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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29년 전 헤어진 모자 극적 상봉…현실은 '지독한 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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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어·머·니, 어·디·있·었·어·요."

헤어진 지 29년 만에 다시 어머니와 마주한 지적장애인 2급 김모(39)씨는 눈물을 닦느라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어릴 때 길을 잃어 실종됐던 김씨가 5일 전북 익산경찰서에서 어머니와 감격의 상봉을 했다.

만남의 기쁨도 잠시. 이들은 서로의 지독한 가난을 확인하고 서러운 눈물을 흘렸다.

김씨는 여덟 살 때인 1986년 초 경기도 성남의 친척 집에 가던 중 전통시장에서 물건을 사던 어머니와 헤어졌다.

어머니와의 기억은 그때가 마지막이었다.

길을 잃고 헤매던 그는 익산까지 흘러왔고 10대 후반까지 보육원에서 생활했다. 이후 공장 등에서 종업원으로 생활하며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지적장애인과 결혼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어머니의 얼굴도 점점 가물가물해졌다. 막연히 어머니는 돌아가셨으리란 생각뿐이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김씨는 현재 월셋집에서 살며 허리를 다쳐 직장이 없는 상황이다.

가족은 김씨를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허사로 끝났고 애만 태웠다.

그렇게 세월은 흘렀고 김씨 어머니(60)는 우연히 유전자정보(DNA)로 가족을 찾았다는 TV프로그램을 보고 지난해 11월 서울 동작경찰서에 실종 신고를 했다.

사연을 들은 경찰은 유전자 채취 데이터베이스를 확인한 끝에 김씨가 익산에 산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김씨와 어머니의 DNA를 대조한 결과 '친자가 확실하다'는 통보를 받자마자 상봉을 주선했다.

29년 만에 상봉한 모자는 한동안 부둥켜 울기만 했다. 상봉의 기쁨이 컸지만 서로 경제적으로 힘들게 살아왔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김씨와 김씨 어머니는 각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란 현실 앞에 굵은 눈물을 쏟아냈다.

설렘과 두려움으로 전날 밤을 설쳤다는 김씨는 어머니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연방 오른손으로 훔쳤다.

김씨 어머니는 "너를 찾으려고 별짓을 다 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이렇게 찾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어머니와 자주 만나 그동안 못다한 정을 나누겠다"고 다짐했다.

허세환 익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경위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두 분이 그동안 얼마나 힘겹게 살아왔는지 느껴졌다"며 "이들의 경제적 상황이 너무 안 좋아 경찰서 차원에서 쌀과 생필품 등을 전달했다"고 안타까워했다.

sollens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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