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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정태란 기자의 중국은 왜] 월세 아끼려 동굴 생활한 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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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태란 기자]홀로 동굴 생활을 하며 가족들에게 “나는 여관에서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하는 한 가장. 2015년 3월 현재 중국 지난성 지난시에서 벌어진 일이다.

4일 중국 온라인 매체인 치루왕(齐鲁网)은 중국 지난성 지난시에서 동굴 생활을 하는 효자의 일상을 보도했다.

허베이성(河北省) 한단(邯郸l)시 출신의 스즈융(石志勇·35)씨는 부모님과 아내, 두 아들을 고향에 두고 지난시의 한 물류 회사에서 5년째 일해왔다. 스씨는 지난해 9월부터 월급 3000위안(한화 약 52만4100원)을 고스란히 가족에게 보내기 위해 지난시 야오산에서 동굴 생활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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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중국 신화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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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방세 100위안(한화 약 1만7000원)을 아낄 수 있었던 스씨는 동굴 생활에 대한 낯섬과 두려움을 라디오를 들으며 이겨냈다. 고향에 있는 노부모님과 가족들에게는 “여관에서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 안심시켰다.

스씨의 효심 가득한 사연이 밝혀진 것은 우연한 계기를 통해서였다. 지난시의 한 지방 매체가 지난 2월 해당 산에 대한 특집 기사를 다루기 위해 방문했다가 스씨의 동굴을 발견한 것이다. 당시 동굴에는 스씨의 이불과 음식을 해먹은 흔적이 남아있었다.

스씨의 일과는 매일 아침 6시에 동굴에서 일어나 회사를 향해 뛰어가는 것으로 시작됐다. 사무실에서 세수를 하고 나면 십여 시간을 업무에 매진했다. 하루 종일 화물을 싣고 나면 새벽이 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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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중국 신화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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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밤이면 산 속 동굴로 돌아가 저녁을 챙겨 먹고 잠이 들었다. 음식 냄새에 몰려든 쥐를 쫓고 추위에 까무러치듯 잠들곤 했다.

“동굴에서 생활하는 것은 생각만큼 순탄하지 않았다”고 스씨는 털어놨다. 그는 “어느 날은 어떤 사람이 몽둥이를 들고 따라와 동굴 입구에서 위협한 적도 있었다. 새벽부터 이상한 소리가 들려 잠에서 깬 적도 여러 번”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11살과 6살이 된 두 아들을 생각하면 돈을 아껴서 가족을 부양해야 했다”며 “가족과 고향을 떠나 타지 생활을 하는 동안 그게 유일한 원동력이었다”고 털어놓으며 미소를 지었다.

중국 언론과 네티즌들은 “구석기 시대의 ‘혈거인’이 현대 시대에도 나타났다”며 놀라워하는 한편 스씨의 효심에 깊이 감동했다.

한편 스씨의 사연을 알게 된 물류회사 사장은 “스씨에게 조만간 숙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 숙소로 옮기기 전까지 스씨는 동굴 생활을 계속할 예정이다.

tair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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