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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어저께TV] ‘압구정백야’ 작가 갑질 저격, 셀프디스인가 항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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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OSEN=표재민 기자] 보통 ‘갑질’이라는 단어는 권리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이가 아래에 있는 이에게 부당한 행위를 할 때 쓰인다. ‘압구정백야’가 드라마 작가의 횡포를 저격하는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심지어 ‘작가 갑질’이라는 격한 표현까지 사용하며 자신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를 그대로 대사로 옮긴 듯한 모양새다. 그의 ‘갑질’ 저격은 항변인가, 아니면 자신의 치부를 오히려 당당히 드러내는 ‘셀프 디스’인가.

지난 4일 방송된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백야’ 98회는 장화엄(강은탁 분)이 10년 지기이자 자신이 기획한 작품의 집필을 맡은 정작가(이효영 분)의 캐스팅 횡포를 나무라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무엄은 사랑하는 여자 백야(박하나 분)가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조지아(황정서 분)가 드라마 ‘달과 꽃’에 캐스팅되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정작가는 지아의 엄마 서은하(이보희 분)가 자신에게 돈으로 환심을 사려고 했던 것과 지아가 예의가 없다는 이유로 오디션 참가 기회를 주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평소 점잖은 화엄은 격한 표현까지 쓰며 분노했다. 화엄의 주장은 일단 명확했다. 지아의 연기력이 보장이 되는데, 인성이 나쁘고 어머니가 실수를 했다는 이유로 배우의 출연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 ‘작가 갑질’이라는 것. 특히 무엄은 “남의 티끌에 대해 문제 삼지 말아라. 나도 ‘갑질’해서 작가 교체해? 네가 더 한심해. 영혼이 더 가난하다. 작가도 줄섰다. 그릇이 양푼은 되는 줄 알았더니 밥그릇도 아니고 종지다. 연기를 보고 판단하자”라고 강하게 몰아세웠다.

친구의 격한 분노에 당황한 것은 정작가였다. 작가를 교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화엄의 말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려던 것을 멈추며 이날 방송은 마무리됐다. 워낙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야기를 내세운다고 해도, 지아가 화엄의 중재 하에 이 드라마에 출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아의 출연 여부보다 더 시청자들의 귓가를 사로잡은 것은 ‘작가 갑질’이라는 표현이었다.

이 드라마는 방송국을 배경으로 하는데, 드라마 속에 드라마가 제작되고 있다. 기획과 배우 캐스팅이 차근차근 소개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이야기가 있었다. 바로 정작가가 지아와 갈등을 빚는 모습 중 작가의 무소불위 권력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처럼 그렸기 때문. 배우가 작가의 호감을 사기 위해 강물에 빠졌다든가, 작가의 횡포가 당연하다는 식의 이야기는 ‘작가 갑질’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가뜩이나 임성한 작가가 그동안 안방극장의 숱한 지적에도 자신의 가치관을 밀어붙이는 전개로 드라마에서 필력이 아닌 권력을 휘두른다는 부정적인 여론을 부채질했다. 이 같은 논란이 일었던 가운데, 이날 방송에서 ‘작가 갑질’에 맹비난을 하는 무엄의 모습은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이 같은 이야기 전개가 필력을 무기로 활용한다는 것에 대한 항변인지, 아니면 이 같은 논란도 이야기로 활용할 만큼 드라마에 대한 자신감 표출인지 알 수 없다. 이도 아니면 논란도 재미로 풀어내는 재치있는 ‘셀프 디스’인지는 모를 일이다.

jmpyo@osen.co.kr

<사진> ‘압구정백야’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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