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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김영란법에도 '특권 조항'…'탈출구' 잊지 않은 의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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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영란법이 애초에 겨냥한 건 국회의원과 판·검사 같은 권력자들입니다. 그런데 국회의원은 이 법안을 다루면서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은 상당 부분 빠뜨렸습니다. 정작 법 적용대상이 돼야 할 의원들이 곳곳에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놓은 겁니다.

김영란법 처리 과정에서 숨겨진 정치인들의 꼼수를, 정치부 안의근 기자와 함께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어제 잠깐 저희가 이 내용을 얘기하긴 했는데, 자세히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부정청탁 금지법'을 처리하면서 자신들은 빠져나갔다, 구체적으로 볼까요?

[기자]

김영란법 원안에서, 부정청탁 예외 대상을 규정한 부분이 달라지는데요. 권익위안이 김영란법 원안이죠, 2012년에 제출된. 이게 정무위안으로 넘어가면서 내용이 달라집니다.

당초 원안에는 선출직 공직자 등이 공익적인 목적을 위하여 공직자에게 제안하고 건의하는 행위, 이렇게 돼 있었는데요.

정무위를 통과하고 보니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 민원을 전달하거나" 이 부분이 들어갑니다.

이거는 물론 최종적으로 법에 들어가게 되죠.

[앵커]

한눈에 봐도 지역구 민원을 해결하겠다, 이렇게 읽히는데. 의미를 분석해볼까요?

[기자]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민원을 정부 부처에 전달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리를 놔달라, 도로를 깔아달라, 문화회관이 필요하다. 이런 민원들을 하루에도 여러 건씩 받는다고 봐야겠죠.

그런데 이 중에는 순수한 의미의 민원뿐만 아니라 부당한 청탁 등도 끼어들 여지가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한 변호사에게 그 의미를 물어보니 대뜸 "도둑이 제 발 저린 것 아니겠느냐" 이런 반응이 돌아왔습니다.

혹여라도 부정청탁을 하더라도 빠져나갈 구멍을 키운 게 아니냐 이런 지적을 받는 이유입니다.

[앵커]

또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 언론인 포함 문제입니다. 물론 이건 시청자 여러분들도 잘 아시는 것처럼, 언론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립니다. 이것도 위헌논란에 포함이 됐는데, 이건 어떻게 봐야 합니까?

[기자]

네. 제가 지난해 정무위 법안소위 속기록을 들여다봤는데요.

지난해 5월 23일인데,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이 "KBS, EBS 등 관련 언론기관은 다 포함이 되는 게 논리적으로 일관성이 있는 것 아니냐" 이렇게 말하자, 새정치연합 강기정 의원이 "그럴 것 같다. 종편과 인터넷 신문, 종이신문도 다 넣자" 이렇게 해서 모든 언론인이 포함이 됩니다.

현재 이 부분은 그릇된 취재 관행을 가진 언론인을 퇴출시킬 수 있다는 장점은 갖고 있지만 다른 공익적 요소를 가진 직업군과 형평에 맞지 않다, 이런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다른 직업군과의 형평을 얘기하다 보면 논란은 끝없이 이어지고, 결국 언론이 그동안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아오지 못했다는 측면에서 당연히 넣어야 한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게다가 언론인 포함을 핑계로 김영란법을 지연시키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었기 때문에 법 논의 과정에서 언론을 제외시키기 어려웠던 측면도 있습니다.

[앵커]

또 시민단체를 뺀 부분을 놓고는 어제 법사위에서도 그렇고 굉장히 논란이 있었습니다.

[기자]

최근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먹튀 행태'를 집중 비판했던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가 7억여 원의 뒷돈을 받아 체포되지 않았습니까?

공익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언론에 비해 비중이 결코 적지 않은 시민단체를 왜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뺐느냐, 또 변호사, 의사, 방산업체 등은 왜 뺐느냐, 이런 비판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이런 비판이 계속 이어지다 보면 결국은 모든 직업군을 다 집어넣어야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을 텐데, 그럼 비현실적이라는 얘기가 나오겠죠, 당연히. 금품수수 부분도 김영란법이 처리되면서 합법적인 정치자금을 받을 수 있는 국회의원들은 상대적으로 덜 엄격한 게 아니냐… 다시 말하면 정치자금법이라고 해서 받는 금액의 액수가 다른 직업군에서 받으면 걸리는 액수와 차이 난다, 즉 국회의원들이 더 수월하다, 이런 지적이 나오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물론 국회의원들은 이미 정치자금법이나 공직선거법상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고요. 김영란법상으로도 국회의원과 다른 공직자, 언론인이 차별적인 대우를 받는 건 아닙니다.

어제 선관위가 발표한 모 지역구 의원의 후원금 내역을 보면요. 지역구 구청장과 시의원으로부터 각각 500만원을 받았고요. 자신의 보좌관으로부터는 세 차례에 걸쳐 4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측근이나 산하 단체장, 지방의원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건 비단 이 의원뿐만이 아닙니다.

[앵커]

그런데 이게 신고를 잘 하면 합법적이 되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절차와 요건을 갖춰 선관위에 제대로 신고만 하면 합법적인 금액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김영란법이 통과되고 보니까 일반 공직자나 언론인의 경우 1회 100만원, 한 해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을 수 없는데 국회의원은 지역구 구청장과 시의원, 보좌관으로부터 수백만원을 합법적으로 받아도 되는 상황이 된 겁니다.

이런 후원금에는 자발적이지 않은 후원금도 현실적으로 있다고 봐야 하고요. 수백만원을 합법적으로 받아도 되는 상황이 좀 더 커 보이는 상황이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혹시 꼭 그렇게 의심할 필요는 없다고 해도 합법으로 가장한 강제적 헌금, 뇌물?

[기자]

그런 것도 있을 수 있다고 봐야 되겠죠, 현실적으로는.

물론 일반 공직자나 언론인이 정치 활동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정치자금법상의 금액이라든지 이런 것과 김영란법상의 금액을 단순 비교하는 거에는 조금 어려움이 있습니다.

[앵커]

정치인들이 아무래도 정치 활동을 하다 보면 돈이 좀 더 필요하니까 좀 더 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 이런 반론이겠죠.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정치부 안의근 기자였습니다.

안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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