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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미생’ 효과… 초등생 바둑열기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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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마다 학부모-학생 발길 늘어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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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미생’으로 시작된 바둑 열풍이 최근 초등생과 학부모 사이에서도 퍼지고 있다. 집중력과 사고력 향상 등 바둑의 교육효과가 재조명되면서, 수년간 한산했던 동네 기원과 바둑도장에 학부모들의 문의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서울 구로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바둑을 두며 공부하는 모습. 동아일보DB


《 지난해 드라마 ‘미생’에 푹 빠졌던 송윤진 씨(36)는 최근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바둑학원에 등록시켰다. 송 씨는 “아이가

10분만 책상에 앉아 있어도 몸을 꼬고 금세 일어나 공부방에서 뛰쳐나오기 일쑤”라며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증세가

아닌가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마침 송 씨의 고민을 들은 주변 학부모 중 한 명이 바둑을 권했고, 다니는 학교에도 방과 후

교실에 바둑 수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송 씨는 아이를 독서반에서 바둑반으로 옮겼다. 송 씨는 “아이가 바둑에 흥미를 붙인 뒤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고 말했다. 》

● 드라마 인기에 ‘뇌 발달’ 효과 재조명

바둑의 교육 효과는 예전부터 실험으로도 증명됐다. 명지대 바둑학과와 서울불교대학원대 뇌과학과 학생들은 2009년 바둑학원에 다니는 학생 20명과 그렇지 않은 학생 20명의 뇌파를 측정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바둑을 배우는 학생들의 뇌가 그렇지 않은 학생들의 뇌보다 뇌파 활성화 정도가 더 높았다. 바둑을 둘 줄 아는 학생들의 뇌가 그렇지 않은 학생들의 뇌보다 더 활발하게 작동한다는 뜻이다.

명지대 바둑학과에서 초등학교 4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다른 연구에서도 바둑은 학생들의 정서지능, 이른바 ‘EQ’ 발달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서지능은 자신의 희로애락 등 감정을 다스리고, 타인의 감정 상태를 파악하거나 공감하는 능력을 말한다.

최근 학부모와 초등생 사이에서 바둑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2000년대 시들했던 바둑의 인기가 지난해 드라마 ‘미생’의 흥행을 계기로 다시 인 것. 성인들 사이에서 퍼진 바둑 인기는 최근 학생과 학부모들에게도 퍼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명지대 이세돌 바둑학원’에는 지난해 말과 올 초 사이 학생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이 학원 김아람 원장은 “자녀에게 바둑을 가르치고 싶다는 문의가 지난해 초에 비하면 3∼4배는 늘었다”며 “처음에는 아이만 등록시켰다가 나중에는 부모도 같이 등록해 바둑을 배우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 학원에서는 60여 명의 유치원생, 초중고교생이 바둑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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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개월 지나면 아이 분위기부터 바뀐다

김 원장은 “바둑을 전혀 둘 줄 모르는 아이가 교육받기 시작하면, 일단 예절부터 배운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처음에 바둑판을 앞에 놓고 대국자(상대)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천천히 돌을 집어 바둑판에 올려놓는 법을 배운다. 대국 중에는 떠들거나 소란을 피워선 안 되고, 상대의 주의를 방해하는 산만한 행동도 할 수 없다. 김 원장은 “집중력 부족으로 식당이나 지하철에서 소란을 피우기 일쑤이던 아이들도 바둑을 배우고 한두 달 지나면 분위기부터 싹 바뀌곤 한다”고 말했다. 이후 포석, 사활, 전투, 집짓기 등을 배우는 과정에서 자연히 계산력과 집중력도 강해진다.

최근 엄마들 사이에서는 설 연휴 한 TV프로그램에 나왔던 ‘바둑 신동’ 김은지 양(8)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 양은 초등학교 2학년 나이에도 불구하고 나이 든 바둑 고수들을 연이어 이겼다. 같은 또래의 수학, 과학 영재들과도 문제 풀이 과정에서 결코 밀리지 않으며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 프로그램을 본 학부모 이은옥 씨(38)는 “수학, 과학 영재는 어렸을 때 머리가 타고나는 측면이 큰데 바둑은 배워서 스스로 개발하는 측면이 큰 것 같다”며 “공부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아이들에게도 가르쳐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어린 자녀에게 바둑을 가르칠 때는 염두에 둘 점이 있다. 조급해하면 안 된다는 것. 일부 학부모는 아이가 산만한 탓에 바둑학원에 등록해 놓고 1, 2주 만에 아이가 달라지길 기대했다가 좀처럼 바뀌지 않으면 실망하기도 한다. 김 원장은 “바둑을 전혀 둘 줄 모르는 초등생이라고 가정할 때, 최소 6∼8개월은 지나야 혼자 힘으로 한 판을 둘 수 있고, 1년이 지나야 전략적 사고 능력이 생긴다”고 조언했다. 김 원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혼자 곰곰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능력이 길러지면서 영어나 수학 등 다른 공부 영역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아이가 많다”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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