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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최경환 “디플레 우려”]‘낙관론’서 돌아선 최경환… 숨길 수 없었던 심각한 경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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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물가 마이너스 상승, 수출도 2개월째 감소 ‘경고등’

‘투자·소비 위축 → 내수 부진 → 저물가’ 악순환 땐 불황

한국 경제의 사령탑인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공개석상에서 디플레이션 우려를 꺼낸 것은 정부도 경제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한 것이라는 점에서 심상치 않다. 디플레이션은 ‘물가하락 속 경기침체’ 현상을 가리키며 심화될 경우 경제 자체가 쪼그라들게 된다. 그 대표적인 지표인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지난달 사실상 마이너스로 나타나자 그간 낙관론을 유지해오던 최 부총리마저 충격을 받은 기색이 역력하다.

경향신문

디플레이션이 본격화될 경우 가뜩이나 투자·소비 부진에 시달려온 한국 경제는 심리 위축으로 다시 내수가 얼어붙는 악순환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기업들은 투자 의지가 꺾이고, 신규 고용도 꺼리게 된다. 물가가 내려가게 되면 소비자들은 소비를 미루게 된다. 저물가의 장기화는 이처럼 생산·투자·소비 전반을 둔화시키고 경제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2년 2.2%에서 2013년과 2014년에는 각각 연평균 1.3%로 뚝 떨어졌고, 지난해 12월부터는 아예 0%대로 진입했다. 지난 1월에는 담뱃값 인상 효과를 제외할 경우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 0.1%였다.

정부는 그간 국제유가 급락 등 공급 측 요인을 저물가의 주된 요인으로 강조해왔지만 최근 들어 투자·소비 등 수요 측 요인이 물가를 끌어내리는 징후가 두드러지고 있는 점도 심각성을 키운다. 지난 1월 소매판매가 전달보다 3.1% 줄었고 설비투자도 7.1% 급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의 경기침체, 중국의 성장둔화 등으로 수출까지 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경제상황을 보면 수요 부진에 따른 저물가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유가하락도 마냥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없다”며 “유가하락이 디플레이션 기대를 공고화시킬 경우 장기불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형환 기재부 1차관은 “(최근의 저물가는) 수요부진보다는 유가하락 등 공급 요인에 의한 것이어서 디플레이션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하게 되면 소비위축 → 물가하락 → 생산·고용·투자 감소 → 가계소득 하락 → 경기 추가침체라는 ‘디플레이션 악순환’이 현실화될 수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언급해온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흡사한 모습이 이제부터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진다. 일본은 1999년부터 2007년까지 지속적인 디플레이션을 겪으면서 성장동력을 상실했다.

최 부총리의 이날 발언을 계기로 정부가 재정지출 확대 등 경기부양 기조를 강화하는 한편 4대 부문 구조개혁에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예고된다.

하지만 저출산·고령화, 가계부채 누증 등 한국경제가 당면한 문제에 대한 근본해법을 마련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는 최 부총리가 복지확충과 이를 위한 증세문제에 대해 “사회적인 컨센서스가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에서도 엿보인다.

<이윤주·박병률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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