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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남아공서 거액투자 미끼로 한국인 상대 사기사건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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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위 피싱메일에 속아 2천500여 만원 피해

연합뉴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류일형 특파원 = 거액 투자를 미끼로 한국인을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으로 유인한 뒤 수수료 등 명목으로 수천만 원의 금품을 가로챈 국제사기사건이 발생,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4일 주남아공 한국대사관(대사 최연호)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시슬루'라는 남아공 흑인이 한국에 있는 전모씨에게 속칭 '피싱메일'을 보내 "미국 은행에 예치해 놓은 2천200만 달러(약 242억 원)를 투자하겠으니 사업계획서를 보내달라"며 접근했다.

시슬루는 예치금 증명서를 보여준 뒤 "송금 규제를 풀기 위해 3%의 세금 66만 달러(7억여원)가 필요하다"며 전씨와 같이 투자하기로 한 유모씨를 지난달 9일 남아공으로 오도록 유인했다.

시슬루는 경찰관 복장을 한 공범을 내세워 믿게한 뒤 경찰 인증료, 고등법원 인증료 등 명목으로 8천250 달러(900여만 원)를 가로챘다.

또 영국 모 은행 총재를 사칭한 인물은 "거액의 비자금을 비밀리 한국에 투자하겠다"며 전씨 등을 남아공으로 불러들인 뒤 변호사를 사칭한 대리인을 내세워 대출과 변호사 비용 등 명목으로 5천 달러(550만여 원)를 편취했다.

'아쉬르 아반'이라는 또 다른 흑인 여성 사기범은 "거액을 번 남편이 보안회사에 3천500만 달러를 맡겨 놓았는데 살해당하는 바람에 돈이 묶여 있고, 찾기 위해서는 마땅한 투자처가 필요하다"며 "돈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면 30%를 사례금으로 주겠다"고 속여 송금수수료 등 명목으로 6천 달러(660만여 원)를 가로챘다.

이 과정에서 범인은 피해자들을 보안회사로 데려가 보관된 거액의 돈다발을 보여주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 등은 3건의 사기사건에서 범인들이 서로 모르는 사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대사관 측은 이들이 모두 남아공 흑인들이고 인터넷을 이용한 수법 등이 비슷한 점 등으로 미뤄 일당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특히 예치금 증명서 등 관계 서류를 보여주는가 하면, 경찰관 복장을 한 공범이나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인물을 내세우고 거액의 돈다발을 보여주는 등 대담하고 치밀한 수법으로 피해자들이 믿게 만들었다고 대사관 경찰영사 나원오 총경은 말했다.

미련을 버리지 못하던 피해자들은 납치 등을 우려한 대사관 측이 범인들과의 접촉을 막고 범인들이 제시하는 장소가 아닌 한국대사관에서 만날 것을 제의한데 대해 범인들이 욕설을 하면서 전화를 끊어버리자 단념하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한편 2011년에도 "짐바브웨 무가베 대통령 친척으로 수천억 원의 정치자금을 영국계좌에 보관 중인데 수수료 3%를 내주면 수천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속임수에 넘어간 한국의 한 중소기업 대표가 남아공까지 왔다가 당시 남아공한인회 관계자와 대사관의 도움으로 큰 피해 없이 무사히 귀국했다.

10여 년 전 나이지리아에서 사기행각을 벌이던 국제사기단이 최근 남아공으로 유입,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메일을 발송해 거액의 투자를 미끼로 유인한 뒤 보관된 가짜 현찰을 보여주고 변호사, 경찰 등을 가장하거나 실제 동원해 안심시켜 수수료 등 명목으로 돈을 가로채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사관 측은 "이들은 피해자가 돈이 떨어지면 납치, 가족에게 돈을 요구하거나 심지어 살해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투자를 미끼로 입국을 종용하거나 송금 수수료 등을 요구하는 경우 대사관이나 코트라를 통해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ryu62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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