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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201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유리한 곳에서 싸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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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2국> ○·스웨 9단 ●·김지석 9단

중앙일보

제2보(12~23)=기타니 선생의 부채에 있던 휘호 ‘풍래수면(風來水面)’에 담긴 것은 때가 도래했음을 암시하는 치열한 승부심이 아니었다.

그것은 표현 그대로 잔잔한 수면위로 불어와 머무는 바람의 적요한 풍경을 바라보는 예인의 마음. 맹렬한 투지 들끓던 승부의 현장을 떠나 기재 출중한 제자들을 육성하면서 말년에 이른 선생은 승부를 초월한 예와 도의 경지를 추구했다.

부채에 쓰인 휘호 역시 그런 마음을 담은 것으로 송나라 도학(道學)의 중심인물로 알려진 강절(康節) 소옹(邵雍 1011~1077)의 시 ‘청야음(淸夜吟)’의 한 구절이다.

월도천심처(月到天心處) 풍래수면시(風來水面時) 일반청의미(一般淸意味) 요득소인지(料得少人知)

달은 중천에 뜨고 수면에 바람 고요히 머물 때 이렇게 청아한 뜻 아는 이 적음을 알았네.

우상귀 백12부터 흑19까지의 정석진행은 젊은 프로들이 애호하는 유행형. 실리와 세력으로 뚜렷하게 갈리는 선명함에서, 젊은 엘리트들의 취향을 엿볼 수 있다고나 할까.

백20의 압박은 ‘유리한 곳에서 싸우라’는 가르침을 따르는 수인데 김지석은 우변으로 시선을 돌린다. 불리한 곳에서 자청해 싸울 이유는 없다. 흑21은, 백16의 책동을 예방하면서 우하귀 굳힘과 호응하는 요처.

하변 백22로 쌍방 세력이 마주보는 곳을 선착할 때 좌하귀 쪽 흑 23으로 완만하게 다가선다. 당장 급전을 펼치진 않겠다. 지켜라. 그런 주문.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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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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