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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비인기 학과 구조조정 바람… 대학가 어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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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한양여대 등 추진

신입생 “과 없어질까 불안”

새학기 활기 대신 뒤숭숭

대학 구조조정 바람이 불면서 설렘과 생동감이 넘쳐야 할 새학기 대학가에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신입생들은 곧 없어질 수도 있는 학과를 다닌다는 불안감을 토로하고, 폐과 방침으로 신입생을 받지 않은 학과의 재학생들은 후배 없는 우울한 신학기를 맞고 있다.

중앙대는 새학기 개강 직전인 지난달 26일 내년부터 학과가 아닌 단과대학별로 신입생을 뽑는다는 내용의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을 발표한 뒤로 줄곧 어수선하다.

4일 중앙대 캠퍼스에서 만난 불어불문학과 새내기 배상준씨(20)는 울적한 표정부터 지었다. 배씨는 “(학교 기준에 따르면) 불문과도 사라지는 쪽일 것 같다”며 “나는 취업률이나 연봉을 생각한 게 아니라 프랑스 미술과 영화에 관심이 많아 불어 전공을 선택했는데 (학교의 계획은) 학문의 다양성을 저해하더라”고 말했다.

사회과학대학 이모씨(24)는 “전공 수업에서 교수님들마다 수업 전후에 학과 폐지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며 “교수님들과 학생들은 학과 폐지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의 전조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간호대학 신입생인 김모씨(21)는 “간호대학은 학과 폐지에 해당사항이 없는데 신입생 동기들끼리 이 문제를 이야기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철학과 2학년 조영일씨(21)는 중앙대 R&D센터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양여대는 최근 구조조정개혁위원회를 만들어 학과 정원 조정 및 통폐합을 논의 중이다. 문예창작과 신입생 손모씨(20)는 “나는 글을 쓰는 게 좋아서 들어왔는데, 취업률만 생각해서 들어온 과가 아닌데…”라며 혀를 찼다. 올해 2학년이 된 중어중문과 김문경씨(21)는 “문예창작과 등 전공을 통합한다는 소문은 들어서 알고 있다”며 “휴학하지 말고 빨리 졸업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해 폐지 논란이 일었던 서울 중랑구 서일대 연극과와 문예창작과는 희비가 엇갈렸다. 연극과는 존속하기로 했지만 문예창작과는 영화방송예술과로 통합됐다. 연극과 신입생 신모씨(20)는 “예술 관련 전공 특성상 취업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데 취업률을 이유로 학과를 없앤다는 게 이해가 안되고 불안하다”면서 “또 학교에서 통폐합을 하려고 하면 지난해처럼 퍼포먼스를 하면서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신입생이 없는 문예창작과 2학년 학생들은 우울한 분위기다. 김민성씨(25)는 “학생들이 의욕을 잃었다. 어차피 없어질 학과 아니냐”며 “새학기이고, 우리도 후배가 들어오면 잘해줄 수 있는데 후배가 없다”고 말했다. 김현희씨(21)는 “새학기인데 설렘이 없다”며 “어차피 사라질 학과에 애정이 안 생긴다”고 말했다. 김씨는 “학교를 떠날 생각만 하고 있다”며 “학교에 대한 실망감이 크다”고 했다.

<이혜리·배장현·고희진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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