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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일본대지진 4년> 복구 진전에도 피해주민 고통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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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복원·어획량 회복 등 성과…피란민 아직도 23만

연합뉴스

럭비월드컵 개최지선정에 기뻐하는 日재해지 주민들 (가마이시시<일본 이와테현> 교도=연합뉴스) 2011년 동일본대지진 피해지역인 이와테(岩手)현 남동부 해안의 가마이시(釜石)시 주민들이 지난 2일 2019년 일본 럭비 월드컵 개최도시 중 하나로 선정됐다는 발표에 기뻐하고 있다. 2015.3.5 jhcho@yna.co.kr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 사망·실종자 1천100여 명이라는 엄청난 피해를 본 이와테(岩手)현 남동부 해안의 가마이시(釜石)시 주민들은 지난 2일 모처럼 얼싸안고 눈물을 흘릴 정도로 기쁨을 나눴다.

2019년 일본에서 열리는 럭비 월드컵 개최도시 중 하나로 선정됐다는 발표 때문이었다.

도호쿠(東北) 지역을 강타한 동일본대지진의 영향으로 지진 전 약 4만 명이었던 인구는 3만 7천 명 대로 줄었다. 철강산업이 한창 잘나갔던 때 인구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 준비 과정에서부터 사람들을 모아들일 럭비월드컵 개최지 선정 소식은 가마이시 시민들에게 가뭄의 단비 같았다.

이 소식은 대지진 때 폐허로 변했던 부지에 새 스타디움을 지을 수 있을 만큼 그간의 부흥작업이 성과 있게 진행됐음을 인정받은 것이기도 했다.

2011년 3월11일 오후 2시46분, 도호쿠 지방을 할퀸 규모 9.0의 거대 지진과 쓰나미, 뒤따른 최악의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오는 11일로 만 4년을 맞이한다. 가마이시 시민들의 환호가 말해주듯 막막하기만 했던 복구 사업에서 일정한 성과가 전해지고 있다.

농림수산성이 4일 발표한 농림수산업 분야의 대지진 피해 복구 상황에 의하면, 이와테, 미야기(宮城), 후쿠시마(福島) 등 도호쿠 3개현의 어획량은 작년 2월부터 올 1월까지 총 695억 엔(6천391억 원)으로 대지진 전년의 87% 수준까지 회복했다.

대지진 때 해일 피해를 본 농지는 도호쿠 3개 현을 포함한 태평양 연안의 6개 현에서 2만1천480㏊에 달했지만 지난 1월 말 시점에서 70%에 해당하는 1만5천60㏊에서 영농이 가능한 상태로 회복됐다고 농림수산성은 발표했다.

하지만, 피해지역 주민들의 삶으로 들어가면 이런 희망적인 이야기들을 일반화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부흥청의 1월15일 기준 집계에 의하면 동일본대지진 때문에 원래 살던 곳을 떠나 일본 각지에서 피란 생활을 하는 주민은 아직도 22만 9천897명에 달한다.

특히 원전사고 피해가 극심한 후쿠시마현 출신 피란민은 11만7천명 선에 이른다.

지진에 따른 직접 사망자와 실종자 2만여명과는 별개로 작년 9월30일까지 3천194명이 지진 관련 사망자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대지진 이후 피란 생활 장기화에 따른 스트레스 등에 의한 건강 악화가 원인이 돼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다.

후쿠시마를 떠나온 피란민들에의 마음속에 이미 고향은 '구만리 길'이 됐다.

일본 부흥청의 작년 9∼10월 조사결과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 4개 마을 출신의 피란 세대 가운데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답한 세대는 각 마을별로 10∼20%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아사히신문이 지난달 28일부터 1일까지 실시한 후쿠시마 현민 대상 전화 여론조사에서 '방사성 물질이 가족과 본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불안을 느끼느냐'는 질문에 73%가 '그렇다'고 답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4호기 원자로에서 나온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들어 간 사실을 알고도 10개월가량 알리지 않은 것으로 최근 드러난 일은 사실은 정부와 도쿄전력이 발표하는 원전 상황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을 더 키웠다.

후쿠시마 주민들에게 또 하나의 고통은 '잊혀지는 것'이다. 아사히 조사에서 후쿠시마 주민 71%가 '원전 사고 피해자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흐릿해지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의 성과를 자랑하며 선거에서 연전연승하고 있지만 아사히 조사에서 정부의 지난 4년간 원전사고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후쿠시마 주민은 14%에 그쳤다.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답은 71%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아베 정권이 추진중인 원전 재가동은 연내에 규슈(九州)전력의 센다이(川內)원전 1,2호기(가고시마<鹿兒島>현), 간사이(關西)전력 다카하마(高浜)원전 3,4호 원자로(후쿠이<福井>현) 등에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3년 넘는 천막 농성으로 원전 반대 운동의 상징이 된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경제산업성 청사 앞 '탈원전 텐트'에 대해 도쿄지법은 지난달 26일 철거 판결을 내렸지만 일본 언론은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피해 주민들의 고통은 '진행형'이지만 그 외 사람들의 기억에서 '3·11'의 충격과 각성은 차츰 '과거형'이 되어가는 양상이다.

jhcho@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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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교도=연합뉴스.자료사진) 2014년 9월 일본 대지진 피해지역인 미야기 현의 한 가설주택 단지에서 걸어가는 노인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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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위기에 놓인 일본 원전반대 운동의 상징 '탈원전 텐트' (도쿄 교도=연합뉴스.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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