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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편입생은 서러워' 前 대학서 들은 교양수업 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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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수능 세계지리 성적 정정으로 편입학생들 "신입생과 다를 바 없어"

"특수한 경우지만 들어왔으니 졸업 기준 맞춰야…불이익 있어도 본인 선택 "

뉴스1

김성훈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이 지난해 10월31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공용브리핑실에서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8번 문항 출제오류 판결에 대한 입장 발표 중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지난해 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성적 정정에 따라 올해 2학년으로 새로 편입한 학생들이 기존 학교에서 들었던 교양 수업을 인정받지 못해 일부 편입생들이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대학 측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경희대 한의학과에 지원했다 불합격된 이모(20·여)씨는 1년 뒤 수능 세계지리 출제 오류로 성적이 재산정되면서 추가합격 통보를 받았다. 지난해 지방에 있는 K대 한의학과에서 40학점을 이수했던 이씨는 "편입 학생에게 동일 학과, 계열 여부 등을 고려해 이전 학교에서 이수한 학점을 최대한 인정해주겠다"는 교육부 방침을 믿고 편입을 택했다.

하지만 2월 말 학점 사정을 한다고 통보했던 경희대는 돌연 사정을 취소했고 개학 이후에도 학점 인정과 관련해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답답한 마음에 학과 행정실을 찾아간 이씨는 "기존 학교에서 들었던 학점 중 교양은 10학점 정도만 인정될 것 같다"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들었다.

이씨의 어머니 A씨는 "경희대가 전 학교에서 들었던 교양 과목 중 경희대 교양과 유사한 과목만 교양으로 인정해준다고 했다"면서 "나머지는 '자율선택' 학점으로 인정해준다고 하지만 졸업하기 위해 1학년이 들어야 하는 교양을 다시 들어야 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국내 대학을 졸업하려면 최소 졸업 학점 외에 최소 전공 학점과 교양 학점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예를 들어 4년 동안 180학점을 이수해야 한다면 이 안에 전공 60학점, 교양 50학점이라는 최소 기준도 갖춰야 한다.

그런데 대학마다 교양이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대학들이 자기 학교 교양만 고집해 편입 학생들이 전 학교에서 들었던 교양 학점을 교양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새 학교에서 요구하는 교양 수업을 다시 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경희대 관계자는 "학생이 전 학교에서 들은 수업을 전공으로 인정할지, 교양으로 할지, 자율선택으로 할지는 대학에서 결정하는 부분"이라며 "불이익을 본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선택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올해 2명이 편입한 동국대 등 다른 학교도 비슷한 상황이다. 동국대 관계자는 "편입한 학생들이 1학년 교양과목을 또 들어야 하는 것 맞는다"면서 "완전히 똑같은 과목이 있다면 인정해주겠지만 이번에 들어온 학생 2명의 경우 1:1 매칭이 될 수 있는 과목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학생들이 특수한 경우지만 일단 우리 학교에 들어왔으므로 졸업을 위해서는 우리 학교 졸업 기준을 맞춰야 한다"면서 "졸업 학점(130점)에서 전공과 교양 과목을 제외해도 졸업하기 위해 추가로 들어야 하는 학점이 있기때문에 크게 불이익은 아니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서울여대의 경우 이번에 구제된 학생 중 2명이 편입했다. 서울여대는 전공이나 교양으로 인정받지 못한 나머지 학점은 최대 33학점까지 '일반선택' 항목으로 인정해준다.

서울여대 관계자는 "교양 필수 중 '기독교 개론', '영어 1', '영어 2' 같은 경우 기존 학교에서 들었던 수업 중 내용이나 수업 이름 유사한 과목이 있다면 교양 필수로 인정해준다"면서 "다만 교양 필수 중 치환되지 않는 과목이 한 과목 있는데 이는 일반 편입학생을 포함해 모든 학생이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의학과 특성상 올해 안에 예과를 끝내야 하는 이씨의 경우 상황이 심각하다. 이씨는 예과 이수 조건인 75학점(교양 35학점)을 맞춰야 내년 본과를 시작하는데 전 학교에서 들었던 교양 중 10학점만 인정되면 1년 동안 교양만 25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A씨는 "학교에서 '어떻게 될지 모르니 이번 학기는 들을 수 있는 최대로 채워 듣고 부족하면 계절학기라도 신청해서 부족한 학점을 채우라'고 했다"며 "다 채우지 못하면 유급이 되는 상황인데 그러면 신입으로 입학한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희대 관계자는 "이런 경우가 특이한 경우라 아직 결정된 게 없다"면서 "수강신청 변경 기간이 끝나는 이번주 안에는 결정이 날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편입생이 3명인 중앙대 관계자도 "우리는 교육부 지침에 따를 뿐"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letit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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