는 그냥 애교인 것이지요.

각종 피습 사고, 교통사고, 안전사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사건 현장에 맨몸으로 내동댕이 쳐진 사람들이 경찰이니까요. 이렇게 목숨을 담보로 한 달에 받는 위험수당이 얼마인줄 아십니까? 매월 4만원 겨우 4만원 입니다. 생명을 담보로 하는 목숨값이라고 하기엔 턱없이 작은 돈 아닙니까?

이렇게 목숨을 던져 근무 중 중상을 당해도 마땅한 보상규정도 없다고 합니다. 그나마 재수가 좋아서 안 다치고 안 죽으면 다행인 것이지요. 이렇듯 사회 곳곳에서 우리 경찰과 소방관들은 목숨을 내 놓고 국민의 안녕을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경찰관 또는 소방관이라는 이름으로 다치거나 죽어도 마치 죽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정당화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경찰관이기에 소방관이기에 오직 소명감으로 위험한 현장에 달려드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도 공무원 연금을 마치 보너스 지급하는 것처럼 아우성치고 있습니다. 공무원은 일도 안하고 연금 한 푼 안 내도 퇴직하고 나면 평생 편히 먹고 살 만큼 주는 것처럼 과장되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더니 이제는 정년을 65살까지 연장하겠다고 합니다. 정년이 연장되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젊고 민첩한 경찰관에게 보호 받는 것이 아니라 나이 드신 경찰관들에게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 받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의원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경찰관과 소방관들은 이 나라 국민이 아닙니까? 경찰관과 소방관들은 국가의 예산이나 축내는 사람들입니까? 경찰관과 소방관들은 지켜야할 소중한 가족도 없다는 말입니까?

저는 열악한 처우 개선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다만 경찰관과 소방관도 엄연한 대한민국의 국민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국민 여러분! 지금 우리가 여기에 있는 이 순간에도 우리의 남편이자 아내요, 아빠이자 엄마인 경찰관과 소방관들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안녕을 위해 목숨 바쳐 일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을 위해 희생된 이들의 남겨진 가족들을 위해서, 여러분들을 위해 희생한 이들의 노후를 위해서라도, 연금만이라도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나라 경찰관들과 소방관들은 국민을 보호한다는 사명감과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애국심으로 여러분들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고 희생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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