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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2000년전 고대도시 파괴… “IS가 역사를 지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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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그리스강이 흐르는 이라크 북부 니느웨 지방의 님루드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가장 번성했던 도시 중 하나다. 기원전 13세기에 아시리아 왕국의 샬만에세르 1세가 건설한 이 도시는 기원전 9세기 아시리아의 수도가 됐고 기원전 6세기 아시리아 왕국이 멸망할 때까지 번성했다. 그 후 2000년 넘는 시간이 지나, 1820년 한 여행자가 이 도시를 발견했다. 님루드 발굴은 20세기 고고학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놀라운 부조 작품으로 장식된 궁전과 성벽, 상아, 조각상, 장신구, 가구들이 쏟아져나왔다.

경향신문

님루드에서 출토된 기둥. 위키피디아


이 도시의 불행은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 북부를 장악하면서 시작됐다. IS의 이라크 내 거점인 모술은 님루드와 100㎞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다. 이라크 관광유적부는 IS가 중장비 차량 등을 동원해 님루드의 유적을 파괴하기 시작했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날 오후부터 파괴 작업이 시작됐으며 현장에서는 유물을 나르는 데 쓰인 것으로 보인 대형 트럭이 목격됐다고 이라크 당국은 밝혔다. 파손 규모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님루드에 남아있는 수많은 고대 석상과 성벽, 궁전들이 파손됐을 가능성이 크다. 영국 BBC는 “IS가 역사를 지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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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로 장식된 님루드의 성문. 위키피디아


인류 문명의 요람인 메소포타미아를 장악한 IS는 고대 인류가 남긴 유물을 무차별 파괴하고 있다. 조각상과 우상, 성지에 대한 숭배가 이슬람 신앙을 오염시킨다는 극단적 율법 해석 때문이다. IS는 지난달 26일에도 모술의 박물관에 전시된 고대 유물들을 망치로 깨부수는 동영상을 공개해 전세계적 비난을 받았다. 이 동영상 속에서 한 IS 대원은 “님루드를 파괴할 것”이라고 구경하는 사람들에게 선언했다.

IS는 이라크와 시리아의 고대 유물을 도굴한 뒤 몰래 팔아넘겨 전쟁자금으로 쓰고 있다. IS가 유물 밀매로 얻은 수익은 지난 한해동안 1억달러(약 1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IS는 유서깊은 고대 유적지를 훈련장이나 무기고로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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