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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시승기] 가솔린 SUV가 살아남는 법 '혼다 뉴 CR-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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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잇 김준혁]요즘 SUV가인기를 얻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디젤 SUV에 국한된 얘기일 뿐이다. 가솔린 엔진은 디젤 엔진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연비가 나쁘고, 비슷한 배기량의 엔진으로 덩치가 큰 SUV를 끌기에는 아무래도 가솔린 엔진보다는 토크가 두둑한 디젤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국내에서 판매 중인 SUV의 절대다수는 디젤 엔진으로만 라인업이 채워져 있고,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는 SUV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하지만 몇 안되는 가솔린 SUV 가운데에서도 유독 높은 판매량을 자랑하는 모델이 있다. 바로 지난해 말 출시된 혼다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링 SUV '뉴 CR-V'가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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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판매된 혼다 CR-V는 국내 SUV 시장에서 성공하기 힘든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3000만 원 초반부터 후반대까지 형성된 가격은 CR-V보다 연비가 월등히 좋은 독일산 SUV의 구입을 저울질 하게 만들었고, 디젤 엔진을 탑재한 가운데 연일 상품성을 향상시키고 있는 국산 SUV와도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 속에서도 그간 혼다 CR-V는 가솔린 SUV로서는 이례적으로 놀라운 성공을 기록했고, 여러 가지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혼다코리아가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왔다.
이번에 새롭게 출시된 뉴 CR-V의 경우 4세대 CR-V의 페이스리프트에 해당하는 모델이다. 뉴 CR-V는 디자인의 소소한 변화 외에 직분사 기술이 더해진 엔진, 기존 5단 자동변속기를 대체하는 CVT를 적용하는 등 안팎으로 적잖은 변화를 가진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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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등장하는 자동차의 페이스리프트 모델 대다수가 풀체인지에 버금 가는 커다란 디자인 변화를 겪는 것과 달리 뉴 CR-V의 디자인 변화는 얼핏 봐서는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디자인의 변화가 커 보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전면부의 디자인 레이아웃이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가 하나로 연결된 가운데, 그릴의 면적을 범퍼까지 확장시킨 CR-V 특유의 디자인이 페이스리프트에서도 이어지고 있으며, 번호판을 중심으로 거의 완벽한 상하 대칭을 이루는 범퍼 디자인도 이전과 같은 모습이다. 대신 뉴 CR-V에서는 디테일한 부분에 큰 변화를 줌으로써 조금 더 세련되고, 도심형 SUV에 어울리는 단정한 외모를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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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런 변화는 라디에이터 그릴에 3줄로 놓여 있던 크롬 바를 없애고, 얇은 크롬 바 하나와 유광 블랙 컬러의 장식물을 더한 것에서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크롬에 대한 욕심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었는지, 라디에이터 그릴 하단부와 안개등 주변부에 새롭게 크롬 장식이 더해진 것이 눈에 띈다. 동일한 디자인이 사용된 헤드램프에는 헤드램프 주변을 감싸는 LED 주간주행등이 더해져 뉴 CR-V의 세련미를 높여주고 있으며, 안개등의 디자인은 기존 원형에서 직사각형 형태로 바뀌었다. 아울러 범퍼 하단에는 최신 SUV의 필수적인 디자인 요소로 자리잡은 스키드 플레이트가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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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리프트의 특성상 측면에서의 변화는 거의 없다. 덕분에 근육질의 두툼한 앞/뒤 펜더와 손잡이를 가로 지르는 캐릭터 라인, 쐐기 모양의 그린하우스 디자인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새로운 디자인의 휠인데, 시승 모델의 경우 운전석 메모리 시트와 전동식 해치게이트, 우측 후방의 사각지대를 카메라 영상으로 보여주는 레인 와치 등이 포함된 투어링 버전이었던 덕분에 기본형 모델의 17인치 휠보다 더욱 화려한 18인치 휠이 적용됐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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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 만큼이나 후면에서의 변화도 거의 없다. 후면부 양끝에 길게 자리잡은 테일램프와 풍만한 볼륨감을 자랑하는 CR-V 특유의 후면 디자인이 그대로 유지된 가운데, 무광 블랙 컬러의 플라스틱으로 처리됐던 범퍼의 바디 컬러 면적이 넓어진 것이 눈에 띈다. 프론트 범퍼와 마찬가지로 리어 범퍼에도 스키트 플레이트가 적용됐으며, 또 하나 작은 변화로는 리어 글래스 하단부에 길다란 크롬 장식이 더해진 것 정도를 들 수 있다. 해치 게이트에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전동방식이 더해졌는데, 기본 모델에서는 수동방식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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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외적인 변화보다 내적인 변화가 크다. 기존 디자인은 그대로 유지한 가운데, 스마트폰과 연동해 사용할 수 있는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인 '디스플레이 오디오(DA)'를 탑재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이 기능을 사용할 경우 스마트폰 앱을 센터페시아에 있는 디스플레이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스티어링 휠 버튼에 마련된 버튼을 이용해 아이폰의 '시리(Siri)'를 이용할 수도 있다.
북미 시장에서는 스마트폰에 탑재된 내비게이션 앱을 디스플레이로 불러와 내비게이션 기능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앱의 수는 많지 않다. 때문에 뉴 CR-V에는 애프터마켓용 내비게이션이 탑재돼 있다. 내비게이션은 디스플레이 좌측의 버튼 중에서 BACK 버튼을 2초 이상 누르면 활성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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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의 호환성 부족 외에도 뉴 CR-V의 디스플레이는 기본적으로 블루 컬러를 바탕으로 정보를 제공하는데, 기본 화면의 해상도가 낮고, 인터페이스도 썩 직관적이지 않아 사용편의성이 높은 것만 것 아니다. 또한 센터페시아 상단에 위치해 오디오와 시계, 연비 정보를 표시해주는 보조 디스플레이의 활용 빈도가 높지 않아 형식적인 구성으로 그친다는 점도 아쉽다. 물론 센터페시아에 2개나 자리잡은 디스플레이와 계단식 디자인의 센터페시아 구성으로 인해 실내 디자인이 화려해 보인다는 장점이 있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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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아쉬움을 제외하면 뉴 CR-V의 실내는 오랜 시간 숙성된 글로벌 베스트셀링 SUV의 최신 모델에 어울리는 사용편의성과 넓은 실내 공간을 제공한다. 일단 북미 시장을 위한 SUV 답게 계기판과 송풍구, 각종 버튼의 크기가 큼지막하다. 덕분에 계기판의 시인성은 매우 높고, 각종 버튼의 사용편이성도 높다. 대시보드에 적용된 플라스틱에 스티치를 더하고 실내 컬러를 어두운 톤으로 바꿔 고급스러움을 살린 점은 뉴 CR-V에서 눈에 띄는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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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는 덩치 큰 성인이 앉아도 부담을 느끼기 어려울 만큼 여유롭지만, 유럽산 SUV만큼 몸을 단단하게 잡아주는 능력은 뛰어나지 않다. 공간에서는 앞, 뒷좌석 모두 넉넉함이 넘쳐 난다. 특히 4륜구동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뒷좌석 바닥 중앙의 센터터널이 높지 않은 점은 뉴 CR-V의 뒷좌석을 더욱 넓을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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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는 바닥을 매우 낮게 설정해 4555mm에 불과한 차체가 무색할 만큼의 커다란 공간을 제공한다. 일부 SUV의 경우 트렁크 바닥을 2중으로 설계해 기본적인 트렁크 공간이 다소 좁아지는 경향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뉴 CR-V의 경우는 그런 기능 없이 오로지 넓은 트렁크 공간을 만드는 데만 집중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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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뉴 CR-V의 변화 중 핵심은 디자인이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변화가 아닌 새로운 파워트레인의 적용에서 찾을 수 있다. 엔진은 기존 직렬 4기통 2.4리터 i-VTEC 방식을 고수하면서 새롭게 직분사 방식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엔진 출력이 높아질 수 있는 직분사 방식이 더해진 만큼 뉴 CR-V의 엔진 성능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지만, 실제 엔진 마력은 기존 190마력에서 2마력 빠진 188마력을 기록하고 있다. 엔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마력이 줄어든 점이 아쉬울 수 있지만, 대신 뉴 CR-V의 엔진은 최대토크를 종전 22.6kg.m에서 25.0kg.m로 끌어올려 가솔린 SUV에서 부족할 수 있는 초반가속력을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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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기술이 더해진 엔진은 기존 5단 자동변속기가 아닌 무단 자동변속기인 CVT와 짝을 이룬다. 덕분에 뉴 CR-V의 주행감각은 이전보다 더욱 부드러워질 수 있었고 디젤 SUV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세단 못지않은 매끄러운 가속감각을 전달한다.
가솔린 엔진을 사용한 만큼 분명 디젤 SUV가 보여주는 초반의 두둑한 토크감과 이에 따른 폭발적인 가속감을 뉴 CR-V에서 경험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터보랙 없이 액셀 페달을 밟는 즉시 반응을 보여주는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 특유의 움직임과 매끄러운 변속감을 전달하는 CVT의 조합으로 뉴 CR-V는 강하진 않지만 꾸준히 속도를 올려나간다. CVT의 적용으로 인해 액셀 페달을 밟는 순간과 엔진회전수가 상승하는 순간 약간의 괴리감이 느껴질 정도로 CVT의 반응속도가 빠른 것은 아니지만, 속도를 올려나가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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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뉴 CR-V는 연비를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엔진과 변속기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ECON 기능이 활성화 돼 있는데, ECON 기능을 해제하더라도 가속감에서는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ECON 기능을 활성화 할 경우 계기판 속도계 양측면에 위치한 LED바를 녹색으로 점등시켜 연료소비율이 좋다는 것을 알려주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이 기능을 활성화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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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솔린 엔진과 CVT의 적용을 통해 짐작할 수 있었듯이 뉴 CR-V는 매우 부드러운 승차감을 지향한다. 저속에서 부드럽게 돌아가는 스티어링 휠과 노면의 작은 요철 정도는 알아서 흡수하는 서스펜션은 뉴 CR-V의 훌륭한 승차감을 완성하는 1등 공신이며, 너무 높지 않으면서 탁월한 시야를 완성하는 적당한 높이의 운전은 뉴 CR-V가 왜 여성운전자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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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혼다가 기본적으로 스포티한 성향을 갖고 있는 브랜드인 만큼 뉴 CR-V 역시도 서스펜션이나 스티어링 휠의 세팅 등에서 일정 부분 스포티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고속으로 올라갈수록 눈에 띄게 안정되는 차체와 웬만한 코너에서 무게중심의 급격한 이동을 보여주지 않는 한계치 높은 서스펜션 세팅은 뉴 CR-V가 마냥 얌전한 SUV는 아니란 것을 보여주는 요소들이다. 그러나 일반도로에서 뉴 CR-V의 스포티한 성향을 알기란 쉽지 않고, 뉴 CR-V의 운전자 대부분이 도심에서의 여유로운 운전을 즐길 일이 많다는 점도 이 차의 스포티함을 느끼기 어렵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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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뉴 CR-V의 경우 이전처럼 전륜구동과 4륜구동, 2개의 구동방식으로 판매되는 것이 아닌 오로지 4륜구동 모델로만 판매되고 있다. 전륜구동과 비교했을 때 4륜구동 방식의 SUV의 경우 접지력이 약해질 수 있는 겨울철이나 우천 주행 시 높은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지만, 일상 주행에서 4륜구동 방식의 안정성을 느낄 일은 많지 않을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뉴 CR-V의 경우, 터프한 오프로드 주행을 즐길 일이 많지 않은 전형적인 도심형 SUV이기 때문에 4륜구동 방식보다는 전륜구동 방식을 선택하는 게 차량 가격이나 연비 등에서 유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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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4륜구동 방식의 뉴 CR-V만 구입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4륜구동 방식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직분사 방식이 더해진 엔진과 CVT의 조합으로 인해 전륜구동 방식을 사용하는 이전 CR-V보다 연비가 올라갔다는 사실이다. 혼다코리아를 통해 발표된 뉴 CR-V의 복합연비는 리터당 11.6km로 4륜구동 방식과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는 SUV로서는 준수한 편이다.
약 433km를 주행하는 동안 뉴 CR-V는 공인연비와 거의 동일한 11.2km/l의 평균연비를 보여줌으로써 뉴 CR-V에 적용한 신기술의 효과로 인해 연비가 향상됐다는 혼다의 말이 공염불이 아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고속도로 주행에서 리터당 15km이상의 연비를 쉽사리 기록하는 디젤 SUV와 달리 뉴 CR-V는 고속도로에서도 리터당 15km 이상의 연비를 쉽사리 보여주지 못했고, 이는 뉴 CR-V가 장거리 주행에서 특히 불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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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뉴 CR-V는 장거리 주행이 잦은 운전자보다는 도심 출퇴근이나 가까운 교외로의 운전을 즐기는 운전자에게 더 적합할 수도 있겠다. 뉴 CR-V의 공인연비 자체가 높은 것은 아니지만, 실제주행에서 공인연비와 큰 차이가 없는 실연비를 보여줬고, 적당한 운전포지션과 부드러운 차체 세팅 덕분에 도심 주행에서 큰 스트레스 없는 편안한 주행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특히 비슷한 가격대의 동급 독일 또는 일본산 디젤 SUV와 비교했을 때 뉴 CR-V가 갖고 있는 더 풍족한 편의장비와 넓은 실내, 편안한 주행 특성은 분명 눈에 띄는 부분이다.
하지만시장에서의 판매량이 증명하는 것처럼 남들이 모두 디젤 SUV를 선택하는 상황 속에서 홀로 용감하게 가솔린 SUV를 선택하기란 생각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다.
김준혁 기자 innova33@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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