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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돈 없는 직장인들 마이너스통장 대출 '기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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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돈 필요해서".. 신용·담보대출보다 금리 높지만 빌리기 쉬워 2월말 은행 대출액 36조 작년보다 1조3천억 늘어
이자불감증이 더 문제.. 대부분 3회 이상 이용 1회성 채무는 드물어 급한 자금난 해결하려다 결국 빚만 늘리는 셈

파이낸셜뉴스

#. 수원 소재 한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30대 박모씨는 한동안 사용하지도 않던 마이너스통장을 다시 꺼내들었다. 당장 몇 주 내로 갚아야 하는 전세자금대출금 일부와 두달째 밀려버린 카드값 때문이다.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연말 지급됐어야 했던 성과금이 전무했던 탓에 오히려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진 상황이다. 급한 마음에 그는 1년 전 우연히 만들게 된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다행히 그는 마이너스대출로 필요했던 급전을 손쉽게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올해 들어 마이너스통장을 사용하는 횟수가 급격히 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일반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높아 처음 발급받을 당시만 하더라도 이걸 (마이너스통장대출) 사용은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오히려 지금은 한번, 두번 돈을 꺼내쓰다 보니 감각이 둔해진 것을 느꼈다"면서 "이게 전부 빚으로 되갚아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나니 이젠 마음만 답답해진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 그는 마이너스통장대출로 남겨진 빚을 어떻게 다시 갚아야 할지 또 다른 고민에 빠졌다.

장기불황 속 마이너스통장(이하 마통)을 통해 급전의 덫에 빠진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일반 신용대출이나 담보대출 대비 돈을 빌릴 수 있는 조건이 까다롭지 않다 보니 마통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직장인들이 많은 것이다.

30~40대 직장인들 중 상당수가 생활비 명목 등으로 필요한 급전을 충당하고자 마통을 갖고 있다. 대부분 매달 월급에서 빠져나가는 신용카드 결제대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이 생활비나 여타 지출금을 충당할 만큼 여력이 되지 않을 경우 마지막 보루로 마통을 사용하고 있다.

■말라버린 지갑, 마통으로 채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KB국민.우리.IBK기업.하나.외환.신한.NH농협은행의 마이너스통장 대출(한도대출) 잔액은 총 36조4000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조3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지난 2012년 2월(34조1000억원)과 비교해도 마통 잔액 추이는 매년 상향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은행권 내 마통의 대출한도(유효승인금액) 역시 매년 늘고 있다. 지난 2013년 84조8000억원이던 마통의 대출한도는 이듬해 2월 말 기준 88조7000억원으로 3조9000억원 증가했다. 마통을 통해 돈을 빌릴 수 있는 한도가 늘어난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마통을 찾는 고객들이 많고 실제 대출을 받는 금액도 점점 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대출한도도 자연히 늘리고 있는 게 업계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은행 지점장은 마통의 대출한도 설정과 관련해 "마통으로 대출을 하는 고객들의 상당수가 1회성 채무에 그치지 않고 3회 이상 다발성으로 빌리는 경우가 많다"며 "여기엔 일반 대출 대비 손쉽게 돈을 꺼내 쓰고 되갚을 수 있다는 마통의 장점이 일부 고객들에게 과도한 빚을 낳게 하는 덫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현재 은행권 전체의 마이너스통장 대출잔액은 공식적으로 집계되진 않는다. 다만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통해 집계되는 가계대출 중 기타대출을 통해 마통의 규모를 대략 추정해 볼 수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기타대출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자료를 취합한 후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항목을 산정한 것으로, 대부분을 한도거래(마이너스대출방식)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 경영통계시스템 자료를 보면 2014년 12월 기준 기타대출 잔액은 154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약 1조9000억원 증가했다.

■이자불감증에 빠진 직장인들

이 외에도 가계의 현금줄이 메마르자 예금이나 보험금, 전세금 등을 담보로 급전을 빌려쓰는 예금담보대출이나 보험약관대출 등의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특히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는 금융시장의 트렌드는 채무 변제가 불가능한 직장인들에게 급전의 덫에 빠지게 만드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고위급 관계자는 "여전히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높은 편인 게 사실"이라며 "무엇보다 지출 대비 실질적인 임금상승률이 하향세를 보이고 있는 부분이 이 같은 업계 상황을 대변해주는 요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경기불황과 함께 급전을 필요로 하는 수요들의 대부분이 다발성 채무를 겪으면서 어느 새 이자불감증까지 겪게 되는 상황"이라며 "결국 가계대출의 위험 수위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대책이 나와야 하는 시급한 때"라고 말했다.

gms@fnnews.com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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