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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준석의 사우스포] '日 무적' 크로캅과 쇼군이 UFC에서 실패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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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드 파이터 몰락 이유는? 프라이드 FC를 주름잡던 파이터들이 UFC에서 체면을 구기고 있다. 고미 타카노리·마우리시오 쇼군·퀸튼 잭슨·미르코 크로캅(왼쪽부터). / 유튜브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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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에서 몰락은 예견된 결과

'83% vs 29%.'

극명하게 비교되는 승률이다. 프라이드 FC에서 톱 클래스로 분류된 7명의 선수들이 최근까지 적어낸 성적표다. 전자는 프라이드 FC, 후자는 UFC의 결과다. 프라이드 FC를 주름잡던 고미 타카노리(36·일본)와 마우리시오 쇼군(33), 반더레이 실바(38),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38·이상 브라질), 미르코 크로캅(40·크로아티아), 퀸튼 잭슨(37), 댄 핸더슨(44·이상 미국)은 UFC라는 낯선 무대에서 한없이 작아졌다. 힘 한번 제대로 써 보지 못한 채 와르르 무너지고 있다.

특정 체급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경량급부터 헤비급까지 모두 그렇다. 한 시대를 풍미한 격투기 단체에서 배출한 파이터들의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결과다. 냉정하게 말해 '거품'이 잔뜩 꼈다. 프라이드 FC의 체급별 대표 파이터였지만, UFC에서 망신을 당했다. UFC에서 7승 5패를 기록한 잭슨을 빼면 50%가 넘는 승률을 올린 주인공이 없다. 프라이드 FC라는 우물 안에서 헤엄친 개구리였다.

고미는 지난해 9월 20일 마일스 쥬리(26·미국)에게 1라운드 32초 만에 펀치로 TKO패한 뒤 격투기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쇼군은 여전히 UFC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강자'라는 수식어는 이미 사라졌다. 실바는 지난 2013년 3월 3일 브라이언 스텐(34·미국)을 제압했지만, UFC와 불화설에 휘말리며 은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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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력 잃은 도끼살인마. 반더레이 실바는 UFC에서 경쟁력을 잃은 뒤 은퇴했다. / 유튜브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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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캅은 지난 2011년 10월 로이 넬슨(38·미국)에게 패한 뒤 UFC를 떠났지만, 다음 달 12일 가브리엘 곤자가(35·브라질)와 복귀전을 치른다. 뚜껑을 열어봐야 해도 자신의 전매특허인 하이킥으로 KO패를 안긴 파이터와 재대결이라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노게이라는 지난해 4월 11일 넬슨에게 패한 뒤 옥타곤에서 사라졌다.

프라이드 FC 강자들의 자존심에 금이 간 현상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사실상 예견된 일이다. 기본적으로 프라이드 FC와 UFC의 규칙 자체가 다르다는 점부터 짚어 봐야 한다.

프라이드 FC는 사각링에서 대결하며 UFC는 옥타곤에서 싸운다. 단순한 차이가 아니다. 승패를 좌우할 결정적인 요소다. 프라이드 FC에선 로프의 반동을 활용할 수 있지만, 옥타곤에선 그렇지 않다. 상대 압박에 뒷걸음칠 때 로프의 튕기는 현상을 이용할 수 있지만 옥타곤에선 불가능하다.

바닥에 깔렸을 때 차이는 더욱 크다. 프라이드 FC에선 누워 있더라도 링 주위에 다가가 손이나 발을 로프에 대면 용수철처럼 튀는 현상을 활용해 자세를 바꿀 수 있다. 유리한 포지션에서 역으로 기술을 걸거나 파운딩을 퍼붓는 것도 가능하다. 상황에 따라 스탠딩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하지만 UFC에선 불가능한 그림이다. 깔리면 끝이다. 주변의 지물을 활용할 수 없다.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일어나야 한다.

부산에서 MMA 체육관 조슈아짐을 운영하고 있는 이동기 MBC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은 2일 <더팩트>와 전화 통화에서 "프라이드 FC 정상급 파이터들 가운데 일부는 로프를 교묘하게 활용했다. 반칙 성향이 매우 짙었지만, 심판이 개입하기엔 여러모로 애매했다"며 "하지만 UFC에선 상황이 바뀌니 위력이 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단체의 규칙이 다르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프라이드 FC에선 그라운드나 클린치 상황 때 심판이 '고착 상태'라고 판단하면 스탠딩으로 전환하거나 둘의 거리를 떼어 놓는다. 심판의 재량이 아니었다. 프라이드 FC는 엄격한 규칙에 따라 일정 시간이 지났을 때 이렇게 진행한다. 하지만 UFC는 그라운드나 클린치 상황이 지속되더라도 웬만해선 심판이 개입하지 않는다. 화끈한 장면을 원하는 관중이 야유를 퍼부어도 상관없다. 심판이 판단하기에 말 그대로 '질질 끄는' 상태가 계속되면 재량권으로 거리를 벌리거나 스탠딩 전환을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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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옛날이여! 크로캅(왼쪽)은 지난 2007년 9월 8일 칙 콩고전의 무자비한 타격에 고전하며 패했다. / 유튜브 영상 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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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단체에 속한 선수들의 수준이 달랐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점이다. 가장 큰 간극은 타격 능력이다. UFC에서 오랫동안 활약한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강한 타격 기술을 갖췄다. 단지 대중 인지도가 높지 않았을 뿐이다. 거대한 자본을 활용해 홍보 극대화에 열을 올린 프라이드 FC 파이터들보다 알려지지 않았지만 실력은 더 좋았다.

크로캅과 칙 콩고(42·프랑스)의 경기를 보면 답이 나온다. 크로캅은 지난 2007년 9월 8일 콩고전에서 내내 고전하며 판정까지 간 끝에 0-3으로 패했다. TKO나 KO로 지진 않았지만, 그야말로 실망스러운 경기력이었다. 콩고의 능수능란한 타격 기술을 감당하지 못했다. 변칙 앞차기에 대한 허술한 방어도 문제였다. 중심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옥타곤이라는 낯선 공간에서 특유의 사이드스텝도 위력이 떨어졌다. 좌우로 돌다 일순간에 스트레이트나 하이킥을 날리는 장기의 위력이 반감된 원인이다. 주특기인 타격전에서 힘을 잃었다. 프라이드 FC에선 '일류 타격가'로 손꼽힌 크로캅에게 '거품'이 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가 나온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프라이드 FC 일류 파이터들 가운데 UFC에 남아 있는 선수는 크로캅과 쇼군, 잭슨, 핸더슨 정도다. 잭슨은 UFC에서 7승 5패를 기록하며 가장 선전했지만, 지난 2011년 9월 24일부터 2013년 1월 26일까지 3연패한 뒤 벨라토르 MMA(UFC보다 한단계 낮은 단체)로 갔다가 최근 다시 돌아왔다. UFC에서 4승 8패를 기록한 핸더슨의 최근 성적은 1승 5패다.

프라이드 FC에서 명성을 드높인 선수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UFC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옥타곤을 벗어나지 않은 이들의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 사각 링을 벗어나 옥타곤이라는 낯선 공간에서 망신살을 뻗치고 있다. 프라이드 FC에선 '무적'이었지만, UFC에선 전혀 그렇지 않다. 나란히 추락하고 있다. 그들의 실패는 당연한 결과였다.

◆ 7명 프라이드 FC 성적

고미-13승 1패
쇼군-12승 1패
실바-22승 4패
크로캅-18승 2패
노게이라-17승 3패
잭슨-13승 5패
핸더슨-13승 5패

◆ 7명 UFC 성적

고미-4승 5패
쇼군-6승 8패
실바-4승 5패
크로캅-4승 6패
노게이라-5승 5패
잭슨-7승 5패
댄 핸더슨-4승 8패

[더팩트 | 이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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