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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6인실 늘렸다는데, 여전히 1인실 가라는 병원…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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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개 상급종합병원 분석 결과, 환자들 많이 입원하는 빅4병원은 병실변화 거의 없어]

머니투데이

서울지역 대형대학병원 14곳 다인실 병상 비율 변화


#최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주부 김모씨(36). 수술 후 김씨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다인실(4인실 혹은 6인실) 병동에 입원하고 싶었지만 병실에 자리가 없어 하루 입원비가 20만 원(환자본인 부담금 기준)인 2인실에 입원해야 했다.

하루 입원비 1만 원만 내면되는 일반병실보다 비싸 넓고 쾌적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2인실 병동은 일반병실과 별 차이가 없었다. 2인실에 입원해 이틀 동안 기다렸다가 6인실로 이동한 김씨는 "원치 않은 진료비를 지출했다"는 기분에 찜찜함을 감출 수 없었다.

정부가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비급여 진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환자들의 체감도는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환자들이 한해 1조8000억 원 정도 부담했던 상급병실료의 경우 올해 개선작업이 마무리될 예정이지만, 환자들이 1·2인실 등 상급병실을 거쳐 다인실에 입원하는 현실은 계속되고 있다.

환자들이 많이 입원하는 빅4 병원들이 제도 개선에 소극적이어서 환자들의 정책 체감도를 낮추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일 본지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병원정보를 분석한 결과 서울지역 14개 대형대학병원(상급종합병원) 중 서울아산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등 4개 병원은 다인실 비율이 70%에 못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는 환자들의 진료비 부담을 덜기 위해 지난해 다인실 기준병상을 6인실에서 4인실로 바꾼데 이어, 오는 9월까지 대형대학병원의 다인실 비율을 전체 입원병상의 50%에서 70%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 출범 전인 2012년과 올해를 비교한 결과 병원들의 다인실 비율은 대부분 늘었다.

2012년 59.5%였던 경희대병원의 다인실 비율은 올해 80.3%로 가장 많이 늘었다. 강북삼성병원은 72.4%에서 91.8%로, 한양대병원은 50.8%에서 72.2%로, 강남세브란스병원은 58.1%에서 73.1%로 늘어 비교적 큰 증가율을 보였다.

하지만 빅4병원의 사정은 이와 달랐다. 입원병상이 2441개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다인실 비율이 56.4%에서 56.5%로 0.1%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신촌세브란스병원(2184병상)은 59.1%에서 65.2%, 삼성서울병원(1729병상)은 59.9%에서 60.6%, 서울대병원(1571병상)은 56.3%에서 63%로 소폭 늘었다.

서울지역 1000병상 이상 의료기관 중에는 서울성모병원(1144병상)만 71.9%로 다인실 비율이 70%를 넘겨 체면치레를 했다.

빅4병원의 병상 숫자는 7925개로, 나머지 10개 병원의 병상 숫자 8121개와 비슷하다. 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몰리는 빅4병원의 병상 수 변화가 크지 않기 때문에 정책 체감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 병원 관계자는 "빅4병원들이 정부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한 병원 당 100~300개의 병실을 다인실로 바꿔야 한다"며 "병상 가동률이 80~90%인 것을 고려하면 매일 1000만~4000만 원의 수입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병실을 늦게 바꿀수록 이득이기 때문에 손실규모가 큰 빅4병원들이 서둘러 바꿀 이유는 없을 것"이라며 "정부에서 병원 손실을 보전해 준다고 했지만 정작 병원들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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